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2역 맡은 형에게 더블 페이를 고려보겠다.”

황중곤이 캐디백을 맡은 친형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황중곤은 25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 골프장에서 끝난 제60회 KPGA선수권에서 최종 20언더파로 우승했다. 메이저 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우승 상금 2억원을 챙겼다. 올 시즌 첫 승에다 두둑한 상금까지 챙긴 형제는 환하게 웃었다. 황중곤-중석 형제 콤비는 같이 출전한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합작했다.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형 중석씨는 트레이너를 겸하고 있다. 황중곤은 “일본에 트레이너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형한테 부탁해서 마사지를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캐디피와 트레이너피 2배를 지불해야 하는 게 아니냐’라는 질문에 황중곤은 “고려해보겠다”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중석씨는 골프를 전문으로 하지 않았지만 퍼트 라인을 잘 읽는다고 한다. 그래서 9번 홀 이글 퍼트와 17번 홀 버디 퍼트 등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퍼트 라인을 조언하며 큰 도움을 줬다. 황중곤은 “퍼트에 강한 편이 아니다. 형의 도움을 받는 편”이라고 털어놓았다. 황중곤은 형과 함께 지난해 한국오픈에서 첫 호흡을 맞춘 뒤 성적이 괜찮아 계속해서 콤비로 활약하고 있다.

황중곤의 골프 스승은 아버지 황병원씨다. 70타대를 치는 아버지가 황중곤의 골프 입문을 도왔다. 황중곤에게는 정신적인 지주이기도 하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감을 주려고 하는 편이다. 저와는 달리 표현을 많이 하시는 편이다. 믿음을 주는 말들이 멘털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내기 골프를 하며 실력을 키운 황중곤은 중학교 3학년 때 아빠를 뛰어 넘었다고 한다.

2011년 일본 투어에서 먼저 활동했던 황중곤은 스스로 자립심을 키워나갔다. 만 19세의 나이에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던 그는 “첫 해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부모님에게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 하려는 마음이 강했다. 계속 혼자 해결하려 노력하다 보니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황중곤은 국내와 해외(JGTO 3승)를 통틀어 5승을 챙기며 차세대 스타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메이저 첫 우승이기도 하고 가장 값진 우승컵”이라며 기뻐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얻은 PGA투어 CJ컵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WGC HSBC 대회에 한 번 나간 적이 있는데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너무 기분이 좋고 주눅 들지 않고 제 플레이를 해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황중곤은 ‘도라에몽’ 캐릭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항상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다니는 황중곤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의 진구를 닮았다. 그는 “도라에몽 별명이 마음에 든다. 안경은 어릴 때부터 써서 계속 뿔테를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황중곤은 쇼트게임을 보완해 PGA투어 진출을 꿈꾸겠다고 덧붙였다.

양산=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