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가 유럽 무대에서 '전성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플릿우드는 지난해 레이스 투 두바이를 제패하며 새로운 ‘유럽의 제왕’으로 등극했다. 갈기 머리를 휘날리며 유러피언투어를 정복하고 있는 플릿우드는 21일 끝난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기세를 올렸다. 특히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과 차세대 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따돌리고 수확한 우승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세계 최정상급 톱랭커들과 비교했을 때도 드라이버와 아이언, 쇼트게임 등 모든 부분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 305.7야드로 호쾌한 장타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페어웨이 안착률(64.3%) 10위로 정확도도 높은 편이다. 그 중 세계 최고 수준인 송곳 아이언 샷이 장기다.

플릿우드는 아부다비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그린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고감도 샷감을 뽐냈다. 또 이번 대회에서 그린을 단 7번만 놓치는 매서운 샷감으로 유러피언투어 4승째를 신고했다. 지난해 유러피언투어에서 ‘아이언맨’ 타이틀을 차지했던 플릿우드는 올해도 그린 적중률 87.5%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플릿우드는 최종일 선두와 2타 차로 출발했다. 전반 9홀이 끝났을 때만 해도 플릿우드의 역전승은 쉽지 않아 보였다. 선두 로스 피셔(잉글랜드)와 5타 차까지 벌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플릿우드는 포기하지 않고 차곡차곡 타수를 줄여나가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10번홀 버디를 시작으로 12번과 13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신들린 퍼트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15번홀에서 먼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20언더파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기세를 몰아 16번홀에서도 12m 거리의 퍼트를 버디로 연결시키며 마침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플릿우드는 마지막 파5 18번홀에서 칩샷을 핀 1.5m 옆에 붙여 승부에 쐐기를 박는 버디를 성공시켰다.

플릿우드는 2연패가 결정되자 아내를 끌어안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플릿우드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 19일이었던 27번째 생일을 자축하며 겹경사를 맞았다. 세계랭킹은 18위에서 6계단이 뛴 12위까지 끌어올렸다. 플릿우드는 “후반 9홀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15번과 16번홀 버디가 들어갔을 때 '나의 날'임을 직감했다”며 “세컨드 샷 실수 후 좋은 칩샷이 나온 18번홀은 제가 만들어낸 최고의 업앤다운 홀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플릿우드는 지난 14일 끝난 아시아와 유럽의 대륙대항전인 유라시아컵에서 혼자 3승을 쓸어담으며 우승을 주도한 바 있다. 2018년 첫 승을 신고한 플릿우드는 오는 9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라이더컵 출전 가능성도 더욱 높였다.

4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렀던 로리 매킬로이는 아부다비 챔피언십의 4전5기 우승 도전에 이번에도 실패했다. 그 동안 준우승만 4번 했던 매킬로이는 최종 라운드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해 18언더파 공동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2라운드까지 36홀 노보기 플레이를 펼칠 정도로 견고한 샷감을 선보여 2018 시즌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