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지낸 ‘호주 교포’ 이민지가 프로로 전향했다. 이민지는 지난 9월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인 IMG와 계약한데 이어 10월 초 L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 2차전을 2위로 통과해 화제를 뿌렸다.
올해 열여덟. 외모도, 실력도 폭풍 성장 중인 이민지는 차세대 골프 여제를 꿈꾸고 있다.

골프 DNA를 타고난 천재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교포 2세 이민지에겐 남다른 골프 DNA가 있다. 어머니 이성민(46)씨는 티칭 프로, 아버지 이수남(46)씨는 클럽(포트 케네디베이) 챔피언 출신이다. 남동생(민우·16)도 골프를 한다. 온 가족의 골프 핸디캡을 다 합하면 6언더파다.
그에게 골프는 넘어야 할 산이 아니라 친숙한 일상이었다. 골프장은 놀이터였고, 10살 때부터 어머니에게 골프를 배웠다. 실력은 쑥쑥 늘어 12세 때 주 대표가 됐고, 14세 때 호주 주니어 대표, 15세 때 호주 국가대표가 됐다. 16세 때인 2012년에는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올해 초부터 프로 전향 전까지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지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41승을 거둔 ‘여자 백상어’ 카리 웹이 “나는 저 나이 때 저렇게 하지 못했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초등학교 때 수영을 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골프 선수가 된 이유는?
2년 정도 수영을 했는데 골프가 더 재미있었다. 원래 무엇이든 한 번 시작하면 잘 포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골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열심히 해왔다.

골프가 좋은 이유는?
여행하는 것이 좋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보다도 더 좋은 것은 시합에 나가 경쟁하는 것이다. 연습만 하는 것보다 시합에 나가는 게 즐겁다. 연습할 때는 평범하게 볼을 치지만 시합을 할 때는 내 안에 다른 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표현을 잘 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에게 지는 것을 싫어했다. (웃음)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2년 US여자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였다. 다리 부상으로 6개월을 쉰 뒤에 출전했는데 덜컥 우승을 했다. 마지막 6홀을 남기고 3타차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역전 우승을 해서 너무너무 기뻤다.

골프는 어떤 의미인가?
당연히 인생이다. 이 길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이제 다른 일은 못할 것 같다. 쉽지 않은 길이긴 하지만 선택한 만큼 후회 없이 하고 싶다. 한 눈 팔지 않을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골프를 하고 나서 힘들었던 순간은 딱히 없었다. 원래 낙천적인 성격이라 힘들어도 힘든 지 모르겠다. 나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골프가 안 된다고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단점이 많지 않은 무서운 18세
이민지는 기술적으로 단점이 별로 없다. 스스로는 “쇼트 게임을 잘 한다”고 말하고, 어머니 이씨는 “롱 게임에 소질이 있다”고 평가한다. 한 번 터지면 버디가 이어져 ‘버디 트레인(Birdie Train)’이라는 별명도 있다.
골프를 즐기는 것은 큰 장점이다. 어머니 이씨는 “민지는 골프를 단순하게 생각하고 타깃에만 집중해 샷을 한다. 평소에는 조금만 슬픈 영화를 봐도 눈이 퉁퉁 붓도록 우는 스타일이지만 골프를 못 했다고 우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코스에서 늘 웃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래 잘 웃고, 웃는 것을 좋아한다. 화를 낸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화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갤러리나 시청자들이 볼 때도 화내는 모습보다는 웃는 모습이 훨씬 예쁘고 좋을 것 같다.

그래도 화가 날 때가 있지 않나.
나는 매우 단순한 편이다.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골프를 한 뒤 한 번도 화를 내거나 골프 클럽을 집어 던진 적이 없다. 그냥 짜증이 날 때가 가끔 있는데 혼자 참다 보면 괜찮아진다.
그런 점은 골프를 하는데 장점이 될 것 같다.
사실 특별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특별히 잘 하는 것도, 그렇다고 못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은 되는 게 장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단점을 꼽기도 힘들겠다.
그건 아니다. 어떻게 고치고 싶은 것이 없을 수가 있겠나? 프로 골퍼들은 롱 게임은 비슷한 것 같은데 쇼트 게임에서 차이가 난다. 프로 투어에서 정상에 서려면 기술적으로 퍼트를 좀 더 잘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민지 인터뷰<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