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은 죽었다.'

2일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 리버티내셔널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 대 인터내셔널 팀의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 미국 팀이 대승하자 나온 평가다. 미국은 마지막 날 열린 싱글 매치 12경기에서 3승3무6패로 승점 4.5점을 추가해 19대 11로 대승했다.

미국의 대승은 대회 첫 날부터 이미 점쳐졌다. 두 선수가 한 개의 공을 번갈아 치는 포섬 경기에서 미국은 인터내셔널 팀을 3.5대 1.5로 앞섰다. 둘째 날 포볼 매치(두 선수가 각자의 공을 친 뒤 더 나은 스코어를 채택)에서 양팀의 격차는 8대 2로 더 크게 벌어졌다. 미국 팀은 대회 사흘 째 포섬, 포볼 매치에서 6승1무1패로 승점 6.5점을 보태면서 14.5점-3.5점으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승에 필요한 승점이 15.5점이기 때문에 미국이 마지막 날 싱글 매치플레이 12경기 가운데 한 경기 이상 이기거나 두 경기 이상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 짓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패배가 확정된 인터내셔널 팀은 최종일에 6승3무3패로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인터내셔널 팀의 네 번째 주자였던 김시우가 패하고 일찌감치 미국 팀의 우승이 결정되면서 나머지 8개의 매치는 김 빠진 경기가 되고 말았다.

미국 팀은 이번 승리로 대회 7연패이자 통산 10번 째 우승을 차지했다. 1994년 창설된 이 대회 역대 전적에서도 10승1무1패로 절대적 우세를 이어갔다. 미국과 인터내셔널 팀의 승점 차는 지난 2000년 대회(미국 21.5점-인터내셔널 10.5점) 이후 최다 점수 차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의 쉐인 라이언은 "프레지던츠컵의 경기 방식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23년 동안 인터내셔널 팀이 미국을 넘어서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여실해졌다. 팬들에게도 조롱을 받는 대회가 되어 버렸다"고 평가했다.

프레지던츠컵은 지난 1994년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라이더컵을 본따 창설됐다. 초창기에는 '라이더컵의 모방'이라며 주목받지 못했지만 라이더컵이 열리지 않는 해에 열리는 대륙 대항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라이더컵과 달리 인터내셔널 팀 선수들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가 계속되면서 경기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골프계에서는 프레지던츠컵을 국가대항전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명의 선수를 묶어 국가 당 최대 2~3개 팀을 만들고, 유럽 국가를 포함시켜 포볼 형식의 매치 플레이를 치르는 방식이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월드골프챔피언십 매치플레이처럼 32팀의 형식을 복사해 경기를 치르고 최종 8팀이 챔피언을 결정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며 "골프 팬들은 더 이상 인터내셔널 선수들이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한다"고 꼬집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