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6홀 플레이, 롤러코스터 스코어.

4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문경준의 하루를 요약하면 이랬다. 문경준은 1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하늘코스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1, 2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며 8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날 기상악화로 23명만 1라운드를 마치는 바람에 이날 2라운드가 모두 마무리되지 못하고 순연됐다.

문경준은 하늘코스와 인연이 깊다. 골프장의 연습생으로 일했기 때문에 고향 같은 곳이다. 문경준은 “20대 청춘을 이 코스에서 보냈다. 포어캐디 누나들도 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다. 누나들이 경기 중에 응원해줘 힘이 났다”고 미소를 지었다. 문경준은 4년 전 하늘코스에서 열렸던 KPGA선수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오전에 1라운드를 치른 문경준은 거의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2라운드 경기에 돌입했다.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낚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오후 들어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다. 2라운드를 10번 홀에서 출발했는데 전반 막판에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경준은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24홀 연속 노보기 행진을 벌였던 문경준은 17번 홀(파4)에서 티샷을 살짝 미스했다. 그리고 러프에서 세컨드 샷을 쳤는데 훅이 나면서 워터해저드로 빠졌다. 1벌타를 받고 네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퍼트 거리가 꽤 멀었다. 첫 번째 퍼트가 홀을 지나갔다. 1m 거리로 더블 보기로 막을 수 있었지만 퍼트가 홀을 돌고 나오면서 4온3퍼트로 순식간에 3타를 잃었다.

코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흔들리진 않았다. 18번과 1번, 2번 홀을 파로 잘 막은 문경준은 3번 홀 이글로 반등에 성공했다. 2온에 성공했지만 거리가 꽤 멀었다. 25m 거리였는데 이글 퍼트가 훅 라인을 타고 거짓말처럼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환상적인 이글 퍼트로 인해 17번 홀 트리플 보기의 아쉬움은 순식간에 잊혀졌다.

다시 페이스를 찾은 문경준은 날씨가 화창해지고 더워지는 상황에서도 남은 홀들을 잘 마무리했다. 특히 마지막 9번 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기분 좋게 라운드를 마쳤다. 2라운드 성적표는 이글 1개, 버디 1개, 트리플 보기 1개. 문경준은 “36홀 경기는 투어에서 처음이다. 매치플레이는 36홀을 다하지 않는데 스트로크 플레이는 정말 힘들었다”며 “특히 후반 넘어갈 때쯤 머릿속이 멍해졌다.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17번 홀에서 짧은 퍼트도 놓친 것 같다. 후반 들어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보충했는데 조금씩 좋아졌다”고 밝혔다.

문경준은 “아무래도 이 코스에서는 편안함을 느낀다. 매경오픈에서는 퍼트할 때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는데 하늘코스에서는 심리적으로 안정이 돼 퍼트를 잘 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보였다. 연습생 때와는 달리 코스를 공략하고 있다. 문경준은 “20대 때는 또박또박 쳤던 코스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량이 향상된 만큼 강약을 조절하면서 코스를 공략하고 있다”며 “남은 라운드에서도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주도 이날 36홀을 소화했다. 2라운드에서 힘을 내며 4타를 더 줄인 최경주는 5언더파 공동 9위를 달리고 있다. 대회 최다 우승자(3회)인 최경주는 SK텔레콤 오픈에서 15회 연속 컷 통과 행진을 이어나갔다.

JTBC골프는 대회 3라운드를 19일 오후 2시부터 생중계한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