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는 ‘탱크’라는 별명처럼 항상 어려운 길 앞에서 자신의 소신대로 전진했다. 1999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 입성했고, 2007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재단을 설립해 주니어 양성에 눈길을 돌렸다. 2011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대회를 주최하면서 선수로서, 또 호스트로서 한국 골프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누구나 갈 수 없는 길,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이 최경주가 걸어온 길이다.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최경주의 앞에는 끊임없는 새로운 길이 있을 뿐이다.

최경주가 걸어온 길은 ‘도전’ 그 자체였다. 전라남도 완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역도를 하다 골프로 전향한 것도 그랬고, 47세의 나이로 18년째 PGA투어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PGA투어 아시아 선수 최다승(8승), 통산 상금 랭킹 25위(3211만4259달러, 약 363억7000만원) 등 굵직굵직한 기록들도 모두 그의 굵은 땀방울에서 비롯됐다. 어느덧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최경주는 한국 골프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 있다. 최경주재단을 통해 골프 꿈나무를 키워내고, 지역 사회를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하며 남자 골프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은 10월 중순 대회장인 정산 컨트리클럽을 찾아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최경주를 만났다. 구수한 말투와 쉴 새 없는 입담 속에서도 한국 골프의 발전을 위한 최경주의 진지한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6회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소감은 어떤가?
대회를 준비할 때마다 항상 어떤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좋을지 생각한다. 선수들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코스 난이도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런 다양한 고민들을 한다. PD도 아닌데 방송 중계에 대해서까지 고민한다. 골프장, 스폰서, 방송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야 선수들도 살 수 있다.

지난 2015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대회가 열리지 못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두 가지를 생각하면서 대회 개최를 시작했다. 첫 번째는 한국 골프의 발전이다. 단순히 대회 수가 늘어나고 트로피를 쥐어준다고 해서 한국 골프가 발전하는 게 아니다. 선수들에게 감정을 심어줘야 한다. 정말 열심히 해서 소중히 돈을 벌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 그래서 난이도도 어렵고, 전장도 길게 세팅하겠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 요즘 한국 남자 골프 대회의 경우 대회 수는 많아졌지만 난이도가 쉬운 편이다. 언더파도 너무 많이 나온다. 이런 점은 오히려 발전이 아니라 퇴보라고 본다.

두 번째는 꿈나무 육성을 위한 비용 마련이다. 과거에 타이거 우즈에게 “대회를 주최하면 얼마가 남느냐?”고 물었는데 “10억 정도 남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한국 대회도 ‘10분의 1은 남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웃음). 그래도 꿈나무 육성에 큰 비중을 두면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항상 진솔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랬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현대해상이라는 큰 스폰서도 얻은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경주재단은 꿈나무 육성뿐 아니라 많은 자선 활동도 하고 있는데.
PGA투어는 지금까지 1000만 달러(약 113억원)가 넘는 돈을 지역 사회에 기부했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서 PGA투어가 열린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변해야 한다. 최경주재단도 ‘어떻게 하면 지역 사회를 위한 보탬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 때는 대회장 근처에 있는 폐교 위기의 학교를 돕기로 했다. 수익금의 일부를 전달하고 학교에 들러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 포인트 레슨을 해줄 예정이다.

재단을 설립한 계기가 있나?
처음 미국에 갔을 때 투어 동료들이 ‘채리티(Charity : 자선)’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걸 봤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서 채리티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2007년 잭 니클라우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했을 때 ‘나도 재단을 만들어 꿈나무들을 지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의식을 공유하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싶어서 설립하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경주가 돈이 많으니까 그런 일을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데 그건 아니다. 자선은 돈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대회의 호스트이지만 선수로도 출전한다. 선수로만 대회에 출전할 때와 차이가 있나?
선수로만 활동할 때는 개인적인 것들만 생각했다. 내 컨디션, 체력, 기술적인 부분만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외적인 것들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스폰서와의 관계, 코스에서 생기는 여러 일들이 모두 신경 쓰인다. 예전에는 대회를 운영하는 인력이 몇 명이든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눈에 들어온다. 돈이 어떻게, 얼마나 쓰였는지도 머릿속에서 계산이 된다(웃음). 대회 도중 코스 내에 세워진 백 보드 재질이 궁금해 만져본 적도 있다. 여러 가지를 챙기다 보니 스트레스도 받지만 재미있다. 밥상에 반찬이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다. 대회 전까지는 주최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대회에 들어가면 선수로서 대회에 집중하려고 한다.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