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8월 18일 개막한다. 한국 골프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세 번째 남녀팀 싹쓸이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 골프의 아시안게임 도전 역사는 어땠을까.

아시안게임에서 골프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이었다. 이때는 남자 골프만 정식 종목이었고, 여자는 이보다 8년 늦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 골프는 1998년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그해에만 4승을 올리며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한 이후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1980년대만 해도 달랐다. 골프가 아시안게임에 처음 들어갔을 때 한국은 아마추어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서 선수 구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첫 AG 대표팀은 ‘해외파’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한골프협회(KGA)는 고민에 빠졌다. 순수 국내 아마추어로만 팀을 꾸리면 메달권 진입이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뉴델리 대회에서의 성적이 중요했고, 또한 뉴델리 멤버를 중심으로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노려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었다.


결국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사상 첫 아시안게임 한국 골프대표팀은 대부분이 해외파로 구성됐다. 재일동포 김기섭과 김주헌, 재미동포 김병훈이 합류했다. 김기섭은 일본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김주헌은 1982년 매경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한 재일동포 선수였다. 재미동포 김병훈은 한국아마추어선수권에서 세 차례 우승한 경력을 남겼다. 이들과 함께 아마추어 김성호가 대표로 호흡을 맞췄다. 사상 첫 ‘해외파 대표팀’은 개인전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단체전에서 개최국 인도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뉴델리 멤버가 여전히 주축이 된 86년 서울 대회 대표팀은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한국팀은 뉴델리에 참가했던 김기섭, 김성호와 함께 김종필, 곽유현이 호흡을 맞췄다. 금메달을 목표로 홈 코스에서 연습하면서 장기 합숙 훈련을 한 효과가 컸다. 이들은 남자 골프 단체전에서 일본, 필리핀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서울 대회에서 한국은 단체와 더불어 개인전 우승까지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김기섭이 16번 홀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17번 홀에서 OB(아웃오브바운즈)를 내는 바람에 필리핀의 브라비오 라몬에게 역전패했다. 김기섭은 개인전 은메달을 따내며 아시안게임 골프 사상 한국의 첫 개인전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편 한국 여자 골프는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서부터 단체와 개인전을 석권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 이종임, 신소라, 원재숙, 염성미로 구성된 한국팀은 단체에서 대만을 누르고 우승했다. 개인전에서는 당시 고교 2학년이던 원재숙이 사상 첫 아시안게임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첫 금메달리스트 원재숙은 1992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로 프로에 입회해서 이후 일본 무대에서도 활약하며 일본에서만 6승을 올렸다. 49세가 된 현재까지도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장 빛난 시절 도하-광저우

한국 골프는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8개를 거둬들였다.

30여 년간의 아시안게임 골프 역사 중 한국이 가장 빛났던 때는 2006년과 2010년이다. 한국은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서 2개 대회 연속으로 남녀 골프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조리 쓸어 담았다. 또한 이때 금메달 멤버 대부분은 현재 남녀 골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2006년 도하에서는 남자 개인전에서 김경태, 여자 개인전에서 유소연이 금메달을 따며 각각 2관왕에 올랐다. 2006년 남자팀에는 김경태 외에 강성훈, 동명이인인 두 명의 김도훈이 있었고 여자팀에는 유소연 외에 최혜용, 정재은이 금메달을 합작했다. 유소연은 2017년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현재 미국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김경태와 강성훈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미국, 일본 등 해외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2010년 광저우에서는 남녀 개인전에서 김민휘, 김현수가 우승했다. 김민휘는 광저우 금메달 이후 한국을 거쳐 현재 미국 무대를 누비고 있다. 광저우 남자팀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멤버 중 이경훈도 웹닷컴투어에서 뛰며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 도전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대표는 ‘차세대 스타’

아시안게임 골프는 규정상 아마추어만 참가할 수 있다. 올림픽 골프에 전 세계 최고의 프로들이 참가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 골프는 우승자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고, 변수도 많다. 코스 난이도에 따라 깜짝 우승자도 속출한다.
또한 아시안게임 골프 성적은 해당 국가 골프 유망주의 선수층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한국 골프가 2006,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도 1998년 박세리의 성공 이후 골프채를 잡기 시작한 ‘박세리 키즈’들이 남녀 골프에서 탄탄한 선수층을 형성했고, KGA의 유망주 육성 정책도 더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그게 꽃을 피운 게 8~12년 후인 도하-광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일본처럼 안정적인 선수층을 확보한 나라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최근 골프 인구가 급증한 태국이 아시안게임 골프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슈퍼스타들이 반드시 아시안게임 대표를 거친 것은 아니다. 박인비는 학창시절을 외국에서 보내느라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고, 박세리처럼 고교 시절부터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일찌감치 프로에 도전한 경우도 있다. 박성현처럼 아마추어 시절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프로에서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 스타들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 골프대표팀을 보면서 미래의 스타를 점쳐 보는 재미는 분명 크다.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는 경쟁이 치열한 한국 골프 유망주 세계에서 최고로 인정을 받았다는 인증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될 성 부른 떡잎’들 중 대다수가 프로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자 골프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꼽히는 최혜진 역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중학생 신분으로 출전해 단체전 은메달에 힘을 보탰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던 강수연, 한희원은 이후 각각 일본,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남겼다. 강수연은 42세인 현재까지도 일본에서 맹활약하며 ‘왕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의 장정, 김주연과 남자팀의 김형태, 김대섭 역시 프로 무대에서 이름을 남긴 스타들이다.

이은경 기자 jhjh@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