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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Q스쿨 수석 합격자인 황우석은 낮에는 노인들 대소변을 수발하고 밤이면 연습장에서 샷을 가다듬었다. |
골프 투어에서는 일 년에 한 번씩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이 나온다. 다음 해 대회 출전권을 놓고 벌이는 Q스쿨이다. 최경주는 “인생에서 가장 긴장된 샷은 메이저 우승 경쟁을 하던 때가 아니라 PGA 투어 카드가 달린 Q스쿨 마지막 홀 2m 퍼트였다”고 했다.
그 퍼트를 집어넣고 지금의 최경주가 됐다. 못 넣었다면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미국 PGA 투어 대회의 평균 상금은 650만 달러,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의 평균 상금은 60만 달러 정도다. Q스쿨 합격과 불합격은 전세기를 타고 특급호텔에서 자는 메이저리그 팀과 버스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 마이너리그 야구팀의 차이다.
그래서 Q스쿨의 압박감은 태산처럼 무겁고 수많은 희망과 비극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인간의 나약함과 용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Q스쿨이 제 5의 메이저대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Q스쿨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 PGA 투어는 2013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대신 2부 투어 상위권 선수들로 자리를 채운다. 또 1부 투어에서 출전권을 잃은 선수들과 2부 투어 차상위 선수들이 몇 개 대회를 치러 남은 투어카드를 배분한다.
LPGA 투어도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8년 제도를 바꿀 예정이다. 큰 흐름이 정해졌기 때문에 다른 투어들도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KPGA 송병주 운영국장은 “한국도 2부 투어가 지금보다 튼실해지면 장기적으로는 Q스쿨이 아니라 2부 투어를 통한 선수 충원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Q스쿨 폐지의 명분은 크다. 몇 라운드 경기로, 극단적으로 말하면 1cm 짧은 퍼트 하나로 당락을 결정하는 Q스쿨보다 한 시즌을 치러 선수 실력을 보는 것이 변별력이 높다.
PGA 투어 Q스쿨을 없앤 전 커미셔너 팀 핀쳄은 “2부 투어를 통한 선수 선발 시스템이 훨씬 공정하다. 만약 실력이 안 되는 선수가 Q스쿨을 통해 운 좋게 투어에 들어오더라도 적응을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라고 했다.
Q스쿨의 장점도 있다. 개방적이고 단순하다. 누구라도 잘 치면 합격, 못 치면 낙방이다. Q스쿨에서 공만 잘 치면 인생 역전을 꿈꿔 볼 수 있다. 반면 2부 투어에서 한 시즌을 뛰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돈도 많이 들고 언어, 음식을 포함한 문화 장벽도 있다. 골프실력 이외의 측면에서 유리한 선수가 있고 불리한 선수가 있다. 특히 이방인들은 불리하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투어가 Q스쿨을 부정하는 이유가 있다. 2부 투어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 있는 미래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만들어 스폰서를 구해야 한다.
더 큰 이유는 경쟁 투어 견제다. 뛰어난 선수가 평소 다른 곳에서 뛰다가 Q스쿨에만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투어로서는 손해다. 그 선수들을 2부 투어에 묶어놓으면 경쟁 투어를 고사시킬 수 있다.
또한 경비가 많이 드는 2부 투어를 통해 외국 선수의 진입을 차단할 수 있다.
LPGA 투어의 Q스쿨 폐지는 의도와 상관없이 외국 선수들의 유입을 막을 것이다. 물론 박성현처럼 최정상급 스타 선수는 문제가 없다. LPGA투어에서 오히려 두 손을 들어 환영한다. 그러나 대다수 유망주의 문턱은 확 높아진다.
만약 Q스쿨이 없었다면 배상문이나 노승열이 PGA 투어에 가지 않았거나 못했을지도 모른다. Q스쿨 폐지 후엔 한국의 PGA 투어 진입 선수가 확 줄었다.
Q스쿨의 공식적인 명칭은 퀄리파잉 대회(Qualifying Tournament)다. KPGA에서는 QT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Q스쿨이라고 부른다. 학창시절이 연상되는 낭만적인 이름이다. 이 어려운 시험을 학교라고 하는 이유는 과거 합격자들에게 룰과 에티켓, 티칭 방법을 가르치는 수업을 했기 때문이다.
대학입학 시험으로 보면 Q스쿨은 예전 학력고사, 요즘 수능 시험 비슷한 것이다. 2부 투어를 통한 충원 제도는 수시입학이라고 볼 수 있다.
수능은 그날 컨디션, 문제 난이도 등에 따라 유불리가 있다. 수시입학은 수능의 약점인 변별력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로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 등 다른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거세다.
올해 KPGA Q스쿨 수석 합격자는 황우석(23)이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낮엔 노인 요양원에서 어르신 병수발을 하고 대소변도 치운다. 고된 일과 후, 밤에 허리 재활 훈련도 하고 연습장에서 샷을 갈고 닦았다. 그는 “치매 환자의 말벗이 되어주면서 오히려 멘탈이 좋아졌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황우석은 휴가를 내고 Q스쿨에 나와 수석합격의 영광을 차지했다. Q스쿨이 없어지고 2부 투어를 통한 충원제도로 바뀌었다면 이런 소박한 인간승리 드라마는 나올 수 없다.
송병주 KPGA 운영국장은 2부 투어를 통해 선수를 뽑더라도 작게나마 Q스쿨은 남겨둬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Q스쿨은 모든 희망이 다 사라지더라도 딱 한 번의 기회는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그런 희망을 남겨 두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그 퍼트를 집어넣고 지금의 최경주가 됐다. 못 넣었다면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미국 PGA 투어 대회의 평균 상금은 650만 달러,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의 평균 상금은 60만 달러 정도다. Q스쿨 합격과 불합격은 전세기를 타고 특급호텔에서 자는 메이저리그 팀과 버스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 마이너리그 야구팀의 차이다.
그래서 Q스쿨의 압박감은 태산처럼 무겁고 수많은 희망과 비극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인간의 나약함과 용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Q스쿨이 제 5의 메이저대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Q스쿨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 PGA 투어는 2013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대신 2부 투어 상위권 선수들로 자리를 채운다. 또 1부 투어에서 출전권을 잃은 선수들과 2부 투어 차상위 선수들이 몇 개 대회를 치러 남은 투어카드를 배분한다.
LPGA 투어도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8년 제도를 바꿀 예정이다. 큰 흐름이 정해졌기 때문에 다른 투어들도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KPGA 송병주 운영국장은 “한국도 2부 투어가 지금보다 튼실해지면 장기적으로는 Q스쿨이 아니라 2부 투어를 통한 선수 충원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Q스쿨 폐지의 명분은 크다. 몇 라운드 경기로, 극단적으로 말하면 1cm 짧은 퍼트 하나로 당락을 결정하는 Q스쿨보다 한 시즌을 치러 선수 실력을 보는 것이 변별력이 높다.
PGA 투어 Q스쿨을 없앤 전 커미셔너 팀 핀쳄은 “2부 투어를 통한 선수 선발 시스템이 훨씬 공정하다. 만약 실력이 안 되는 선수가 Q스쿨을 통해 운 좋게 투어에 들어오더라도 적응을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라고 했다.
Q스쿨의 장점도 있다. 개방적이고 단순하다. 누구라도 잘 치면 합격, 못 치면 낙방이다. Q스쿨에서 공만 잘 치면 인생 역전을 꿈꿔 볼 수 있다. 반면 2부 투어에서 한 시즌을 뛰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돈도 많이 들고 언어, 음식을 포함한 문화 장벽도 있다. 골프실력 이외의 측면에서 유리한 선수가 있고 불리한 선수가 있다. 특히 이방인들은 불리하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투어가 Q스쿨을 부정하는 이유가 있다. 2부 투어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 있는 미래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만들어 스폰서를 구해야 한다.
더 큰 이유는 경쟁 투어 견제다. 뛰어난 선수가 평소 다른 곳에서 뛰다가 Q스쿨에만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투어로서는 손해다. 그 선수들을 2부 투어에 묶어놓으면 경쟁 투어를 고사시킬 수 있다.
또한 경비가 많이 드는 2부 투어를 통해 외국 선수의 진입을 차단할 수 있다.
LPGA 투어의 Q스쿨 폐지는 의도와 상관없이 외국 선수들의 유입을 막을 것이다. 물론 박성현처럼 최정상급 스타 선수는 문제가 없다. LPGA투어에서 오히려 두 손을 들어 환영한다. 그러나 대다수 유망주의 문턱은 확 높아진다.
만약 Q스쿨이 없었다면 배상문이나 노승열이 PGA 투어에 가지 않았거나 못했을지도 모른다. Q스쿨 폐지 후엔 한국의 PGA 투어 진입 선수가 확 줄었다.
Q스쿨의 공식적인 명칭은 퀄리파잉 대회(Qualifying Tournament)다. KPGA에서는 QT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Q스쿨이라고 부른다. 학창시절이 연상되는 낭만적인 이름이다. 이 어려운 시험을 학교라고 하는 이유는 과거 합격자들에게 룰과 에티켓, 티칭 방법을 가르치는 수업을 했기 때문이다.
대학입학 시험으로 보면 Q스쿨은 예전 학력고사, 요즘 수능 시험 비슷한 것이다. 2부 투어를 통한 충원 제도는 수시입학이라고 볼 수 있다.
수능은 그날 컨디션, 문제 난이도 등에 따라 유불리가 있다. 수시입학은 수능의 약점인 변별력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로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 등 다른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거세다.
올해 KPGA Q스쿨 수석 합격자는 황우석(23)이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낮엔 노인 요양원에서 어르신 병수발을 하고 대소변도 치운다. 고된 일과 후, 밤에 허리 재활 훈련도 하고 연습장에서 샷을 갈고 닦았다. 그는 “치매 환자의 말벗이 되어주면서 오히려 멘탈이 좋아졌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황우석은 휴가를 내고 Q스쿨에 나와 수석합격의 영광을 차지했다. Q스쿨이 없어지고 2부 투어를 통한 충원제도로 바뀌었다면 이런 소박한 인간승리 드라마는 나올 수 없다.
송병주 KPGA 운영국장은 2부 투어를 통해 선수를 뽑더라도 작게나마 Q스쿨은 남겨둬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Q스쿨은 모든 희망이 다 사라지더라도 딱 한 번의 기회는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그런 희망을 남겨 두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포드 챔피언십 프리젠티드 바이 KC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