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18번 홀에서 패트릭 리드(미국)가 챔피언 퍼트를 하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예전에 비해 다소 조용한 갈채였다. 이로 인해 리드는 오거스타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챔피언이라는 조롱마저 들어야 했다. 또 기쁨을 만끽할 자리였지만 부모조차 보이지 않았다. 리드의 부모는 조지아주 오거스타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초대 받지 못했다.

리드는 그린재킷을 입은 선수 중 가장 환영 받지 못한 챔피언으로 꼽히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투지 넘치고 기량도 출중하지만 인성은 혀를 차게 만든다. 악동 이미지 탓이다.

리드는 2014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나는 실력으로 세계 톱5 안에 드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당시 리드의 세계랭킹은 20위에 불과했다. 리드는 우상인 타이거 우즈(미국)처럼 검은색 바지에 붉은 셔츠를 입고 최종 라운드에 출전하고 있지만 팬들은 ‘우즈 코스튬’에 달갑지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마스터스 우승 후 리드가 조지아 대학 시절 스코어를 속이고 동료의 물건을 훔친 사건 탓에 퇴출당했다는 제보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퇴출에 대해 “술을 마신 사건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골퍼가 없다. 당시 조지아대 코치도 리드의 부정행위와 비행에 대해 수긍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가족 문화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리드의 ‘부모 밀어내기’는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요소다. 리드의 부모는 지난 2014년 US오픈 대회장을 찾았다가 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리드의 요청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리드의 부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관전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리드의 부모는 “부인이 리드를 조종한다”고 주장했다. 대회장에서 쫓겨난 것도 리드의 부인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리드는 지난 2012년 자신보다 4살 연상인 저스틴 캐러인과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당시 집안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드의 부모인 빌과 지넷은 22살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아들에게 ‘신중해라’고 조언했지만 리드는 결국 가족 대신 캐러인을 택했다. 결혼 후 리드는 부모와 여동생 등 가족과 연락을 끊은 지 6년이나 됐다. 마스터스 이후 가족과 연락을 하지 않고 초대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나는 골프를 하러 왔다”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뿐 아니다. 리드의 가벼운 언행들도 말썽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대회 중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욕을 했다. 이에 대해 곧바로 사과해야 했다. 또 대회 중 무벌타 구제를 받지 못하자 “내가 조던 스피스처럼 인기가 없어서 피해를 봤다”고 말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유럽 팬들에게도 이미지는 좋지 않다. 2014년 라이더컵 당시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해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상대를 자극하는 독한 투지와 남다른 승부욕으로 ‘캡틴 아메리카’로 불리고 있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다. 오로지 자신과 부부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들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왜 인기가 없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같냐’는 질문에 “주로 SNS 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던지 신경 쓰지 않고 관심도 없다. 나는 내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답변을 내놓았다.

미국은 유럽과의 대륙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고전하다 리드가 출전한 이후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있다. 리드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통산 전적 6승2무1패라는 높은 승률을 보이고 있다. 싱글 매치에서는 한 번도 지지 않았고, 2016년 라이더컵에서는 유럽의 에이스 로리 매킬로이와의 맞대결에서 1홀 차 승리를 거두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리드는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마스터스에서 장식하며 세계랭킹 11위로 도약했다. 세계랭킹 톱1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지만 리드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미국 선수는 1~3위 더스틴 존슨, 저스틴 토마스, 조던 스피스를 비롯해 6위 리키 파울러, 9위 브룩스 켑카 등 5명이나 된다. 리드가 ‘우즈 코스튬’을 따라하며 호응을 얻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를 경시하는 것도 인기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