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최다승인 43승을 기록한 전설 최상호. 43승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우승을 꼽는다면 첫 우승과 마지막 우승이 아닐까.

최상호는 1977년 9월 KPGA에 데뷔한 후 만 1년 정도가 지나 1978년 여주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최상호는 “첫 우승이 이후 승수를 쌓는데 굉장한 자신감을 줬고 밑거름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는 대회다. 43승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대회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머릿속에 기억이 남아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최상호에게 첫 우승의 기억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당시 3라운드에서 66타를 쳐서 코스레코드를 기록한 최상호는 식사 후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동료들에게 ‘축하한다’, ‘술 한 잔 사라’는 요청에 시달린 끝에 마지막 날을 남겨놓고 거하게 술을 마셨다. 그는 “당시만 해도 선배들이 마시라고 하면 마셔야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본의 아니게 과음은 했고, 마지막 날이라 긴장은 되고, 게다가 TV 중계카메라가 바짝 따라붙는데 최상호는 가슴이 터질 듯 긴장이 됐다고 했다. 그는 선두에 3타 뒤진 채 출발한 마지막 날 6타를 줄이며 역전승을 거뒀다. 최상호는 “무아지경에서 게임을 했던 것 같다. 당시 나이도 20대 초반이었고, 기술이라기 보다는 많은 연습에 의해 자연스럽게 확률이 좋아졌던 것 아니겠나”라고 회상했다.

당시 대회는 JTBC의 전신인 동양방송(TBC)가 녹화중계를 했는데, 방송국이 합병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료가 모두 사라졌다. 최상호는 “찾으려고 노력도 많이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상호가 KPGA 기념관에 기증한 첫 우승 트로피와 마지막 우승 트로피.[사진 플러그 비쥬얼]

최상호는 2005년 만 50세4개월25일의 나이로 매경오픈에서 우승했다. 전세계 1부투어를 통틀어 역대 네 번째로 50대 우승자였다. 최상호는 “나는 그런 사실도 몰랐다. 그런데 이런 자세한 자료를 박삼구 당시 협회장님이 직접 뽑아 주셨다”고 했다.

최상호는 2005년 이 역사적인 우승 당일 긴장이 되어서 공기밥을 조금만 먹고 물만 마시고 나갔다. 그는 “젊었을 때는 잘 맞으면 더 신나서 하는데, 나이 먹으니 그런 건 다 어디로 갔는지 긴장의 연속이더라”고 회상했다.

최상호는 2018년 11월 개관한 KPGA 기념관에 첫 우승과 마지막 우승 트로피를 기증했다. 그의 나머지 우승 트로피는 그의 집에 방 하나를 따로 만들어서 보관 중이다.

최상호는...
1955년 1월 4일생.
1980년~199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스타. 통산 아홉 번 상금왕과 대상을 차지했다. 특히 그가 기록한 KPGA 통산 43승의 기록은 2위 박남신(20승)의 기록에 23승 차로 앞으로도 쉽게 깨지기 쉽지 않은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