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퀘일할로우 골프클럽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개막 전만 해도 3명의 사나이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겨냥한 조던 스피스(미국), ‘퀘일할로우의 제왕’으로 불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일본인 최초 메이저 우승을 노린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다.

스피스와 매킬로이, 마쓰야마는 최후의 우승자가 되지 못했지만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 중 최종 라운드까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던 마쓰야마가 5언더파 공동 5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마쓰야마는 최종일 한때 단독 선두까지 치고 나가는 등 일본인 첫 메이저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11~13번 홀에서 3연속 보기를 적으며 선두 경쟁에서 밀려났다.

마쓰야마는 1, 2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쳤지만 중요한 3, 4라운드에서 오버파 스코어를 적으며 일본인들의 염원을 이뤄주지 못했다. 세계랭킹 3위 마쓰야마는 이번 대회가 매우 중요했다. 우승을 차지하면 아시아 최초로 세계랭킹 1위 등극도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지난 2009년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미국)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아시아인 첫 메이저 우승컵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시아인에게 여전히 메이저의 벽은 높았다.

마쓰야마는 올해 US오픈 공동 2위를 포함해 4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톱5 2번을 기록했다. 올해 가장 좋지 않은 메이저 성적이 디 오픈 공동 14위일 정도로 큰 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냈다. 또 올 시즌에만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를 두 차례나 정복할 정도로 빼어난 기량을 뽐내 메이저를 정복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랭킹 4위 매킬로이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최종 1오버파 공동 22위에 올랐다. 2오버파 공동 28위에 머문 스피스보다 성적이 좋았다. 매킬로이는 1~3라운드에서 오버파를 기록하다 부담이 적었던 최종 라운드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적었다.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 전까지 퀘일할로우 코스에서 7번 출전해 우승 2번을 차지할 정도로 강세를 나타냈다. 2010년 PGA투어 첫 승도 이곳에서 거뒀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몸상태가 여전히 100%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는 매킬로이가 PGA챔피언십 이후 갈비뼈 부상 부위를 점검 받기 위해 북아일랜드로 떠났다고 전했다. 매킬로이는 정밀검진 후 트레이너와 상의해 투어 복귀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고, PGA투어 플레이오프 때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디 오픈 우승자 스피스는 제대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이번 대회를 마쳤다. 마지막 날 처음으로 언더파 스코어를 적긴 했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마지막 날 7번 홀에서 공을 두 번이나 워터해저드에 빠트려 6온1퍼트로 더블 보기를 기록한 게 못내 아쉬웠다. 스피스는 후반에는 보기 없이 버디 3개 낚으며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그렇지만 퀘일할로우의 난코스인 ‘그린마일(16~18번 홀)’에서 버디 1개만을 낚는데 머물렀다.

스피스는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실패했다. 역대 최연소 기록은 우즈의 24세7개월이었다. 스피스는 24세1개월의 나이로 그랜드슬램 정복을 노렸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여자친구와 함께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스피스는 절친 저스틴 토마스의 우승을 축하해주는데 만족해야 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