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의 메라파이 골프 코스는 메라파이산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메라파이산은 2010년 11월 11일에 화산이 폭발했고, 그 전인 2006년에도 분화한 적이 있다. 최근 15년 동안 2~3년에 한 번씩은 폭발이 일어났다.

지금도 화산 입구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모습이 목격된다. 이 산은 지구상에서 가장 폭발이 자주 일어나는 활화산으로 분류되어 있다.

해발 800m에 있는 메라파이 골프 코스는 디오픈에서 통산 5승을 거둔 호주 출신 골퍼 고(故) 피터 톰슨이 디자인했는데, 전장이 길고 그린이 까다로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의 더스포츠터닷컴(www.thesportster.com)은 2016년에 ‘골퍼들이 꼭 가야 할 코스 10개, 피해야 할 코스 10개’를 소개하면서 메라파이 골프 코스를 ‘피해야 할 코스’ 중 하나로 꼽았다. 활화산 가까이에 있는 코스라 위험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실 메라파이 골프 코스는 화산이 시야에 또렷하게 보이지만, 활화산인 산 정상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더라도 화산 가까이에 있는 골프장은 무엇보다도 안전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미국 하와이주 빅아일랜드의 킬라우에아 화산이 폭발했을 때 태연하게 라운드를 했던 골퍼들은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폭발 당시 화산재가 약 900m 상공까지 치솟았고, 하와이 주거지역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그런데 폭발 당일에 볼케이노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치솟는 연기와 화산재를 배경으로 골프를 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공개돼 SNS에서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니냐’는 설전이 벌어졌다. 이들은 오전부터 골프를 하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화산이 폭발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라운드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화산 폭발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담으려는 사진기자가 볼케이노 국립공원에 있는 골프장 가까이까지 접근하면서 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사진에 포착됐던 것.

문제의 골프장은 이후 곧바로 폐쇄됐지만 안전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큰 화산 폭발 때는 화산과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서도 화산재가 날아오거나 유독 가스가 퍼질 위험 가능성이 있다. 아무나 볼 수 없는 멋진 풍경, 화산 폭발이라는 스펙터클한 풍경이 있다고 해도 일단은 라운드 보다 안전이 먼저다.

물론 활화산을 바라보며 골프를 하는 게 무서우면서도 짜릿하다는 매력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명 여행 리뷰 사이트에 소개된 메라파이 골프 코스의 리뷰를 보면, “아침 7시에 티오프 했는데 이미 우리 앞에 2팀이나 있었다. 코스는 아름답고, 풍경이 멋졌다. 클럽을 빌려서 쳤는데 총 80달러 정도 들었다”는 상세한 리뷰가 눈에 띈다.

이은경 기자 jhjh@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