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잭 vs 2019년 타이거

입력 : 2019-04-21 수정 : 2019-04-21 오후 2:00:00박연 기자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게티이미지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86년 마스터스에서 최고령 우승을 차지한 잭 니클러스(왼쪽)와 2019년 마스터스에서 역대 두 번째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타이거 우즈.

역대 최고의 마스터스를 꼽으라면, 많은 관계자들은 1986년의 마스터스를 주저 없이 꼽을 것이다.

1986년은 ‘살아있는 전설’ 잭 니클러스가 46세의 나이로 자신의 여섯 번째 마스터스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해였다. 니클러스는 이 우승으로 마스터스 역대 최고령 우승자 기록을 세웠고,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또 이 대회는 니클러스 본인의 마지막 메이저 우승이자 마지막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깊게 남아 있다.

역대 마스터스에서 가장 극적인 후반 9홀 승부

경기 내용 역시 세계 골프계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니클러스는 최종 라운드 후반 9홀에서만 7타를 줄이면서 대 역전극을 연출했고, 이는 역대 마스터스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후반 9홀 플레이로 꼽힌다.

당시 46세였던 니클러스는 40세에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6년 동안 메이저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PGA 투어에서도 1984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이후 2년간 우승이 없었던 만큼 체력과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있었다. 니클러스는 1986년에도 마스터스 이전 7개 대회에 출전해 단 3번의 컷 통과만 했다. 당연히 제 50회 마스터스에서 우승 후보로 거론 되지 않았고, 3라운드까지 선두와 4타차 공동 9위인 것도 대단한 성적으로 보였다.


1986년 마스터스 최종일에 경기하는 세베 바예스테로스.[게티이미지]

1986년 마스터스는 남자 골프 세계랭킹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열린 첫 대회였다. 세계랭킹 1위~6위까지는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 샌디 라일(잉글랜드), 톰 왓슨, 마크 오메라(이상 미국) 그리고 그렉 노먼(호주)이 올라 있었다. 그 가운데 바예스테로스와 노먼이 우승 경쟁에 나섰기 때문에 4라운드에서 니클러스가 대 역전극을 이뤄내리란 걸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단지 니클러스는 당대 최고의 골프 아이콘이었기에 최근의 성적과 상관없이 니클러스가 잘해주길 바라는 염원만이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1986년 당시 니클러스에게 ‘부활’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기사들은 거의 찾기 힘들었다. 당시의 40대와 21세기의 40대는 너무나 다른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당시에 4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어느 스포츠에서도 부활을 꿈꾸기 힘든 나이로 여겨졌다.

1986년 당시 46세였던 니클러스의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약 265야드 정도였다. 2019년 현재 48세인 필 미켈슨이 304야드의 드라이브 샷 거리를 기록 중인 것을 비교하면, 확실히 체력 관리나 장비 등의 발전으로 40대의 개념이 지금하고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당시 니클러스의 팬, 아니 골프 팬들은 니클러스의 부활보다는 황제로서의 화려한 피날레를 바랬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1986년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놓친 그렉 노먼.[게티이미지]

그러나 니클러스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후반에만 이글 1개를 포함해 무려 7타를 줄이면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니클러스가 역사를 쓰는 사이 노먼과 바예스테로스는 중요한 순간에 연거푸 실수를 하면서 니클러스의 여섯 번째 마스터스 우승이자, 메이저 18승, PGA 투어 73승을 만들어내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33년 시간 차를 두고 재현된 승부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올해 2019년 마스터스에서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44세인 타이거 우즈였다. 우즈는 불과 3~4년 전까지, 골프 클럽을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고통스런 재활 기간을 보냈다. 그의 마지막 메이저 우승은 11년 전인 2008년 US오픈이었다.

3라운드까지 우즈는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에게 1타차 뒤진 공동 2위였다. 그러나 우즈의 메이저 14승 가운데 역전 우승은 단 한차례도 없었기 때문에, 전 세계 골프 팬들은 마지막 라운드를 숨죽여 지켜봐야 했다.

전반 9홀을 마친 상황에서 우즈는 몰리나리에게 1타 차로 뒤졌고, 더스틴 존슨에게 1타차로 추격을 당하고 있었다. 긴박한 분위기 속에 세계랭킹 1위 존슨 그리고 전 세계 랭킹 1위 브룩스 켑카라는 강력한 우승 후보와 경쟁한 것은 1986년의 니클러스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후반 9홀에서 드라마같은 승부가 벌어졌다. 후반 연속 버디로 추격하던 존슨은 33년 전 노먼이 그랬듯이 18번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켑카 또한 후반으로 갈수록 퍼팅의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마치 데자뷰처럼 선두를 달리던 몰리나리는 후반에 두 차례나 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면서 33년 전 바예스테로스의 상황을 재현했다

참 재미있는 상황은 파 3, 16번 홀에서 펼쳐졌다.

우즈는 이 홀에서 컴퓨터로 잰 듯 정확한 샷으로 홀인원이 될 뻔 한 완벽한 버디 찬스를 만들었고, 사실상 승부를 결정을 지었다. 33년 전의 니클러스 플레이와 오버랩이 되는 순간이었다. 1986년 마스터스에서 후반에만 이글 1개를 포함해 7타를 줄였던 니클러스는 16번 홀에서 거의 홀인원이 될 뻔 했던 완벽한 샷을 만들어내면서 우승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결국 니클러스와 우즈는 33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마스터스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비슷한 역사를 만들어 낸 셈이다.

우즈 2022년 마스터스 우승 땐 최고령 신기록

마스터스에서 니클러스에 이어 두 번째로 역대 최고령 마스터스 우승자가 된 우즈는 마스터스만 놓고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마스터스 최연소 우승자는 1997년 21세 3개월 14일로 우승한 우즈이며, 최고령 우승자는 1986년에 46세 2개월 23일 만에 우승한 니클러스다. 따라서 우즈가 2022년 이후에 우승을 하게 된다면, 마스터스 최고령 우승자 기록도 바꿀 수 있다.

우즈 입장에서 마스터스의 최연소 우승과 최고령 우승 기록을 다 가지고 있다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 되지 않을까. 우즈는 마스터스 우승으로 가능성이 없어보였던 메이저 우승 시계를 11년 만에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15승째이자 통산 81승을 거둔 우즈는 PGA 투어 최다승 타이기록에 1승만을 남겼고, 기록 경신에는 2승이 남았다. 니클러스가 가지고 있는 메이저 최다승(18승)의 기록에도 3승이 남았다.



2009년 잭 니클라우스가 주최하는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니클러스와 우즈.[게티이미지]

33년의 시간차를 두고 마스터스 역사에 남을 비슷한 명승부를 펼친 니클러스와 우즈. 물론 둘에게는 우승을 차지한 이후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33년 전 니클러스는 여섯 번째 마스터스 우승으로 본인의 골프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 했지만 우즈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즈는 다섯 번째 마스터스 우승으로 골프 황제의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33년 전 니클러스의 우승에 황제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한 경의를 표했던 골프 팬들은 여전히 건재한 황제 우즈가 니클러스의 기록을 뛰어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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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gend73
2019-04-22 15:03
마스터스에서 최연소우승과 최고령우승 기록을 동시에 가지게된다면 ? 정말 꿈과같은 마무리일것같네요 ㅎㅎ
2022년 마스터스우승이 메이저 18승째를 기록하는 순간이된다면 금상첨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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