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송영한은 올 시즌 군 입대 문제로 고심이 깊었다. 입대 혹은 연기를 놓고 시즌 내내 저울질 했고, 2주 전 결정을 내렸다. 입대를 연기하고 내년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약을 펼치게 됐다.

중요한 결심을 내린 송영한은 올해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있다. 14일부터 인도네시아 로열 자카르타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 최종전인 인도네시안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사실 이 대회 출전 결정도 입대와 관련이 깊었다. 송영한은 아시안투어 측에 군가 시드 유예를 문의했다. 아시안투어 측으로부터 시드 유지 최소 경기 조건인 7경기를 맞추면 유예를 해준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전까지 송영한은 군 입대 의지가 강했다. 때마침 아시안투어 6경기를 소화하고 있었던 그는 인도네시안 마스터스 출전을 확정 지었다.

송영한은 인도네시안 마스터스 출국 전 JTBC골프와 인터뷰에서 출전과 관련된 일화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입대 연기를 결정하면서 사실 이번 대회 출전은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 됐다. 시드와도 관련이 없다”며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독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인도네시아는 ‘약속의 땅’이다. 2013년 인도네시아 PGA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연착륙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 JGTO Q스쿨에서 낙방한 송영한은 2013년 시드가 없었지만 JGTO와 공동 주관 대회로 열린 인도네시아 PGA챔피언십의 호성적으로 그해 하반기부터 일본 무대 출전이 가능해졌다. 그는 “후반기에 시드 리랭킹이 되면서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이후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 일본 무대에 정착할 수 있고, 2014년부터 루키로 본격적으로 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안 마스터스에는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브랜트 스니데커(미국), 통차이 자이디(태국) 등 정상급 선수들이 다수 출전한다. 또 세계랭킹 포인트가 걸린 올 시즌 마지막 투어 대회이기도 하다. 송영한은 “인도네시아 코스는 전형적인 동남아 유형이다. 쇼트게임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일단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략을 밝혔다.

올해 마무리를 위해서도 중요한 대회다. 송영한은 올해 우승 근처까진 잘 갔지만 ‘홀인’에는 실패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 투어 각 1승 목표 달성도 실패했다. JGTO에서 싱가포르 오픈과 헤이와 PGM 챔피언십에서 각 준우승을 기록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에서도 3위만 두 번 했다. 그는 “두 번째 우승이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송영한은 올해 KPGA투어에서 역대로 가장 많은 2억1000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그리고 일본에서 6927만엔(약 6억2300만원)을 획득하며 상금 순위 10위에 올랐다. 그는 “올해 점수를 매긴다면 70~75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잘했던 퍼팅이 너무 따라주지 않았다. 후반기에는 너무 심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송영한은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1.733개로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그린 적중 시 퍼트 수가 1.793개로 50위까지 밀려났다. 퍼트 난조로 우승을 놓친 적이 많았다. 상금순위도 지난해 4위에서 10위로 밀려났다.

퍼트가 잘 따라주지 않아 평균 타수도 70.21타에서 올해 70.56타로 올라갔다. 그래도 그린 적중률과 샌드 세이브율은 지난해보다 좋았다. 특히 샌드 세이브율이 64.04%로 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연습을 많이 하고 기술적인 것은 물론이고 멘털적인 부분도 점검해 내년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JTBC골프는 인도네시안 마스터스 1~4라운드를 14~17일 오후 2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