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SGF67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김해림이 연장 2차전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주인공의 환한 미소는 방송을 타지 못했다. 시상식 중계도 없이 방송은 부랴부랴 막을 내렸다.

김해림의 모자에 스폰서인 ‘롯데’ 로고가 새겨진 것이 화근이었다. 롯데가 경북 성주에 위치한 성주골프장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한 것에 대한 중국의 유치한 보복 조치였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여기에서 끝이 아닐 듯하다. 중국골프협회(CGA)는 최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에 오는 6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 투어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을 연기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지난 2월 대회를 확정한 지 딱 한 달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CGA 측은 “중국 내 중계 문제 등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그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뭔가 꺼림칙하다. KPGA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사드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사드로 뒤바뀐 골프 여행 판도… 중국 지고, 일본 뜨고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골프 여행은 골퍼들에게 최고 인기 상품이었다. 선전, 쿤밍, 광저우 등은 한국 골퍼들이 찾는 대표적인 인기 골프 여행지였다.

중국의 골프 산업은 1984년 ‘골프금지령’ 해제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 2015년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 발표한 세계 골프 현황(Golf around the world, 2015)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골프장 수는 473개로 한국(447개)을 넘어섰다. 2020년에는 1000개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사드 여파로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나골프 정문영 대표는 “유커(중국인 여행객)도 유커지만, 중국으로 가는 한국 여행객들도 15%가량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을 대체할 골프 여행지로 일본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일본으로 골프 여행을 가는 골프 여행객 수는 전체의 17~20%가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골프장의 최대 장점은 자연이다. 역사가 오래된 골프장들이 많아 올드한 분위기도 있지만 코스 관리도 잘돼 있다. 또한 한국만큼 하루 내장객 수가 많지 않아 여유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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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인 만큼 ‘라운드도 식후경’이다. 미에 현은 맛을 음미할 줄 아는 미식가 골퍼들에게 최고의 여행지다. 이세에비(새우), 전복, 굴, 복어 등 다양한 해산물과 일본 3대 와규 중 하나인 ‘마츠자카 규’가 미에 현의 대표 먹거리다. 주린 배를 채운 뒤 세계문화유산 ‘구마노 옛길’을 산책하는 것은 오직 미에 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다. 프로 통산 113승을 거두며 70세의 고령에도 현역 골퍼로 활동 중인 ‘점보’ 오자키 마사시가 코스 설계를 한 ‘츠 골프장’은 미에 현을 대표하는 골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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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후 따뜻한 온천에서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이시카와 현을 추천한다. 1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야마시로 온천에 몸을 담그는 순간 그날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여관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호시 료칸’을 비롯한 전통 여관들은 일본의 멋을 느끼게 해준다. 지난 2015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일본여자오픈 선수권대회에서 전인지가 우승을 거둔 장소인 카타야마즈 골프장이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