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리 위해 로프트 세우는 일본 브랜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7번 아이언의 로프트 각도는 36도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줄기 시작해 30도 제품이 나오더니 요즘엔 로프트가 29도인 7번 아이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로프트 각이 26도인 7번 아이언까지 나왔다.

아이언은 일정한 거리를 보내는 게 목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7번 아이언 로프트를 36도 기준으로 놓고 클럽별 거리 차를 10야드로 설정할 때 로프트를 4도 간격으로 클럽을 구성한다. 이럴 경우 피칭 웨지의 로프트 각은 48도 정도가 된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이언에 또 다른 기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바로 비거리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이런 비거리 욕구를 빨리 알아채고 반영한 곳이 바로 일본 브랜드들이다. 아이언 로프트 세우기는 혼마 골프가 시작했다. 동반자와 함께 라운드를 하는데 나와 같은 클럽으로 10~20야드, 즉 한두 클럽을 더 멀리 보낸다고 가정해보자. 170야드, 파3홀에서 보통 5번 아이언을 잡는데 동반자가 7번 아이언을 꺼내 든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게다가 7번 아이언으로 힘들이지 않고 온 그린에 성공한다면? 이런 일들이 실제로 필드에서 일어나자 은연중에 혼마 클럽이 좋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혼마는 최근 투어 월드 TW737 시리즈를 대표작으로 내세우고 있다. 혼마 관계자는 “헤드 사이즈, 솔의 폭, 페이스의 두께, 백 페이스의 두께, 톱 블레이드의 두께에 미세한 변화를 주고, 로프트에 대응한 중심 설계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혼마는 로프트에 변화를 주면서도 네 가지 전제를 내세우고 있다. 첫째, 로프트 차이를 주지만 타점 변화는 주지 않는다. 둘째, 모든 계약 프로는 로프트 설정에 대해 강한 니즈를 가지고 있다. 셋째, 로프트를 조정하더라도 미묘한 페이스 프로그레이션(샤프트의 중심과 리딩 에지의 간격)의 차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넷째, 로프트 설정의 다양성으로 프로가 원하는 넥 설계가 가능해졌다.

이 같은 논리로 탄생한 TW737 Vs 7번 아이언의 로프트는 30도다. 혼마는 이 제품을 “비거리 성능을 가미한 실용적인 아이언”이라고 소개한다. TW737 Vn과 TW737 V의 경우 7번 아이언 로프트가 각각 34도와 32도다. 다른 라인의 아이언은 로프트를 더 세웠다. 혼마 비즐 525의 경우 하이퍼 로프트 설계로 제작돼 7번 아이언의 로프트가 28.5도에 불과하다. 피칭 웨지에 해당하는 10번 아이언의 경우 로프트가 41.5도까지 내려갔다. 혼마는 “하이퍼 로프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온 혼마만의 고정밀도 설계로 가능해진 수치”라고 설명했다.

‘두 클럽 더’를 내세우고 있는 야마하의 UD+2 7번 아이언 로프트는 26도에 불과하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7번 아이언 중 로프트가 가장 낮은 제품이다. 피칭 웨지는 38도에 불과하다. 야마하는 “초고속 로프트 설계로 인해 비거리 증대가 가능해졌다. 잔디에서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스윙이 가능한 솔과 세계 최경량 스틸 샤프트가 이를 가능하도록 도왔다”라고 했다.

야마하 RMX 216 아이언 역시 ‘한 클럽 더 나가는 비거리’를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제품의 7번 아이언 로프트는 30도다. RMX 216 아이언은 블레이드 부분의 중량을 3g 줄여 다시 솔 부분으로 배분시킴으로써 고탄도를 실현했다. 또 반발 계수를 0.77에서 0.80으로 향상시키면서 비거리 증대가 가능해졌다.

◆ 차별적 선택권 주는 미국 브랜드

미국 브랜드들 역시 로프트를 세우는 추세가 뚜렷하다. 다만 다양한 시리즈를 내놓으며 골퍼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다는 게 약간의 차이다. 즉 선택의 폭이 비교적 넓다는 의미다.

타이틀리스트는 전통성을 지키고 있는 브랜드다. 2년 전 나온 716 mb의 경우 7번 아이언 로프트가 35도이고, 피칭 웨지가 47도다. 2000년대 아이언 스펙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mb는 전통적인 단조 머슬백 아이언이다. 그렇지만 타이틀리스트도 다른 라인의 아이언은 로프트 각을 낮췄다.

716 ap1 포지드의 경우 7번 아이언 로프트를 31도까지 낮췄다. 피칭 웨지는 43도다. 타이틀리스트는 “깊은 언더컷 캐비티 공법으로 페이스 반동 효과를 극대화했다. 낮은 무게중심과 스트롱 로프트로 더 빠른 볼 스피드와 더 긴 비거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트롱 로프트’라고 표현하는 등 비거리 증대에 초점을 맞춘 클럽이라고 볼 수 있다. 타이틀리스트 716 ap2 7번 아이언의 로프트는 34도, 피칭 웨지는 46도다. 투어 선수들을 통해 비거리가 입증됐고, 부드러운 단조의 타구감을 원하는 골퍼를 위한 아이언이라는 설명이다. 전통적인 스펙부터 골퍼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까지 라인업이 다양하기 때문에 골퍼들이 선호하는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대중적이고 가격대가 무난한 제품을 선보이는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의 경우 일본 브랜드와 로프트 각 차이가 크지 않다. 올해 출시된 테일러메이드 올 뉴 M2 아이언의 경우 7번 아이언 로프트가 28.5도까지 떨어졌다. 피칭 웨지는 43.5도다. 올 뉴 M1 아이언의 7번 아이언 로프트는 30.5도다. 테일러메이드는 “고반발 페이스와 낮아진 무게중심으로 폭발적인 비거리와 높은 탄도를 제공해 한 클럽 더 편안하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남녀 프로 골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인 캘러웨이도 아이언의 로프트를 세우는 추세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APEX포지드 CF16은 7번 아이언 로프트가 31도, 피칭 웨지가 45도다. 스틸헤드 XR의 7번 아이언 로프트도 30도다. 피칭 웨지는 44도로 더 낮췄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클럽들은 여전히 로프트 35, 36도를 유지하고 있다.

◆ 웨지 보완해 클럽별 거리 맞춰야 효과

로프트를 세우는 추세는 아이언에서조차 ‘섬싱 엘스’를 바라는 골퍼들의 욕구 때문에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프로들도 자존심과 심리적인 부분을 고려해 로프트를 세우는데 아마추어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거리가 멀리 나가는 아이언을 쓰는데 관심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로프트의 각도 변화는 큰 의미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J&J 길제성 피터는 “요즘 선수들 사이에서도 자존심 때문에 거리가 안 나는 선수들이 로프트를 세운 클럽을 쓴다. 하지만 심리적인 부분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이언 로프트의 비밀에는 맹점이 있다. 로프트를 세우게 되면 결국 피칭 웨지가 38~40도까지 떨어진다. 보통 샌드 웨지를 56도로 고정하기 때문에 웨지 사이에 여러 가지 웨지를 끼워야 한다. 결국 클럽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보통 로프트 간격을 4도로 설정한다고 할 때 피칭 웨지로 120m 이상 보낸다면 80~110m 거리가 남았을 때 어떤 클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일 수밖에 없다.

물론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심리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4번과 5번 같은 롱 아이언을 어려워하는 것이 사실. 만약 로프트를 세운 7번 아이언으로 거리를 5번 아이언만큼 보낼 수 있다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로프트를 세워달라고 피팅을 주문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크게 늘어났다. 골프에서 거리를 자존심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아마추어 골퍼들, 특히 남성 골퍼의 경우 여성보다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 결국 선택은 골퍼들의 몫이다. 로프트 각에 크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다만 로프트를 세운 신형 아이언을 구매한다면 웨지 구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웨지를 다양하게 구성해서 거리별 클럽을 갖출 수 있다면 코스를 보다 쉽게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게임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