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시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에는 왕이 없다. 2년 연속 대상을 차지한 최진호가 유럽 무대로 떠났다. 2017년 최고의 히트상품인 이정환은 최진호의 빈 자리를 대체할 KPGA의 적자로 꼽힌다.

이정환의 2017년은 '새옹지마'라고 할 수 있다. 이정환은 2016년까지 무명에 가까웠다. 2017년 초 입대를 결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시 골프채를 잡은 이정환은 생애 첫 우승을 거뒀고, 최진호와 투어 최종전까지 치열한 대상 경쟁을 펼쳤다. 3억929만7344원을 벌어들이며 상금랭킹 8위에 자리했다. 2016년(676만원)과 비교해 무려 45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정환은 본인에게 '90점'을 줄 만큼 만족스러운 2017년을 보냈다. '아이언 맨'이라고 불릴 만큼 정교한 아이언 샷이 맹활약의 원동력이 됐다. 이정환은 그린 적중률 78.437%를 기록하며 이 부문 3위에 올랐다. 2016년 시즌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평균 타수도 2010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69.81타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이정환은 "아이언 샷에 대한 확실한 거리감이 생겼다. 잘 맞았을 때와 잘 맞지 않을 때의 편차가 줄어든 게 60대 타수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정환은 지난해 캐디를 맡았던 동생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골든 V1오픈 우승을 포함해 1위부터 5위를 모두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동생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성적 차이가 있었다. 학교로 돌아간 동생이 백을 내려놓은 뒤 치른 첫 대회인 대구경북오픈에서 시즌 첫 컷 탈락을 했다. 이정환은 "동생이 골프를 잘 몰라서 혼자서 결정을 해야 했다. 그래서 샷에 대한 믿음이 더 생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환은 빼어난 실력에 출중한 외모를 더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KPGA 시상식에서 팬 투표로 선정되는 스포츠토토 인기상을 수상했다. 또 JTBC골프매거진에서 조사한 '2018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인기상을 수상한 이정환은 올해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시상대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이정환은 지난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에서 아쉽게 2위를 기록했다. 이정환은 "대상을 수상한 (최)진호 형과는 출전 횟수가 같았다. 나는 컷 탈락이 있었고, 진호 형은 없었다. 만약 컷 통과를 했더라면 충분히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대상이다"라고 욕심을 드러냈다.

이정환은 대상을 포함해 올해 목표로 디 오픈 출전, 다승, CJ컵 출전, 해외 여행 5가지를 꼽았다. 디 오픈과 CJ컵 출전권이 주어지는 한국오픈과 K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다승을 차지한 뒤 해외 여행을 떠난다면 이정환에게는 최고의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