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버자이드넛(남아프리카공화국)이 숱한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장애와 따돌림, 약물 논란까지 이겨내고 유러피언투어 통산 2승 달성에 성공했다. 인간 승리다.

30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리라네의 레오파드크리크골프장(파72, 7249야드)에서 끝난 유러피언투어 알프레드 던힐챔피언십(총상금 150만 유로)이 막을 내렸다. 우승자는 3타 차 3위로 출발한 버자이드넛. 그는 최종일에 버디 6개와 보기 1개, 더블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했고, 2위를 4타 차로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버자이드넛은 지난 2016년 고국인 남아공의 선샤인 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첫해 생애 첫 우승과 신인왕을 차지했다. 유러피언투어 정규 투어에는 2018년 데뷔했다. 지난해 안달루시아 마스터스에서 욘 람(스페인)을 2위로 밀어내고 유러피언투어 첫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1년 5개월 만에 자신의 고향에서 두번째 유러피언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력만 놓고 봤을 때는 다른 프로 선수들과 별 다를 것 없는 성공 스토리다. 하지만 그의 속사정을 듣고 나면 인간 승리다. 버자이드넛은 2살 무렵 극약을 먹었다. 버려진 콜라병을 주워 아무생각 없이 마셨는데, 극약이었다. 중환자실에서 한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신경이 일부 손상되며 말더듬이가 됐다. 남들과는 다른 모습에 또래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고, 남들 앞에 나서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결국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가 불안 장애를 치료하겠다며 처방해준 약에 함유된 베타 차단제는 금지 약물이었다. 지난 2014년 영국에서 치러진 브리티시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버자이드넛은 1라운드 후 도핑 대상자로 선정됐고,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정한 금지 약물이 검출되면서 출장정지를 징계를 받았다.

골프 채널의 보도에 따르면, 버자이드넛은 도핑 사건 후 자신의 블로그에 "내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 그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하지만 큰 시련을 겪고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징계가 풀린 뒤 남아공 미니투어 빅 이지 투어에 나서 5승을 기록했고, 이후 선샤인투어와 유러피언투어 등 차근차근 정상까지 오른 것이다. 그는 도핑 사건을 회상하며"그때의 시련이 결국 에너지가 됐고, 더 강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현재는 약물도 끊었다. 그는 "2014년 도핑 사건 이후 불안 장애 치료제는 단 한 번도 복용한 적이 없다. 이제는 남 앞에서 더듬거리며 말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자신의 고국에서 유러피언투어 2승째를 챙긴 버자이드넛은 "항상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였다.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며 기뻐했다. 이번 대회에 세계 랭킹 61위로 출전했던 버자이드넛은 우승으로 순위를 20계단 끌어올려 41위에 안착했다. 2019년 연말 세계랭킹 48위를 기록하며 50위 이내 선수 자격으로 꿈의 무대인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그는 내년 4월 예정된 마스터스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김현지 기자 kim.hyeonji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