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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감자 맛있는 골프 아마추어 여성 골퍼인 최민아(인터넷필명:오감자)의 기상천외한 골프이야기 필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족집게레슨이 시작된다.

내기 때문에 안개속에 묻혀진 양심

골프는 자연과의 싸움이다. 그만큼 골프장에는 많은 자연의 적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골프장 최대 불청객중 하나는 바로 안개님이시다.

내가 병아리 캐디 시절에는 안개가 끼는게 오히려 신이 났다.

뭐랄까, 학교 다닐때 꼭 공부 안한 애들이 시험문제가 아예 어렵게 출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원래 실력이 너무 허접한데 마치 안개때문에 일이 꼬인다는 듯이 핑계를 대곤 했었으니깐. ㅋㅋㅋ

손님들의 볼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몰라도 "글쎄요 방향은 좋았는데~~가봐야 알겠는데요~~안개가 워낙 심해서~~~"라고 적당히 둘러대면 됐다.

하지만 심한 안개속에서도 손님들이 내기를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런 날에는 평상시보다 몇배는 더 힘들다. 만일 배판에 티샷이 OB나 산속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볼을 찾지못해 로스트 볼 처리를 한다면 당사자는 엄청난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손님이 흘린 피의 양보다 몇백배 많은 불만과 질타의 화살이 캐디에게 쏟아진다.

"캐디의 역할이 뭐냐? 볼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떨어지는지 봐야할 것 아니냐?"며 라운드 내내 캐디를 구박한다. 하지만 캐디도 손님들과 똑같은 인간이다. 캐디 눈은 骰만불의 사나이의 눈이 아니다.

안개속을 뚫고 볼의 낙화지점을 정확하게 발견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안개가 심한 날에는 내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람들 어디 그런가. 정신력 하나 만큼은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민족아닌가.

안개낀날에도 우리나라 골퍼들의 내기는 계속된다.(이런 것도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동반자끼리도 서로 알아보기 힘들정도의 심한 안개속에서 내기는 시작됐다.

나는 평온한 라운드 진행을 위해 주머니에 로스트 볼을 몇개 들고 다니면서 공이 없어질때마다 공을 얼른 하나 내려놓고 플레이어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무말 하지 마시구. 요걸루 치세요. 이게 세컨샷입니다. OK?"

평상시 같으면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화를 내는 골퍼도 있었겠지만 안개속에서 돈에 눈이 어두워진 골퍼들은 동반자의 배춧잎 한장이라도 더 뺏어오기위해 나의 은밀한 유혹(?)에 금방 넘어 갔다.

그날 라운드중 알까기는 총 10회 이상 정도 이루어 졌는데 그러한 비밀은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

전반 9번홀 이었다.

소심한 A고객님의 볼이 언덕에서 치긴 쳤는데 가서 보니 없어진 것이다. 느낌상 분명 OB였다.

A님은 "아~~어쩌죠? 이번 홀이 내기가 젤루 큰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 일보 직전인 듯 했다. 사실 이 홀에 오기까지 A님은 한번도 알까기를 한 적이 없는 분이셨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은밀한 목소리로 "고객님~~그냥 여기에 공 놓아드릴테니깐 이거라고 우기고 치실래요?"

그러자 A님은 "아니~~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친구들이 나를 보고 있지 않을까?" 50m쯤 지점에 동반자 분들이 있는 듯 했다. 목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들렸다.

"고객님, 고객님은 동반자 분들이 보이세요?"

"아니, 전혀 안보이는데"

"그겁니다. 동반자 분들도 안개에 휘말려 고객님의 모습은 안보입니다. 다만 목소리만 들릴뿐이죠. 고객님은 연기만 잘~ 하시면 됩니다"

아직 결심을 못하고 망설이는 것 같아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이건 분명 써드샷입니다. 알았죠^^"하고 공을 내려 놓았다. A님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외쳤다.

"야들아~~나 공 찾았다. 근데 핀 방향이 어디에 있니?"라며 좀전에 고민하던 순진한 골퍼가 아닌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그 홀에서 파(?)를 하며 배춧잎 몇장을 주머니에 넣고 내게 고맙다며 손눈썹 몇개를 깜빡여 줬다.

그리고 잠시 후 안개가 걷히고 나서 내게 조용히 다가와 회계하듯 말했다 .

"아~~~양심을 속여서 친구들한테 넘 미안하네. 내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면 정말 속상해 할텐데. 어쩌면 다시는 나랑 골프 안치려구 할텐데…."

결국 그는 친구분들에게 그러한 비밀을 감춘채 18홀을 마치고 가셨다 .

몇년후에 밝히는 사실이지만 "고객님~~사실은요. 다른 분들한테는 총 3회 이상의 알을 까 주었답니다. 그러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골프! 때로는 이렇게 속고 속이는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으면 아예 안개속에서는 내기는 삼가해 주세요. 보이지 않겠지만 캐디는 안개속에서 울고 있답니다. 부탁이건데 안개속에서는 내기 삼가하시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