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섬 동부에 위치한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에 따른 용암 분출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용암 피해를 두 번이나 피한 골프장이 있어 화제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지난 3일 오전부터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한때 70m까지 용암은 치솟았을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화산 인근에 있는 레일라니 에스테이츠의 주민 1700여 명은 현재 모두 대피한 상태다.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불에 타거나 파손된 가옥은 지금까지 모두 36채로 집계됐고, 아직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미국의 골프 전문 매체인 골프닷컴은 킬라우에아 화산 인근에 있는 볼케이노 골프장이 화산 피해를 아슬아슬하게 면했다고 9일 밝혔다. 골프 코스 운영 담당 사나에 게스라이트 부회장은 “골프장은 괜찮다”고 전했다. 게스라이트 부회장을 비롯한 골프장 직원들은 위험지역에서 약 35km 떨어진 대피 지역에 피신해있다. 게스라이트는 “용암분출은 안정이 된 상태지만 여기서 언제든지 대피할 준비가 돼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볼케이노 골프장은 용암의 예상 경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볼케이노 골프장은 2008년에도 화산 폭발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 당시 골프장에서 불과 3.2km 떨어진 분화구에서 용암 분출이 있지만 부상을 입은 사람도 없고 코스도 모두 안전했다.




해발 1300m의 고원에 위치한 볼케이노 골프장은 이번에 폭발한 킬라우에아 화산과 불과 15km 남짓 떨어져 있다. 페어웨이 아래 용암이 흐르고 있고 화산 분화구의 활성 중심부에서 멀지 않아 평소에도 간간이 유황 냄새도 난다고 한다.

이 골프장은 1922년 로이 블랙쉬어가 용암이 굳은 돌 위에 모래를 깔고 잔디를 입힌 뒤 토마토 통조림 캔으로 컵을 만든 약식 골프장으로 시작했다. 방문자 수가 증가하자 1967년에 아더 잭스나이더가 지금의 18홀(파72ㆍ6572야드) 규모로 재설계했다.

정두용 기자 jung.duy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