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미국 골프 브랜드 회사인 클리블랜드에서 출시한 265g짜리 CG블랙 드라이버는 ‘깃털 드라이버’로 불리며 화제를 낳았다. 당시만 해도 드라이버는 총중량 300g이 넘는 것이 당연시 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골프 클럽 시장에서 300g이 훌쩍 넘는 드라이버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드라이버는 해마다 가벼워지고 있으며,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기술 개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이버 경량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그립과 샤프트다. 2년 전만 해도 40g 안팎이었던 샤프트는 지난해부터 20~30g대로 가벼워졌다. 지난해 30g대 에어스피더 샤프트를 선보인 후지쿠라 사는 올해 무게를 28g까지 낮춘 제로스피더를 선보였다. 40~50g이었던 그립도 무게를 절반 이상 덜어낸 20g대 제품이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가벼운 드라이버는 ① 편안한 스윙을 하면서 ② 헤드 스피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③ 클럽이 버거워 스윙을 제대로 못하고 슬라이스로 고민하는 골퍼들에게 스퀘어 임팩트를 할 확률을 높여줄 수 있다.

◆ 일본 브랜드, 경량화에 적극적

드라이버 경량화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쪽은 일본 브랜드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경량화 라인을 따로 두고 있다.

던롭의 브랜드인 젝시오는 올해 신제품 프라임 로열 에디션의 무게를 기존 제품 대비 4g 더 줄인 252g까지 낮췄다. 기존 모델과 헤드 중량(193g)은 같지만 그립(23g)과 샤프트(36g)에서 2g씩을 덜어냈다. 프라임 로열 에디션 여성용 클럽의 중량은 245g으로 이보다 더 가볍다. 젝시오 측은 “2013년 출시했던 젝시오 프라임 7 대비 전체 중량을 16g 정도 가볍게 했다. 경량화로 인한 스윙 스피드 증대 효과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수준이다. 샤프트의 무게중심을 그립 쪽으로 당겨 좀 더 효율적인 힘 전달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리믹스 드라이버를 출시하고 있는 야마하골프는 올 시즌 경량화 라인으로 신제품 인프레스 UD+2 드라이버(279g)를 새롭게 출시했다. UD+2는 2015년 출시돼 히트를 친 UD+2 아이언을 잇는 경량화 라인이다. 가벼운 드라이버가 주로 50~60대 중·장년 골퍼들을 주요 타깃 층으로 삼는 것과 달리 UD+2 드라이버는 30대 중반 이상의 골퍼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헤드 디자인은 물론 샤프트의 컬러와 디자인 역시 젊은 골퍼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일본 브랜드라고 해서 다 경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즈노의 신제품 MX 330은 총중량 302g으로 300g이 넘는다. 한국 전용 모델인 MX 330은 드라이버의 방향성을 위해 기존 450cc였던 헤드 사이즈를 460cc로 키웠다. 페이스에 인접한 솔 부분에 웨이브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묵직한 헤드 감으로 비거리를 늘리고 싶어하는 골퍼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8g짜리 무게추가 달려 있는 요넥스 이존 XPG HD는 기본 모델 기준 총중량 314g으로 시판 중인 드라이버 중 가장 무겁다. 헤드에 텅스텐 웨이트 추와 그립에 텅스텐 파우더를 추가한 듀얼 텅스턴 파워 시스템을 적용해 야구 방망이처럼 묵직하게 휘둘러 그 무게로 비거리를 내도록 한 콘셉트이다.

던롭의 또 다른 브랜드인 스릭슨의 Z 드라이버도 무게감이 있는 드라이버를 원하는 골퍼들을 위한 제품이다. 물결 모양의 파워 웨이브를 헤드에 배치해 총중량이 310g을 넘는다. 투어 버전용으로 출시돼 선수들이 사용하고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근력이 있고 볼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상급자 골퍼들이 주요 타깃 층이다.

혼마 골프도 스테디셀러인 시니어용 드라이버 베레스 키와미(264g)와 별도로 젊은 층을 겨냥한 TW737(305g)에 공을 들이고 있다. TW737은 TW 시리즈 세 번째 버전으로 투어 프로들의 피드백이 반영된 제품이다.

브리지스톤골프는 아주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콘셉트를 택했다. 신제품 J817 드라이버(304g)는 초·중급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다. 중량은 300g이 넘지만 기존 제품보다 샤프트의 강성이 약해 힘이 없는 골퍼들도 공을 편안하게 띄울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헤드는 샬로페이스 형태로 넓게 보이는 디자인을 채택해 초보자들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브랜드들은 헤드의 특성을 조절해 스윙 스패드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미국 브랜드는 무게보다는 헤드 디자인에 중점

미국 브랜드 역시 일본 브랜드만큼은 아니지만 기존 모델에 비해 드라이버의 총중량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헤드의 특성을 조절해 스윙 스피드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캘러웨이골프의 신제품 에픽 드라이버는 페이스 뒤편에 크라운과 솔을 연결하는 2개(각 3g)의 티타늄 바를 배치한 제일브레이크 테크놀로지로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가볍고 강한 2개의 티타늄 바가 임팩트 때 헤드 크라운과 솔의 휘어짐을 줄여준다. 이를 통해 페이스의 탄성이 높아졌고 에너지 손실이 최소화되면서 볼 스피드와 비거리 증대 효과도 볼 수 있다는 평가다. 크라운에는 공기역학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한 스피드 스텝 테크놀로지가 적용돼 헤드 스피드가 향상됐다. 미국 스펙은 315g까지 무게가 나가지만 아시안 스펙은 샤프트와 그립 조정으로 296g까지 무게에 대한 부담을 줄인 것도 인기 요인이다.

테일러메이드의 M2 드라이버(293g)는 관용성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솔과 토우 부분을 움푹 들어가게 해 클럽 페이스를 넓힌‘지오쿠스틱(Geocoustic™)’ 디자인을 채택해 스위트 스폿이 더 넓어졌고 이전 버전보다 관용성이 좋아졌다. 크라운 무게를 줄이고 밀도가 낮은 소재인 9-1-1 티타늄을 헤드에 사용해 헤드 무게를 약 25g 감소시킨 결과 스윙이 편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절감된 무게를 솔의 낮은 후방에 재분배해 더 높은 관성 모멘트 효과를 내고 효율적인 에너지 전달을 해주면서 최대 비거리를 내도록 설계했다. 테일러메이드 측은 “셀프튜닝 제품인 M1은 볼을 컨트롤할 수 있는 골퍼들이 선호한다면 M2는 요즘 트렌드에 맞는 가볍고 편안한 스윙이 가능한 제품”이라고 했다.

핑골프의 G 드라이버(293g)는 기존 제품에 비해 총중량은 8g 가벼워졌지만 공에 에너지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드라이버 헤드는 더 무거워진 것이 특징이다. 헤드가 무거워지면 스윙 웨이트가 많이 나가 휘두르기 어려워진다. G 드라이버는 샤프트의 헤드 쪽인 팁의 무게를 그립 쪽인 버트 쪽으로 이동시켜 밸런스 포인트를 맞췄다. 샤프트의 강도와 함께 무게를 기존 제품보다 줄이면서 시니어 층까지 타깃을 넓혔다.

타이틀리스트는 비거리와 함께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클럽 샤프트 길이를 45인치로 기본 세팅한 917 드라이버(296g)를 선보이고 있다. 917은 샤프트 길이가 길지 않은 만큼 헤드의 무게가 무거운 편(198~206g)이다. 드라이버 헤드에 슈어핏 CG 무게추 시스템을 적용해 솔 하단의 홈에 원통형 무게추를 넣는 작업으로 골퍼들이 원하는 헤드 무게까지 정교하게 피팅할 수 있도록 했다. 다섯 가지 무게추 밸런스에 따라 헤드의 무게중심을 토우, 중앙, 힐 쪽으로 배치해 페이드, 스트레이트, 드로 등 원하는 구질을 만들 수 있다. 페이스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방사형 스피드 페이스 2.0은 미스샷 때 에너지의 손실을 최소화한다.

◆ 225g 드라이버 출시, 근력과 스윙 웨이트 맞춰 클럽 선택하면 효과

드라이버의 경량화 추세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고반발 클럽 전문 브랜드인 뱅골프에서 5월 중 출시 예정인 롱 디스턴스 라이트의 무게는 시중에 나와 있는 최경량 제품인 프라임 로열 에디션 여성용(245g)보다 20g이 가벼운 225g이다. 뱅골프 측은 “가벼운 드라이버를 찾는 시장의 수요가 생각보다 많은 상황을 감안해 3년여의 연구 끝에 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롱 디스턴스 라이트가 무게를 쏙 줄인 요인도 그립과 샤프트다. 36g짜리 샤프트에 20g짜리 그립을 끼웠고 4세대 우주 항공 소재를 적용해 드라이버 헤드 무게를 169g으로 줄였다. 여기에 36가지 강도의 샤프트를 구비하고 샤프트의 길이를 조절해 클럽의 중량만큼 중요한 요소인 스윙 웨이트를 골프 개개인에 맞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비거리를 원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해 반발계수 0.925, 0.930, 0.962인 세 가지 종류의 헤드를 적용한다. 뱅골프 측은 “225g부터 305g까지 개인에게 최적화된 피팅을 해주면서 어떤 힘을 가진 골퍼라도 비거리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일반적인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 가벼운 드라이버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드라이버는 ① 시니어 골퍼를 비롯해 근력이 약해 비거리가 나지 않는 골퍼 ② 기존에 사용하던 클럽이 무거워 컨트롤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골퍼들이 사용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상급자나 힘이 좋은 프로들은 클럽이 가벼워지면 오히려 스윙 스피드가 느려지면서 손실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남성 골퍼들의 드라이버 스윙 스피드는 80마일 후반(약 140km/h), 시니어 골퍼는 70마일 후반(124km/h) 정도. 성인 남성이라면 대개 290g 안팎, 이보다 근력이 약하다면 280g 이하의 제품을 쓰면 된다. 시니어 골퍼들은 근력에 따라 그 이하의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클럽의 무게뿐 아니라 스윙 웨이트가 맞아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클럽을 선택할 때에는 자신의 체중과 근력은 물론 기존에 사용했던 클럽의 사양을 체크한 뒤 스윙 테스트를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스윙 웨이트를 찾아야 한다. 상급자나 프로 골퍼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스윙 웨이트는 헤드 쪽이 더 무거운 D1, D2가 일반적. 아마추어 골퍼들은 그립 쪽에 무게가 쏠리는 C9이 많다. 스윙 웨이트는 같은 헤드일 경우 샤프트 길이로 조정하거나 같은 샤프트 길이에서는 헤드 크기로 조정할 수 있으며 개개인에 따라 편안함을 느끼는 스윙 웨이트는 다 다르다. J&J 길제성 피터는 “최근의 흐름은 편안하게 치면서 골퍼에게 최적화된 스윙 웨이트를 찾아주는 추세다. 골퍼에게는 누구에게나 적절한 클럽 무게가 있고 그래야 자신의 스윙을 100% 할 수 있다. 가벼운 드라이버가 많아지는 것은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