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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이매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갤러리(Gallery)’. 골프 경기의 관중을 일컫는 말이다. 갤러리라는 용어는 박물관에서 전시품을 관람하듯 선수들의 플레이를 숨죽여 지켜본다는 데에서 유래됐다. 축구나 야구에서 볼 수 있는 열광적인 응원 문화는 골프에서 금기다. 함부로 휴대폰을 만질 수도 없고 경기 내내 걸어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집에서 TV로 경기를 보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러리들은 코스로 향한다. 대체 왜? 이 설문을 통해 갤러리를 하러 가는 이유 등 국내 갤러리 문화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점 등을 짚어봤다.
설문은 5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JTBC골프 밴드 회원을 대상으로 하여 구글을 이용해 진행됐다. 총 1875명이 응답한 가운데 79.8%가 남성이었다. 나이는 3~40대가 59.3%로 주를 이뤘고, 5~60대가 40.4%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의 골프 실력은 보기 플레이어가 63.8%로 다수를 차지했다. 100타 이상의 플레이어가 28.7%로 뒤를 이었고, 싱글 플레이어(6.3%), 스크래치 골퍼(1.2%)순으로 나타났다.
◆ 관람 스포츠로 정착한 골프
응답자 1875명 중 63.9%에 해당하는 1198명이 갤러리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골프가 참여 스포츠뿐만 아니라 관람 스포츠로도 어느 정도 정착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갤러리를 하러 가는 이유는 ‘프로 선수의 샷을 보기 위해’라는 응답이 79.1%로 압도적이었다.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갤러리를 한다는 응답도 13.8%였다. 골프장에 평균적으로 머물면서 경기를 지켜보는 시간은 3~5시간이 71.8%로 가장 많았다. 5시간 이상이 14.5%로 뒤를 이었으며, 3시간 이하로 짧게 경기를 보고 간다는 갤러리도 13.7%에 달했다. 한 팀의 골프 경기가 라운드 당 5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대다수 갤러리들이 경기 전체를 관람하지 않는 셈이다. 갤러리를 하러 가는 대회로는 여자 대회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74.7%)가 남자 대회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19.6%)보다 4배 정도 많았다. 남자 골프의 인기가 더 많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여자 골프의 더 인기 있는 우리나라의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등 해외 투어를 관람하러 간다는 응답자(5.7%)도 있었다.
갤러리를 갈 때는 대부분 지인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호회 및 친구들과 관람을 간다는 답변이 66.5%로 1위였다. 가족과 갤러리를 하러 간다는 응답자가 24.4%로 2위를 차지해 갤러리 문화가 가족끼리 즐기는 피크닉의 형태로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지난 5월 열린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을 찾은 갤러리 김의수 씨는 “가족과 함께 소풍을 겸해 코스를 찾는다. 우리 부부는 경기를 보고 아이들은 잔디를 밟아 좋아한다”고 말했다. 혼자서 갤러리를 하러 가는 골퍼도 9.1%나 됐다. ‘경기 관람 중 끼니 해결’은 경기장 인근 식당 또는 갤러리 존과 푸드 트럭에서 해결하는 비율이 각각 40%로 같았다. 나머지 20%는 도시락이나 간식 등을 직접 챙기는 알뜰 족으로 드러났다.
‘갤러리 관람 방식’으로는 절반 이상인 54.4%가 ‘좋아하는 선수 한 명을 계속 따라 다닌다’고 답했다. ‘관심 있는 홀에 자리를 잡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 본다’는 답변이 31.1%로 뒤를 이었다. 가장 성적이 좋은 조를 따라 이동한다는 답변은 3위(14.5%)였다. 골프가 관람 스포츠로 자리 잡을수록 새로운 관람 문화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K텔레콤 오픈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골프 도슨트’서비스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코스 도슨트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답변이 90.3%나 됐다.
◆ ‘소통’과 ‘이벤트’에 목마른 갤러리들
‘선수들의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드라이버 샷, 아이언 샷, 퍼트 등 샷과 구질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답변(38.2%)로 가장 많았다. 상황별 대처 능력과 코스 공략법에 집중하는 갤러리(35.6%)에 근소하게 앞섰다. 선수들의 스윙 템포(14.9%), 프리샷 루틴이나 다양한 표정, 행동(11.2%)을 본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갤러리의 색다른 재미’로는 ‘좋아하는 선수들과의 사진 촬영이나 사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46.6%로 가장 높았다. ‘다양한 경품을 받는 재미’(28.2%)와 ‘갤러리 존에 있는 다양한 체험거리’(25.2%)가 뒤를 이었다.
이런 답변은 갤러리들이 KPGA투어보다 KLPGA투어를 더 선호하는 이유와도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갤러리 이상수 씨는 “아무래도 여자 프로들이 남자 아마추어들과 드라이버 샷 거리 등이 비슷해서 보는 재미가 더 있다. 또 예쁜 여자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KLPGA투어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러리들은 현재보다 더 많은 선수들과의 소통이나 만남의 장을 원하고 있었다. ‘가장 보완되길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7%가 ‘팬 사인회나 팬과의 만남’ 같은 더욱 활발한 소통을 꼽았다. ‘다양한 이벤트 및 행사’를 원하는 갤러리는 28.9%였고,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유명 스타플레이어의 출전’을 원하는 갤러리는 24.1%였다. 갤러리들은 경기 관람 시 가장 아쉬운 점으로 선수 정보나 동선 등 경기 정보의 부재(39.8%)를 꼽았다. 주차장, 셔틀 버스 등 교통시설이 불편하다는 의견(34.4%)이 뒤를 이었다. 갤러리 이상수 씨는 “갤러리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셔틀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 그렇다고 주차장부터 코스까지 걸어서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며 교통시설에 대한 불편을 호소했다. 먹거리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16.7%로 3위였고, 원활한 진행을 위한 스텝이 부족하다는 답변이 9.1%로 4위였다. 갤러리 이영희 씨는 “그늘 등 편하게 쉴만할 공간이 부족하다. 화장실 시설도 여의치 않는 대회장도 많다”며 휴식 공간의 부재를 아쉬움으로 꼽았다.
기존 골프 관람 문화와는 다른 왁자지껄한 응원, 다양한 이벤트 등 새로운 형태의 갤러리 문화에 대한 관심은 컸다. 지난 5월 열린 유러피언투어 골프 식시스에서 선수들이 티샷을 날릴 때 폭죽이 터지고, 갤러리들이 선수들에게 열광적인 함성을 보내는 등 기존 골프 대회와는 다른 축제 같은 분위기의 대회가 펼쳐진데 대해 응답자 대부분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체 응답자 중 56.4%가 ‘1~2홀 정도 이벤트성으로 열리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고, 30.9%는 ‘축제 같은 갤러리 문화가 조성돼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12.7%만이 ‘골프와 맞지 않는 분위기’라며 부정적이었다. 기존의 골프 대회 관람 틀에서 벗어난 역동적인 갤러리 문화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유러피언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수민도 "갤러리와 더 많이 호흡할 수 있는 좋은 시도인 것 같다"고 평했다.
◆ 아직 미성숙한 국내 갤러리 문화, 주범은 '휴대폰'
골프는 매너와 예절을 중요시하는 스포츠다. 선수들끼리 지켜야 할 예절도 있지만 갤러리로서 선수들을 위해 지켜줘야 할 에티켓도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갤러리 에티켓 수준은 성숙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갤러리의 관람 수준’에 관한 질문에 절반 이상인 51.4%가 ‘외국에 비해 성숙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43.8%는 ‘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4.8%만이 ‘외국에 비해 성숙하다’고 했다. 이수민은 “유럽은 한국에 비해 갤러리가 더 많은데 비해 조용하다. 한국과 갤러리 문화 자체가 달라서 특정 선수가 아닌 모든 선수를 응원하는 느낌이다”며 “조용하다가도 좋은 샷이 나오면 큰 박수를 보낸다”고 한국과 다른 갤러리 문화를 설명했다. ‘성숙된 갤러리 문화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으로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배려심(45.5%)’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내대회에서는 유독 갤러리의 의식 부족과 관련된 사건들이 많았다.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는 갤러리가 박인비의 공을 가져가는 사건이 있었다.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는 장하나가 갤러리의 폭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선수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골프 경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꼴불견 갤러리 유형’으로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놓지 않거나 큰 소리로 통화하는 갤러리’가 42.2%로 1위를 차지했다. 진행요원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갤러리(28.6%), 샷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홀로 이동하는 갤러리(19.5%), 앞에서 시야를 방해하는 갤러리(8.1%), 복장 불량 갤러리(1.6%) 순으로 나타났다. 선수들도 경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꼽았다. 이수민은 “핸드폰이나 카메라 촬영을 하는 것을 막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소리를 내지 않고 촬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김승혁은 “일본의 갤러리들은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르면서 촬영을 자제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한국 갤러리들은 한꺼번에 몰리면 통제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는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기기의 반입이 전면 금지된다. 휴대폰을 몰래 반입했다가 걸리면 바로 퇴장 조치를 취한다. 한국의 갤러리 역시 대회장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주위에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는 강력한 제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려 77.7%의 갤러리들이 ‘단호하게 퇴장 같은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13.5%는 ‘비용을 지불하고 왔으므로 어쩔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8.8%는 ‘휴대폰을 맡기고 입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난 2011년 열린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회는 ‘휴대폰 소음 없는 대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대회장 입장 전 휴대폰을 맡기고 경기를 관람하도록 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휴대폰 관련 소음 문화가 근절되려면 이런 이벤트를 더 상시적으로 진행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최경주는 “성숙한 갤러리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휴대폰 사용 자제가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
설문은 5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JTBC골프 밴드 회원을 대상으로 하여 구글을 이용해 진행됐다. 총 1875명이 응답한 가운데 79.8%가 남성이었다. 나이는 3~40대가 59.3%로 주를 이뤘고, 5~60대가 40.4%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의 골프 실력은 보기 플레이어가 63.8%로 다수를 차지했다. 100타 이상의 플레이어가 28.7%로 뒤를 이었고, 싱글 플레이어(6.3%), 스크래치 골퍼(1.2%)순으로 나타났다.
◆ 관람 스포츠로 정착한 골프
응답자 1875명 중 63.9%에 해당하는 1198명이 갤러리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골프가 참여 스포츠뿐만 아니라 관람 스포츠로도 어느 정도 정착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갤러리를 하러 가는 이유는 ‘프로 선수의 샷을 보기 위해’라는 응답이 79.1%로 압도적이었다.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갤러리를 한다는 응답도 13.8%였다. 골프장에 평균적으로 머물면서 경기를 지켜보는 시간은 3~5시간이 71.8%로 가장 많았다. 5시간 이상이 14.5%로 뒤를 이었으며, 3시간 이하로 짧게 경기를 보고 간다는 갤러리도 13.7%에 달했다. 한 팀의 골프 경기가 라운드 당 5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대다수 갤러리들이 경기 전체를 관람하지 않는 셈이다. 갤러리를 하러 가는 대회로는 여자 대회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74.7%)가 남자 대회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19.6%)보다 4배 정도 많았다. 남자 골프의 인기가 더 많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여자 골프의 더 인기 있는 우리나라의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등 해외 투어를 관람하러 간다는 응답자(5.7%)도 있었다.
갤러리를 갈 때는 대부분 지인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호회 및 친구들과 관람을 간다는 답변이 66.5%로 1위였다. 가족과 갤러리를 하러 간다는 응답자가 24.4%로 2위를 차지해 갤러리 문화가 가족끼리 즐기는 피크닉의 형태로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지난 5월 열린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을 찾은 갤러리 김의수 씨는 “가족과 함께 소풍을 겸해 코스를 찾는다. 우리 부부는 경기를 보고 아이들은 잔디를 밟아 좋아한다”고 말했다. 혼자서 갤러리를 하러 가는 골퍼도 9.1%나 됐다. ‘경기 관람 중 끼니 해결’은 경기장 인근 식당 또는 갤러리 존과 푸드 트럭에서 해결하는 비율이 각각 40%로 같았다. 나머지 20%는 도시락이나 간식 등을 직접 챙기는 알뜰 족으로 드러났다.
‘갤러리 관람 방식’으로는 절반 이상인 54.4%가 ‘좋아하는 선수 한 명을 계속 따라 다닌다’고 답했다. ‘관심 있는 홀에 자리를 잡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 본다’는 답변이 31.1%로 뒤를 이었다. 가장 성적이 좋은 조를 따라 이동한다는 답변은 3위(14.5%)였다. 골프가 관람 스포츠로 자리 잡을수록 새로운 관람 문화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K텔레콤 오픈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골프 도슨트’서비스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코스 도슨트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답변이 90.3%나 됐다.
◆ ‘소통’과 ‘이벤트’에 목마른 갤러리들
‘선수들의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드라이버 샷, 아이언 샷, 퍼트 등 샷과 구질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답변(38.2%)로 가장 많았다. 상황별 대처 능력과 코스 공략법에 집중하는 갤러리(35.6%)에 근소하게 앞섰다. 선수들의 스윙 템포(14.9%), 프리샷 루틴이나 다양한 표정, 행동(11.2%)을 본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갤러리의 색다른 재미’로는 ‘좋아하는 선수들과의 사진 촬영이나 사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46.6%로 가장 높았다. ‘다양한 경품을 받는 재미’(28.2%)와 ‘갤러리 존에 있는 다양한 체험거리’(25.2%)가 뒤를 이었다.
이런 답변은 갤러리들이 KPGA투어보다 KLPGA투어를 더 선호하는 이유와도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갤러리 이상수 씨는 “아무래도 여자 프로들이 남자 아마추어들과 드라이버 샷 거리 등이 비슷해서 보는 재미가 더 있다. 또 예쁜 여자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KLPGA투어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러리들은 현재보다 더 많은 선수들과의 소통이나 만남의 장을 원하고 있었다. ‘가장 보완되길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7%가 ‘팬 사인회나 팬과의 만남’ 같은 더욱 활발한 소통을 꼽았다. ‘다양한 이벤트 및 행사’를 원하는 갤러리는 28.9%였고,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유명 스타플레이어의 출전’을 원하는 갤러리는 24.1%였다. 갤러리들은 경기 관람 시 가장 아쉬운 점으로 선수 정보나 동선 등 경기 정보의 부재(39.8%)를 꼽았다. 주차장, 셔틀 버스 등 교통시설이 불편하다는 의견(34.4%)이 뒤를 이었다. 갤러리 이상수 씨는 “갤러리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셔틀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 그렇다고 주차장부터 코스까지 걸어서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며 교통시설에 대한 불편을 호소했다. 먹거리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16.7%로 3위였고, 원활한 진행을 위한 스텝이 부족하다는 답변이 9.1%로 4위였다. 갤러리 이영희 씨는 “그늘 등 편하게 쉴만할 공간이 부족하다. 화장실 시설도 여의치 않는 대회장도 많다”며 휴식 공간의 부재를 아쉬움으로 꼽았다.
기존 골프 관람 문화와는 다른 왁자지껄한 응원, 다양한 이벤트 등 새로운 형태의 갤러리 문화에 대한 관심은 컸다. 지난 5월 열린 유러피언투어 골프 식시스에서 선수들이 티샷을 날릴 때 폭죽이 터지고, 갤러리들이 선수들에게 열광적인 함성을 보내는 등 기존 골프 대회와는 다른 축제 같은 분위기의 대회가 펼쳐진데 대해 응답자 대부분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체 응답자 중 56.4%가 ‘1~2홀 정도 이벤트성으로 열리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고, 30.9%는 ‘축제 같은 갤러리 문화가 조성돼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12.7%만이 ‘골프와 맞지 않는 분위기’라며 부정적이었다. 기존의 골프 대회 관람 틀에서 벗어난 역동적인 갤러리 문화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유러피언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수민도 "갤러리와 더 많이 호흡할 수 있는 좋은 시도인 것 같다"고 평했다.
◆ 아직 미성숙한 국내 갤러리 문화, 주범은 '휴대폰'
골프는 매너와 예절을 중요시하는 스포츠다. 선수들끼리 지켜야 할 예절도 있지만 갤러리로서 선수들을 위해 지켜줘야 할 에티켓도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갤러리 에티켓 수준은 성숙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갤러리의 관람 수준’에 관한 질문에 절반 이상인 51.4%가 ‘외국에 비해 성숙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43.8%는 ‘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4.8%만이 ‘외국에 비해 성숙하다’고 했다. 이수민은 “유럽은 한국에 비해 갤러리가 더 많은데 비해 조용하다. 한국과 갤러리 문화 자체가 달라서 특정 선수가 아닌 모든 선수를 응원하는 느낌이다”며 “조용하다가도 좋은 샷이 나오면 큰 박수를 보낸다”고 한국과 다른 갤러리 문화를 설명했다. ‘성숙된 갤러리 문화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으로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배려심(45.5%)’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내대회에서는 유독 갤러리의 의식 부족과 관련된 사건들이 많았다.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는 갤러리가 박인비의 공을 가져가는 사건이 있었다.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는 장하나가 갤러리의 폭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선수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골프 경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꼴불견 갤러리 유형’으로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놓지 않거나 큰 소리로 통화하는 갤러리’가 42.2%로 1위를 차지했다. 진행요원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갤러리(28.6%), 샷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홀로 이동하는 갤러리(19.5%), 앞에서 시야를 방해하는 갤러리(8.1%), 복장 불량 갤러리(1.6%) 순으로 나타났다. 선수들도 경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꼽았다. 이수민은 “핸드폰이나 카메라 촬영을 하는 것을 막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소리를 내지 않고 촬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김승혁은 “일본의 갤러리들은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르면서 촬영을 자제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한국 갤러리들은 한꺼번에 몰리면 통제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는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기기의 반입이 전면 금지된다. 휴대폰을 몰래 반입했다가 걸리면 바로 퇴장 조치를 취한다. 한국의 갤러리 역시 대회장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주위에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는 강력한 제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려 77.7%의 갤러리들이 ‘단호하게 퇴장 같은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13.5%는 ‘비용을 지불하고 왔으므로 어쩔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8.8%는 ‘휴대폰을 맡기고 입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난 2011년 열린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회는 ‘휴대폰 소음 없는 대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대회장 입장 전 휴대폰을 맡기고 경기를 관람하도록 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휴대폰 관련 소음 문화가 근절되려면 이런 이벤트를 더 상시적으로 진행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최경주는 “성숙한 갤러리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휴대폰 사용 자제가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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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신한동해오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