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의 파브리지오 자노티(34)가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자노티는 12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사우자나골프장(파72)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메이뱅크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로 무려 9타를 줄이며 합계 19언더파로 우승했다. 세계랭킹 187위 자노티는 2014년 6월 유러피언투어 첫 승 이후 2년8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최종 라운드 직전까지 자노티의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 대니 윌렛(잉글랜드)이 선두를 달렸고, 자노티는 10언더파 9위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선두 윌렛과는 6타 차가 났다. 게다가 자노티는 올 시즌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할 만큼 페이스도 좋지 않았다.

자노티는 올 시즌 유러피언투어에서 퍼트를 가장 잘 하고 있는 데이비드 립스키(미국)와 우승 경쟁을 펼쳤다. 자노티는 이번 대회 전까지 평균 퍼트 수 31.33개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91개로 극도로 부진했다. 반면 립스키는 올 시즌 평균 퍼트 수 28.94개,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72개로 수준급의 퍼트감을 자랑했다.

16번 홀까지 17언더파의 립스키가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자노티는 17번 홀 버디에 이어 마지막 18번 홀에서 5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19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한국계 립스키도 물러서지 않았다. 17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1m 거리에 붙여 버디로 18언더파까지 올라섰다. 파5 18번 홀은 가볍게 2온이 가능한 ‘버디 홀’이었다. 이글을 솎아내면 연장전 없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립스키의 세컨드 샷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나머지 오른쪽으로 밀렸다. 그린 오른쪽 벙커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이 길었다. 공교롭게 자노티가 이글 퍼트를 성공했던 지점에 떨어졌다. 연장전 승부가 결정되는 부담스러운 퍼트였다. 결국 립스키의 퍼트가 짧았고, 자노티는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자노티는 첫 승 이후 좀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 상금랭킹에서 2015년 58위, 2016년 66위로 부진했다. 특히 지난 시즌 톱10에 2번만 이름을 올릴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냈지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자노티는 첫 승을 올렸던 BMW 인터내셔널 오픈에서도 헨릭 스텐손(스웨덴)을 연장 접전 끝에 물리치며 극적인 우승컵을 차지한 바 있다.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립스키는 통산 2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윌렛은 최종일 1타를 잃어 15언더파 공동 5위에 머물렀다. 11언더파로 출발한 김경태는 무려 6타를 잃어 5언더파 공동 34위까지 떨어졌다. 이수민이 최종일 1타를 줄여 6언더파 공동 29위에 올랐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