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매니저와 함께 꿈꾸는 미래

육 씨는 당연한 욕심이 있었다. 남다른 내조로 남편을 최고의 인기 스타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육 씨는 허인회 길들이기에 나섰다. 일단 행동을 최대한 겸손하고 신사답게 하라고 주문했다. 팬들에게 스마일로 다가서고, 팬 서비스는 이왕이면 화끈하게 한다는 게 행동지침이었다. 하지만 허인회만의 거친 스타일을 다듬는 것이 마냥 좋은 게 아니었다. 육 씨는 “처음에는 ‘사람 만들겠다’, ‘인기 많게 해주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선후배들에게도 무조건 다 잘해주고 깍듯이 대했는데 독이 돼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육 씨는 “‘너무 내 식으로 길들였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빠가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시행착오가 있었고,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을 텐데 단순히 바꾸려 한 것 같다”며 “지금은 오빠가 골프장에서 하는 행동들은 예전처럼 주관대로 할 수 있게끔 놔두고 있다. 다만 공적이고 외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을 많이 나누고 있다”고 속 시원하게 밝혔다.



육 씨는 허인회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골프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허인회를 따라다니고, 캐디백도 메면서 골프를 보는 식견이 높아졌다.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지만 누구보다 허인회의 스윙과 몸 상태에 대해서는 꿰고 있었다. 최근 아내의 조언을 듣고 허인회가 클럽 피팅을 다시 받기도 했다. 육 씨는 “욕심 때문인지 오빠가 무거운 클럽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어느 날 ‘오빠, 스윙이 버거워 보인다’고 얘기해줬다. 자신도 모르게 약간 무거운 클럽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을 깨닫고 다시 피팅을 받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허인회는 아내의 조언을 듣고 다시 자신에게 꼭 맞는 클럽을 갖게 됐다. 그는 “아내가 내가 급하거나 화나면 조금씩 빨라지는 스윙과 루틴 등의 미세한 변화를 찾아내 말해줬다.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것까지 알려줘서 침착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 가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방긋 웃었다. 아내는 매의 눈으로 허인회가 자신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멘털 관리까지 돕는다고 했다.



남편의 마음도 잘 읽는다. 지난 7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 스릭슨 후쿠시마 오픈 당시 육 씨는 일본을 깜짝 방문했다. 허인회가 3일 연속 선두를 달렸고, 우승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육 씨는 “행여나 내가 간다고 하면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 아무 말도 없이 몰래 비행기를 탔다. 그래도 우승을 한다면 옆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육 씨는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골프장까지 500km가 넘는 거리를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택시비만 80만원 이상이 나왔다. 육 씨가 골프장에 도착했을 때 허인회는 18번 홀 세컨드 샷을 앞두고 있었다. 허인회는 2온에 성공했지만 10m 이상의 긴 이글 퍼트를 실패했고, 결국 1타 차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겨냥했던 허인회는 실망감이 컸지만 예상치 못한 아내의 등장에 함박미소를 지었다. 그는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아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쉬움이 모두 사라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데 우승을 못한 게 뭐가 그리 대수냐며 넘겼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허인회는 당초 올 시즌 목표를 KPGA투어 4승, 해외 2승으로 잡았다. 하지만 전반기에 우승컵을 수확하지 못해 조정했다. 그는 “국내 2승, 일본 2승을 목표로 하겠다. 자신 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옆에 있던 육 씨도 덩달아 입술을 야무지게 다물었다. “앞으로 최고의 매니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육 씨의 남다른 각오에 허인회도 환한 미소로 응답했다.



Talk +
Q : 주량은 어떻게 되나?
인회 : 소주 3병 정도. 독주를 좋아한다.
은채 : 소주 2병은 마신다.

Q : 가장 싫어하는 캐디의 행동은?
인회 : 내 분신과도 같은 그립을 맨손으로 잡는 것.

Q : 장타 비결은?
인회 : 낮은 6도 로프트를 사용하고, 하체를 고정한 채 상체 턴을 최대화한다. 샤프트는 가볍지만 강한 40g대 X를 쓴다. 1야드라도 더 멀리 보내기 위해 티를 최대한 높인다. 코킹도 가능한 많이 해준다.

Q : 징크스가 있다면?
인회 : 딱히 징크스가 없다.
은채 : 캐디를 할 때 노 메이크업으로 캐디백을 메고 단발머리를 고수한다. 화장기 없이 백을 메니 갑자기 경기가 잘 풀렸다. 또 옷은 반듯하게 갠다. 예전에 오빠가 옷을 뒤집어서 뒀는데 꼭 경기가 뒤집힐 것 같아서 지금은 바르게 정돈한다.




Q : 골프장에 꼭 챙겨가는 행운의 마스코트가 있다면?
인회 : 콩이와 욱이 캐릭터가 있다. 콩이는 도마뱀 백팩인데 중요한 대회 등에 꼭 메고 간다. 욱이는 은채가 직접 만든 강아지 헤드 커버다. 비장의 무기인 2번 아이언에 씌운다.

Q :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인회 : 라면과 참치김밥. 버터와 마요네즈를 정말 좋아해서 밥에 말아서 먹을 정도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대부분 좋아한다고 보면 된다.
은채 : 대회 때는 오빠한테 모두 맞춘다.

Q : 부부 싸움의 주요 원인은?
인회 : 음식 등 정말 사소한 것으로 싸우기 때문에 양보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은채 : 가끔 ‘골프에 대해 네가 뭘 알아’라고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싸움의 원인이 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