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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하러 여기까지 들고 왔느냐?"

“뭣 하러 여기까지 들고 왔느냐?”

한 고승이 어린 제자와 함께 생선가게 앞을 지나면서 말했다.
“음...저 생선 참 맛있겠다.”
옆을 따르던 어린 제자가 듣고 절 입구에 이르자,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습니다.
“스님, 아까 그런 말씀을 스님이 해도 됩니까?”
그러자 고승이 조용히 꾸짖었다.
“이놈아, 뭣 하러 그 생선을 여기까지 들고 왔느냐? 난 벌써 그 자리에 버리고 왔다.”

위의 글은 김원각의 「풍경소리」에 나오는 글이다.

또한 이와 비슷한 일화로 골프 황제 잭 니클로스의 이야기가 있다.
잭은 조지아 공대에서 골프에 대한 연설 중 “나는 어느 대회든 마지막 홀에서 한번도 쓰리 퍼팅을 범한 적이 없으며, 마지막 홀에서 1.5m 이내의 퍼트를 놓친 적도 전혀 없습니다.”라고 단언 했다. 이 이야기는 평소 잭의 플레이를 알고 있는 청중들을 술렁이게 했고, 그 말을 듣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60대의 한 남자가 질문시간이 되자 자리에 일어서서 이렇게 말했다.

“잭,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회의 마지막 홀에서 한번도 쓰리 퍼팅을 범한 적이 없다거나, 1.5m 이내의 퍼팅을 놓친 적이 없다는 얘기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에 열린 시니어 PGA대회에서 당신이 마지막 홀에서 90㎝퍼트를 놓치는 장면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러자 니클로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선생, 당신이 틀린 겁니다. 저는 그런 일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이의를 제기하면서 그 때의 녹화 테이프를 자신이 가지고 있으며 보내줄 수도 있다고 하자, 니클로스는 그 사람의 말을 가로막으며 “선생, 그 테이프를 나에게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어느 대회에서 든 마지막 홀에서 쓰리 퍼팅을 하거나, 1.5m이내의 퍼팅을 놓쳐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연설을 마치고 바쁜 일정관계로 그 자리에서 나갔다.

물론 이 얘기의 핵심은 과연 잭 니클로스가 대회의 마지막 홀에서 한번도 짧은 퍼트를 놓친 적이 없는가를 알아보는데 있지는 않다. 잭은 분명히 짧은 퍼팅을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골프황제의 기억체계가 대다수 골퍼들의 기억체계와는 다르게 작동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기 싫은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선택적 건망증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실수한 퍼트는 기억 속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완전히 차단해 버리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생각 때문에 그는 위대한 골퍼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보통의 주말 골퍼들은 한번의 실수를 지우지 못해 하루의 플레이를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멋지게 티샷한 공을 향해가는 발걸음에는 버디나 파를 기대하며 세컨드 샷에 대한 준비로 마음이 들뜬다. 하지만 자신이 기대와는 달리 엉망이 되어버린 세컨드 샷 후에는 누군가 옆에서 방해를 하는 것처럼 스르르 무너지기 시작한다. 한 타만 버리면 될 것을 욕심을 내어 한 홀을 망쳐버리고, 그 홀의 기억을 지우지 못 해 결국은 하루의 경기를 망쳐버리게 된다. 이런 경기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지나친 자책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에 빠져 버린다면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골프 자체가 재미없어 지게 된다.

주말 골퍼들이여!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지난 홀의 실수를 그늘 집에서 시원한 생수 한 잔과 함께 떨쳐서 다음 홀로 가져가지 말고, 지난날의 아픔은 19홀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떨쳐 버리고 다음 날로 가져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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