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골프스타 리 하오통이 ‘차세대 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꺾고 유러피언투어 통산 2승을 챙겼다. 시소게임 끝에 우승을 차지해 더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리 하오통은 2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에미리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타를 줄여 최종 23언더파로 우승했다. 3타를 줄이며 추격한 매킬로이를 1타 차로 따돌렸다. 또 리 하오통은 2015년 매킬로이가 작성했던 대회 최저타 우승 기록까지 경신해 기쁨이 배가됐다.

리 하오통은 2016년 볼보 차이나 오픈 이후 유러피언투어 통산 2승째를 신고했다. 중국 대륙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거둔 우승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특히 세계 톱랭커인 매킬로이와 맞대결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등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의 아시아 선수 첫 우승 기록이기도 했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했던 리 하오통은 첫 홀에서 보기를 범해 매킬로이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허용했다. 이후 둘은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을 벌이며 흥미로운 승부를 연출했다. 둘은 3번 과 7번 홀에서 나란히 버디를 낚으며 팽팽한 균형을 유지한 채 전반을 21언더파 동타로 마쳤다.

후반 시작과 함께 매킬로이가 리드를 잡았다. 10번 홀에서 매킬로이는 버디, 리 하오통이 보기를 범해 간격이 2타 차로 벌어졌다. 하지만 방심했던 탓인지 다음 홀에서 매킬로이는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린 뒤 2.5m 파 퍼트마저 놓쳐 보기를 범하며 1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12번 홀에서 리 하오통이 다시 보기를 적어 다시 2타 차가 됐다.

승부의 추가 매킬로이 쪽으로 기우는 듯 했지만 리 하오통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치고 올라왔다. 13번 홀에서 버디를 낚은 그는 15번 홀 그린 밖에서 7m 거리의 버디를 성공시키는 등 놀라운 클러치 능력을 뽐내며 21언더파로 다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매킬로이가 오히려 쫓기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16번 홀에서 매킬로이의 결정적인 티샷 미스가 나왔다. 우측으로 밀려 모래 위에서 세컨드 샷을 해야 했다. 2온에 실패한 매킬로이는 라이가 좋지 않아 세 번째 샷마저 그린을 훌쩍 넘겼다. 칩샷을 잘 붙였지만 1타를 잃고 리 하오통에게 선두를 내줬다. 17번과 18번 홀에서 숨 막히는 승부가 이어졌다. 359야드 짧은 파4인 17번 홀에서 매킬로이는 드라이버를 잡고 1온을 노렸다. 살짝 밀리면서 공은 그린 우측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나무 옆에 공이 떨어졌지만 매킬로이는 환상적인 칩샷으로 탭인 버디를 만들었다.

리 하오통도 이에 질세라 부담감이 컸던 2m 안팎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지막 파5 18번 홀에서 매킬로이는 2온에 성공했다. 리 하오통은 레이업 후 세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했다. 리 하오통은 핀 3m 옆에 공을 떨어트리며 버디 기회를 잡았다. 매킬로이의 이글 퍼트는 2m 거리에 붙였다. 먼저 버디 퍼트를 시도했던 리 하오통은 과감한 퍼트로 버디를 성공시켜 우승을 결정 지었다.

매킬로이는 복귀 2경기 만에 우승을 겨냥했지만 리 하오통에게 막혔다. 마지막 홀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22언더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매킬로이는 지난 주 아부다비 챔피언십 3위에 이어 이번에는 한 계단 오른 준우승을 차지했다. 매킬로이의 대회 세 번째 우승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중국의 신성 리 하오통에 막힌 매킬로이는 2016년 9월 PGA 투어 챔피언십 이후 무승 사슬을 끊지 못하고 있다.

‘훈 브라더스’ 왕정훈과 안병훈은 나란히 16언더파 공동 6위로 우수한 성적을 냈다. 왕정훈은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타를 줄이며 전날보다 1계단 순위를 끌어올렸다. 전날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7타를 줄이며 기세를 올린 안병훈은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더 줄여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