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경기를 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예쁜 조합’이 있다. 바로 브룩과 브리타니 헨더슨 자매다. LPGA투어에서 동성끼리 선수와 캐디의 조합을 이루는 경우가 드문 데다 둘 다 미인인 경우는 더더욱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최고의 팀워크로 기량도 세계 정상급이다. 눈길이 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2015년 투어에 데뷔한 헨더슨은 올 시즌 2승을 포함해 벌써 통산 5승을 올렸다. 만 20세가 갓 넘은 어린 선수가 5승을 챙겼다는 건 천재성이 동반돼야 가능한 일이다. 2017년에 헨더슨 자매는 30개 대회에 출전해 톱 10 8회(2승 포함)를 기록했고, 150만 달러를 벌어들여 상금 순위 6위에 올랐다. 2년 연속으로 다승과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혼자가 아닌 둘이어서 달성 가능했던 기록이기도 하다.

브룩은 “언니는 절친이자 나의 캐디이기도 해서 너무나 특별하다. 코스 안팎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혼자였다면 약육강식의 투어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브룩은 자신의 골프 원동력이 ‘가족’에서 비롯됐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는 “정말 최고의 가족이 곁에 있다. 내가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많은 부분들을 희생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언니 브리타니가 먼저 골프를 시작하면서 시작된 브룩의 골프 인생에서 언니는 롤모델이기도 했다.

시메트라 투어에서 활약했던 언니 브리타니는 선수로서의 꿈을 잠시 접어두고 동생의 전담 캐디를 택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자 희생이다. 이런 언니의 존재만으로 브룩의 전력은 배가된다. 헨더슨 자매에게 골프를 가르쳤던 아버지 데이브도 “브리타니의 역할은 상당히 크고, 헌신적이다. 정신적으로, 멘털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며 함께 투어를 헤쳐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던 데이브는 “가족에게 큰 가치를 둔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눈다. 브룩과 브리타니도 학생들을 가르치듯 키웠고, 다양한 것들을 깨닫고 느끼면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캐디로서 브리타니의 성취감도 높았다. 브리타니는 “브룩이 좋은 플레이를 하면 마치 내가 그렇게 한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에 브룩의 이름이 새겨졌다. ‘헨더슨’라는 라스트 네임이 브룩 다음에 새겨졌는데 우리 가족 네 명의 목표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우리는 늘 함께 이 짜릿함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언니와 가족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래도 최종 결정권은 브룩에게 있다. 브룩은 “언니와는 싸우지 않고 잘 지낸다. 중요한 순간에 결정권은 내게 있다. 물론 언니는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 최고 여행지 뉴질랜드, 최고 스윙어 전인지

헨더슨 자매에게는 올해 2승째를 챙겼던 맥케이슨 뉴질랜드 여자오픈이 가장 인상적인 대회였다. 악천후로 5일간 경기를 해야 했던 뉴질랜드에서 언니의 역할은 더없이 컸다. 브룩은 “뉴질랜드 대회의 우승은 특별했다. 마지막 라운드 때 언니가 평소와 달리 그린 라인을 봐줬고, 클럽 선택도 정해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브리타니는 강한 정신력으로 동생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코틀랜드 같은 링크스 코스에서 헨더슨 자매는 비바람에 맞서 자연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브룩은 올해도 33개 대회 중 30개 대회를 소화하며 긴 시즌을 보냈다. 단 3개 대회만 불참했고, 톱랭커 선수들 중에 대회 출전 수가 가장 많았다. 2016년에는 31개 대회로 전체 선수 중 출전 경기 수가 가장 많았다. 많은 대회에 출전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브룩은 “랭킹에 도움 되는 것뿐만 아니라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전 세계를 여행하고 새로운 곳에 가보는 것도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몇 년 뒤에는 이렇게 자주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너무 즐겁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지칠 때도 있지만 새로운 곳에 가고 여행하면서 나오는 아드레날린이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오프시즌이 길기 때문에 그때 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철 체력을 뽐내고 있는 브룩은 언니와 함께여서 더욱 즐겁다. 브룩은 “같이 여행을 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어서 더없이 좋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뉴질랜드. 브룩은 “뉴질랜드에서 우승도 했고, 따로 여행을 한 적도 있어서 최고의 여행지로 느껴진다”며 들뜬 목소리로 설명했다. 한국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브룩은 “최운정이 한국에서 고깃에 데려갔었는데 특별한 경험이었다. 최운정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도 이런 경험들이 더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주간에 열렸던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에 초대된 헨더슨 자매는 한국 음식과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였다.

브룩은 한국 선수들과 두루 잘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자매들의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브룩은 “한국 선수들은 골프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착하고, 재밌고, 친절하다. 전인지, 최운정 등이 떠오른다. 하나같이 착해서 이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어서 즐겁다”고 남다른 동료애를 드러냈다. 좋은 스윙 가진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전인지를 콕 찍었다. 그는 “전인지의 스윙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유소연도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다. 에리야 쭈타누깐의 스윙도 정말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 올해의 선수 수상과 세계 랭킹 1위 꿈

브룩은 또 다른 ‘골프 천재’ 리디아 고와 곧잘 비교되곤 한다. 둘은 어린 나이에 남다른 업적을 새기며 주목을 끌었다. 리디아 고는 2012년 1월 뉴사우스웨일스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14세 9개월 5일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5개월 뒤 브룩이 캐나다 여자투어 36홀 경기에서 14세 9개월 3일의 나이로 우승하며 리디아 고의 기록을 경신했다. 9월생인 헨더슨은 4월생인 리디아 고보다 생일이 늦다.

리디아 고와 비교해서 브룩의 최대 강점은 파워풀한 스윙을 구사하는 것이다. 브룩은 48인치나 되는 최장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다. 올해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 263.58야드로 이 부문 20위에 올랐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배운 아이스하키도 장타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그는 “아이스하키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강인해지도록 도움이 됐다. 두 개의 스포츠를 하면서 키운 힘이 스윙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다들 스윙이 독특하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거리가 많이 나가는 게 장점이다. 세컨드 샷을 할 때 남들보다 짧은 클럽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브룩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 출신에다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채 2014년 12월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LPGA투어 시드가 없어서 쉽지만은 않은 길을 걸었다. 그는 “프로 진출을 했을 때 신이 났지만 투어 카드가 없어서 예선전, 스폰서 초청 등의 대회만 출전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LPGA에서 우승하면서 투어 카드를 얻었고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브룩은 2015년 8월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우승으로 LPGA 첫 승을 신고했다. 곧바로 정회원이 됐고, 남은 시즌 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는 “열일곱 살에 불과했는데 LPGA 대회에 출전하고 우승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그 마음으로 즐기려 한다”고 활짝 웃었다.




올해도 좋은 성적을 냈지만 메이저 우승컵까지 차지했던 지난해의 기억이 더 강렬하다. 그는 “지난해 메이저 우승을 포함해 LPGA 대회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올라 최고의 해를 보냈다. 올해도 2승을 거뒀다. 현재 경기력에 대해 자신 있고, 멘털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즐기는 골프를 키워드로 삼고 있다. 브룩은 “즐기면 골프를 더 잘 치고 성적도 좋아진다”며 자신의 철학을 늘어놓았다.

올해 10개월의 대장정 레이스를 훌륭하게 소화한 헨더슨 자매는 그토록 기다려왔던 달콤한 휴식기를 갖는다. 최근 플로리다 주에 별장을 마련한 브룩은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끝나자마자 새 보금자리로 향했다. 브룩은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지낼 시간이 나를 무척 흥분시킨다”며 “투어를 다니면서 가족을 자주 못 봤는데 가족과 함께 보내는 휴가는 정말 특별할 것”이라며 설렘 가득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헨더슨 자매는 재충전을 마친 뒤 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뛸 계획이다. 가장 받고 싶은 것은 올해의 선수상이다. 브룩은 “언젠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수 있다면 큰 영광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라갔던 브룩은 세계 1위 정복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지금은 매일매일 발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 랭킹 1위는 모든 LPGA 선수들이 꿈꾸는 목표다. 지난해 2위까지 갔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며 “내년 아니면 몇 년 후에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