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마스터스는 타이거 우즈가 다섯 번째 그린 자켓을 걸치면서 역대 마스터스 토너먼트 중에 가장 드라마틱한 대회 중 하나로 기억되게 됐다.

우즈는 지난 해 투어 챔피언십에서 5년 1개월 만에 통산 80승을 거둔 이후,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까지 우승하면서 완벽한 '골프 황제'의 부활을 알렸다. 그런 우즈에게 조심스럽게 ‘그랜드 슬램’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이 무리는 아닐 듯싶다.

그랜드 슬램이란 4대 메이저 골프 대회를 한 해에 모두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4대 메이저 대회로는 마스터스를 비롯해 US오픈, 디 오픈(The Open), PGA 챔피언십이 있다.

메이저 대회의 기원

그렇다면 왜 이 4개 대회가 4대 메이저 대회가 된 것일까? 언제부터 메이저 대회라는 말이 붙게 된 것인지에 대해 알고 있는 골퍼들은 많지 않다.

사실 메이저 대회라는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처음부터 ‘4대 메이저’라고 정해져서 시작된 것도 아니었고, 예전에는 지금의 4대 메이저 대회 구조도 아니었다.

최초의 메이저 대회라고 불렸던 대회는 영국의 디 오픈, 더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미국의 US오픈, US 아마추어 챔피언십까지 이렇게 4개 대회였다.

마스터스가 1934년에 시작되면서 그 판도가 조금씩 프로페셔널 대회로 옮겨지긴 했지만, 사실 마스터스도 처음에는 그렇게 크고 중요한 대회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미국과 영국을 오가는 교통편이 수월하지 않았고, 양국의 큰 프로 대회들이 각각 서로의 지역에서만 중요한 대회로 인식되었다. 당연히 특정 대회가 글로벌화 되기도 쉽지 않았다.

영국에는 디 오픈과 브리티시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있었고, 미국에는 웨스턴오픈(Western Open), 노스사우스오픈(North-South Open) 그리고 PGA 챔피언십이 각각 큰 대회로 인식되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이때까지도 메이저 대회라는 말은 통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1952년 월드챔피언십 오브 골프에서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 골퍼가 티샷을 하고 있다.[게티이미지]

그 와중에 2차 대전 직후부터 1946년부터 ‘월드챔피언십 오브 골프(World Championship of Golf)’라는 대회가 시작이 되는데, 이 대회 상금이 다른 프로 투어 상금의 약 5~10배로 늘어나면서 서 당시 크게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대회는 1957년 대회 때 참가비 문제로 선수들 간에 분쟁이 생기면서 단 12년만 열리다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메이저 대회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 대회를 언급한 이유는, 이 대회가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TV중계됐던 대회이고, 이때부터 골프 칼럼니스트 사이에서 ‘메이저 대회’라는 말이 처음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이때에도 디 오픈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대회였지만, 앞서 설명처럼 교통편이 쉽지 않아서 여전히 디 오픈에 참가하는 미국 선수는 많지 않았다. 우리가 잘 아는 벤 호건(Ben Horgan)이 1953년에 디 오픈에서 우승을 하는데, 그것이 첫 출전이자 마지막 출전이었다는 것은 그 만큼 교통편이 좋지 않았다는 증거 중에 하나였다.

미국 선수들이 디 오픈에 참가를 못했던 이유가 꼭 교통편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PGA 챔피언십 일정이 7월 중순이었고, 디 오픈과 일정이 겹쳤기 때문에 두 대회를 모두 우승한다는 것은 시간 상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현대 메이저 대회 기틀 잡은
아놀드 파머

이 사이에 마스터스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완전히 주요 대회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렇다 해도 1950년대까지는 세계 4대 메이저 대회라는 말을 어느 대회에 적용을 해야 할 지는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메이저 대회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엄청난 선수가 출현하면서 메이저 대회의 윤곽이 잡히는 계기가 된다.

바로 아놀드 파머(Arnold Palmer)다.

파머는 1960년에 처음으로 디 오픈에 참가를 한다. 파머의 디 오픈 출전은 1953년 호건의 우승을 이어간다는 단순한 의미였다. 당시 디 오픈은 7월 첫째 주에 열렸고, PGA 챔피언십은 7월 셋째 주에 열렸었기 때문에 일정이 겹치지 않은 이유도 파머의 영국행을 도왔다.

그는 디 오픈에 처음 출전한 해에 준우승을 차지했고, 1961년, 1962년에 연속 우승을 하면서 호건의 업적을 이어가게 된다. 당연히 온 미국은 파머에게 빠져들었다.

1960년대부터 미국과 영국은 배가 아닌 제트 여객기로 왕래가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1950년대부터 골프가 TV로 중계 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내에서 프로 스포츠가 상업적으로 급성장을 하게 됨과 동시에 대회 상금도 가파르게 증가하게 된다.


1962년 열린 한 대회에서 한 조에서 맞붙은 (왼쪽부터)아놀드 파머,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러스가 스코어보드를 보고 있다.[게티이미지]

여기에 1961년 마스터스에서 게리 플레이어(Gary Palyer)가 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마스터스는 비로소 국제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이때부터 서서히 메이저 대회의 개념이 굳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메이저 대회들이 윤곽을 갖추던 와중에 1968년 12월에 미국에서 ‘토너먼트 플레이어스 디비젼(Tournament Players Division)’이 런칭하게 된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시청하고 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인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1969년부터 PGA 챔피언십은 일정을 8월로 옮겼다.

이때부터 마스터스, US오픈, 디 오픈, PGA 챔피언십이 일정상 겹치지 않게 운영됐고, 미국과 영국 모두 주요 대회의 틀이 완전히 갖춰지게 된다. 따라서 1969년이 4대 메이저 대회가 지금의 틀로 출발한 첫 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부터 세계 프로 골프 투어는 아놀드 파머와 잭 니클러스 그리고 게리 플레이어의 3강 구도라는 흥행 요소까지 가미되어서 상금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10%, 20% 단위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50%, 100% 심지어 1.5배 이런 식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각 매체들도 4대 메이저 대회라는 표현을 경쟁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우즈에게 거는 그랜드슬램과
메이저 최다승 달성에 대한 기대

우즈는 1997년 프로로 데뷔해 PGA 투어 통산 81승 중 15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뒀다. 첫 번째 우승이 1997년 마스터스에서 나왔고 1999년 PGA 챔피언십, 2000년 US오픈, 2001년 디 오픈 우승으로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4대 메이저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우즈를 비롯해 바비 존스, 벤 호건, 잭 니클러스, 게리 플레이어, 진 사라젠 등 6명이 달성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어렵지만 4대 메이저를 한 해에 우승하는 그랜드 슬램은 더 어렵다. 우즈는 2000년에 US오픈을 비롯해 디 오픈, PGA 챔피언십 등 메이저 3승을 거뒀고 이듬해인 2001년에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365일 안에 메이저 4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한 해에 달성되지 않았기에 ‘그랜드 슬램’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타이거 슬램’으로 불렸다.



1930년에 미국에서 프로필 촬영을 한 바비 존스.[게티이미지]

그랜드 슬램은 지금같은 4대 메이저 대회가 정착된 현대 골프에서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미지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골프 역사를 통틀어서는 바비 존스만이 디 오픈, 디 아마추어 챔피언십, US오픈,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한 해에 제패하면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올해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우승 시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한 우즈를 향해 골프계는 그랜드슬램은 물론 니클러스가 가지고 있는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을 뛰어 넘어주기를 염원하고 있다.

정황만을 놓고 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올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 101회 PGA 챔피언십은 5월 16일부터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코스에서 열린다.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는 지난 2002년 US오픈을 개최했던 장소로 우즈는 나흘간 유일하게 언더파를 치면서 우승했을 만큼 강점을 보였다.

6월 13일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골프링크스에서 개막하는 US오픈의 대회장 역시 우즈에겐 좋은 기억이 있는 코스다. 우즈는 2000년 이곳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유일한 언더파(12언더파)이자 2위와 무려 15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