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19 시즌 개막전의 주인공은 '캐나다 동포' 이태훈(29)이었다.

이태훈은 21일 경기도 포천 대유몽베르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 신한동해오픈 우승 이후 1년 반만의 우승이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태훈은 최종 라운드에서 2위 그룹 선수들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추격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플레이 밖에 없었던 2위 그룹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버디와 보기를 쏟아냈다. 반면 이태훈은 치열한 추격전 속에 자신만의 차분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전반 9홀을 마친 뒤 타수 차를 오히려 3타로 벌렸다.

승부는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이형준(27·웰뱅저축은행)이 최종일에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는 몰아치기를 하면서 흥미진진해졌다. 이형준이 10번홀부터 13번 홀까지 4홀 연속 버디로 2타 차, 동반 플레이를 펼친 김재호(37)가 14번 홀까지 4타를 줄이며 1타 차까지 추격해오자 이태훈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태훈은 15번 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면서 보기를 범했지만, 김태호도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보기를 하면서 1타 차가 유지됐다. 16번 홀(파4)에서는 그린 밖 프린지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에 들어가는 행운이 따랐다. 그러나 이태훈은 2타 차가 된 뒤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더블보기 위기에서 어프로치 샷을 홀에 붙여 보기를 틀어막은 이태훈은 18번 홀까지 1타 차 아슬아슬한 우위를 지켜 김재호의 거센 추격을 1타 차로 뿌리쳤다.

이번 우승은 이태훈에게 우승 이상의 의미다. 이태훈은 2017년 아시안투어를 겸해 치러졌던 특급 이벤트 대회인 신한동해오픈 우승 이후 부진했다. 아시안투어 시드를 얻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갔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새로 바꾼 클럽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영향인지 드라이브 샷 비거리가 줄어드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에 이태훈은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 활동을 병행하면서 톱 10에 한 차례도 들지 못했다. 코리안투어에서는 12개 대회에 출전해 7개 대회에서 컷 통과해 제네시스 챔피언십 공동 2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아시안투어에서는 머큐리 타이완 마스터스에서 공동 34위로 최고 성적을 냈다.

이태훈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클럽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이 원하는 클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의미있는 한 시즌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태훈은 “추격이 거셌지만 내 플레이를 하려고 했더니 우승까지 나왔다”고 기뻐했다. 우승 상금은 1억원.

한편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은 받은 상금의 3%를 떼어내 강원도 고성 산불 피해로 피해를 입은 이웃을 위해 전달했다. 대회 주최사인 DB손해보험은 대회 종료 뒤 선수들이 버디 1개를 잡을 때마다 적립한 5만원을 합산한 ‘사랑의 버디 기금’ 7360만원을 전달했다.

포천=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