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가치는 무엇인가?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다. 성적도 안 나오는데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하고, TV에도 나올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 그런 것들이 모두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다.

지난 9월호 설문 조사에서 팬들이 선정한 ‘스윙이 가장 좋은 선수’로 뽑혔는데, 스윙 비결은 무엇인가?
흐름의 끊김없이 클럽을 돌리니까 좋게 봐주실 수 있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TV 중계를 보다가도 단점을 발견하곤 한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고질병이 보인다. 나 말고도 스윙이 좋은 한국 선수들이 너무 많다. 보기에만 예쁜 것뿐 아니라 일관성있게 치는 선수가 많다.

스윙의 기본 중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타이밍이다. 몸과 팔, 하체가 얼마나 조화롭게 연결 동작을 만들고 임팩트 때 클럽 헤드가 스퀘어하게 유지되는 지가 중요하다. 결국 클럽 헤드가 열리고 닫혀 맞아 미스 샷이 생기는 것은 타이밍의 문제다.

본인의 스윙에 점수를 매긴다면?
75점 정도? 학점으로는 B마이너스다.

A를 준적은 없나?
완벽한 스윙은 없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직선으로 100번 친 모든 공이 모두 일직선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 결국 골프는 낮은 타수를 내야 하는 운동이니 스윙보다는 멘털이 중요한 것같다.

스윙과 쇼트 게임, 멘털 중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프로 골퍼는 물론 아마추어도 느끼는 것이지만 오늘은 드라이브와 퍼트까지 모두 잘 되는 것같은 날은 없을 것이다. 하나를 꼽기가 힘들다. 그나마 드라이버샷이 가장 낫고, 그래서 연습도 가장 적게 한다. 간혹 티샷이 옆으로 가거나 나무 밑으로 가도 큰 스트레스는 없다. 나에게 주어진 한 가지 복인 것같다.

2015년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나온 어프로치 샷 실패는 너무 긴장된 상황에서 나온 실수로 회자되는데.
마지막에 무거운 지게를 지고 돌멩이를 얹은 것같은 기분이 들었을 만큼 부담스러웠다. 한 홀을 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누가 나가든 연장전으로만 가면 되겠다는 기대를 안고 쳤다. 그런데 형평없는 샷이 됐다. 결국 실력이 못 미친 것같다. 그게 다다. 어쩌다 공이 두껍게 맞았냐고 질문하신다면 스핀을 먹여 공이 바운스 된 후 멈추게 하고 싶었던 샷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샷은 잘 선택했지만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그 때의 상황이 트라우마로 남을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시원시원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 기억을 지울 수는 없지만 다행히 트라우마로 남지는 않았다. 가끔 대회가 열렸던 잭니클라우스골프장에 연습을 하러 가는데 동료들에게 동영상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럼 친구 녀석이 장난을 친다고 내레이션을 넣는다. “아! 저 자리는 배상문 선수가 실수를 했던 곳입니다”고 말이다. 잘 치고 나면 캐디가 “아우, 진작에 그렇게 치지”라는 말을 해 웃음바다가 될 때도 있다. 그 동영상이 아직도 있다. ‘배상문 홀’로 불린다는 말도 들었다.



2018~2019 시즌이 시작됐다. 올 시즌 목표는?
다시 미PGA투어 루키가 된 기분이다. 웹닷컴투어 파이널 시리즈에서 치고 다시 투어카드를 얻으면서 매 대회 초심으로 돌아가 경기에 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우승을 했었는데’라는 생각을 다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치는 것이 올해 목표다.

우승은 어떤가?
우승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성적에 대한 생각은 빼고 싶다. 매 순간에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

프로 14년차인데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은가?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는 어느덧 서른 네 살이다. 스무 살 때 데뷔를 했고, 당시엔 20대 프로가 별로 없었다. 그때 서른 넘은 프로들을 보면 ‘골프에 도가 텄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 그 나이가 되다 보니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닌 것같다.

또래들은 이미 가정을 꾸렸는데, 결혼 생각은 없나?
친구 뿐 아니라 후배들도 대부분 결혼했다. 어렸을 때부터 봐온 사이인데 아이 아빠가 된 모습이 어색하고, 기분도 이상하다. 나는 언젠가 하겠지만 아직은 계획이 없다.

가정을 갖게 되면 책임감과 안정감이 생긴다고 하는데.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고,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남은 숙제인 것같다.

여자들에게 인기많은 상남자 스타일인데.
상남자인 부분도 있고 트리플 에이형 성격도 있다. 직설적이지만, 세심하면서 소심한 부분도 있다.

이상형이 있다면?
얼굴보다 마음이 예쁜 여자가 좋다. 그래도 섹시하면서 청순하면 좋겠다. 머리는 길고 피부는 까무잡잡한 스타일보다는 하얀 편이 낫다. 그러니 혼자가 아닐까.(웃음)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골프다. 경기가 없을 땐 친구들을 만나지만 게임이나 다른 운동은 안 한다. 예전에는 스키를 탔다. 하지만 골프를 한 다음부턴 추워서 못하겠다. 이제는 너무 추워서 다른 것이 재미가 없다.

골프를 안 했다면 무엇을 했을 것같나?
어렸을 때는 야구 선수가 꿈이었다. 계속 했다면 삼성 라이온즈 3번 타자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10년 뒤 본인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20대 때 든 생각은 40세에 은퇴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고, 2년의 공백이 있었으니 이젠 42세로 조정을 했다.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만 50세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마흔두 살까지 최선을 다해 쏟아 붓고 투어프로로서의 생활은 끝내고 싶다. 그 이후에는 후배나 주니어 양성에 도움을 주고 싶다.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여력이 되어야 하니 그 전까지는 미국에서 자리를 잡아 좀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것이 필요할 것같다.(웃음)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