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지난 2017년 ‘TV 시청자 층이 가장 젊은 스포츠와 늙은 스포츠’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프로축구(MLS)와 미국프로농구(NBA)는 가장 젊은 층이 보는 스포츠였다. 반대로 시청층의 나이가 가장 많은 스포츠는 골프였다. 미국메이저리그 야구 시청자의 평균 연령이 50대인 데 반해 골프는 63~64세로 가장 나이든 스포츠로 꼽혔다. 시청자의 연령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는 건 시장에서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30년 후에는 해당 스포츠를 보는 팬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대다. 한국의 골퍼들은 누구보다 젊고, 열정적이다. 한국 골프 시장은 프로 골프투어와 스크린 골프의 인기를 발판삼아 젊은 골퍼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30~40대는 물론 최근에는 20대 골퍼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젊은 골퍼의 증가는 스크린 골프의 영향이 컸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스크린 골프는 2~3만원의 비용으로 필드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콘셉트로 큰 호응을 얻었고, 골프의 문턱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18년 시장 누빈 '현장형 리더'
스크린 골프 시장의 성장에는 골프존의 역할이 컸다. 2000년 5월 직원 10명 미만으로 출발한 골프존은 지난해 기준으로 직원 400여명, 매출 2470억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골프존의 성공은 ‘누구나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콘셉트가 주효했다. 당시만 해도 중장년층이 가볼 만한 곳이라고는 노래방, 술집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것이 없던 상황에서 골프존의 등장은 새로운 놀이 문화를 제시했다.

골퍼들의 니즈를 파악한 시스템 개발 역시 맞아떨어졌다. 필드 샷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이터를 도출해내기 위한 센서와 카메라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필드 골프와 대비되는 스크린 골프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항공 촬영된 지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한 그래픽도 스크린에 구현시켰다. 스크린 골프 경기에 게임 요소를 가미시키는 한편 온라인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이벤트 등의 전개는 젊은 층에게도 크게 어필했다. 이런 행보로 인해 골프존의 이미지는 ‘젊고, 유연하고, 참신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창업 20주년을 맞은 골프존은 올해 글로벌 사업 부문의 최덕형 대표이사(53)와 함께 40대인 박강수 대표이사(43)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다. 새롭고, 즐거운 골프를 원하는 골퍼들의 니즈를 더 충실히 반영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사십 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박 대표의 이력은 예사롭지 않다. 2002년에 골프존에 입사한 그는 시스템 관련 애프터서비스(AS) 업무를 맡아 전국을 누비며 골퍼들과 만났다. 이후 골프존의 서비스 전반을 책임지는 골프존 네트워크 서비스 운영 본부장, GS 사업 본부장, GDR(GOLFZON DRIVING RANGE) 아카데미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현장 중심의 경영 마인드를 익혔다.

‘현장형 리더’인 신임 박 대표가 맡게 된 업무는 국내 사업 및 개발 부분이다. 주력 사업인 ‘골프존 파크’를 비롯해 ‘GDR’, 실내 골프 연습장 사업인 ‘GDR 아카데미’ 등을 이끈다. 스크린, 필드, 골프 용품 할인 등 골퍼에게 필요한 혜택을 하나의 앱을 통해 서비스하는 플랫폼 사업인 ‘골프 대디’도 그가 진두지휘한다. 박 대표는 “골프존 입사 이후 제품 수리와 영업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현장의 소리를 들었다. 사원 때 봤던 점주 분들과는 아직도 아들,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현장에서 뛰면서 얻은 다양한 경험이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과 소비자 중시하는 경영 마인드

박 대표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매장을 찾아 골퍼들을 만나고 있다. 골퍼들의 이야기는 물론 가맹 점주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골프존 제품, 서비스와 정책을 점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시장과 소비자가 없다면 기업은 존재할 수가 없다. AS를 담당했던 시절에 고객의 전화를 놓칠 것 같아 씻으러 가기도 두렵던 때가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을 잊지 않고 소비자와 점주의 요구를 경영에 반영하는 시장 지향적인 자세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추산으로 전국의 스크린 골프장은 약 9000여개에 이른다. 골프존파크(1300여개)를 비롯해 프렌즈 스크린(구 티업비전, 지스윙 · 1900여개), SG골프(1300여개) 등 빅 3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스크린 골프가 골프 대중화에 견인했지만 이미 포화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을 보면 스크린 골프의 인기는 여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여파에도 오히려 스크린 골프 시장은 성장했다.



청담동 골프존 본사에서는 스크린골프를 즐기며 자유롭게 업무에 대해 논의하는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신중혁]

박 대표 역시 새로운 제품 개발과 사업 모델 발굴에 관심이 많다. 지난 5월 박인비, 유소연과 리디아 고, 페르닐라 린드베리가 대결을 펼친 ‘골프존 LPGA 매치플레이 챌린지’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박 대표는 “경영자로서 경영 실적을 달성하는 것은 당연한 목표지만 어떻게 하면 골프를 조금 더 새롭고, 재미있고, 유익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 20년간 스크린 골프를 통해 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난 만큼 앞으로의 10년은 스크린 골프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골프 문화 보급에도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