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니만(칠레)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을 특별하게 치러낸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사촌에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중 하나인 척추성 근위축증 치료제를 선물하려고 이를 악물었다.

니만은 4일(한국시간)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의 엘 카멜레온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마야코바 클래식 1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단독 선두 러셀 녹스(스코틀랜드)와 1타차 공동 2위에 자리 잡았다.

니만은 지난 시즌 PGA 투어에 데뷔해 지난해 9월 밀리터리 트리뷰트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칠레 특급' 골퍼다. 그런 니만에게 이번 마야코바 클래식은 특별하다. PGA 투어는 4일 홈페이지를 통해 니만의 특별한 사연을 소개했다. 생후 1개월 밖에 안된 자신의 사촌이 1만명 중 1명에게 타고나는 유전 질환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환은 출생 후 6개월 미만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전체적인 마비와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인다. 약물을 통해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2년 이내에 사망한다. 단 1회 치료제 투약으로 질환을 치유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치료제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약 중 하나다. 현재 치료제의 가격은 215만5000 달러(약 23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만은 이 대회 전부터 모금을 시작했다. 직전 대회인 RSM클래식에서 버디 1개당 5000 달러, 이글 1개당 1만 달러와 자신의 상금을 더해 15만2450 달러를 기부했다. 또한 펀딩 플랫폼 고펀드미(GoFundMe)에 '#SalvemosARafita' 라는 제목의 펀딩 페이지를 만들어 사람들과 동료 선수들로부터 12만 달러를 모았다.

동료들의 응원도 그만큼 큰 힘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단독 선두 녹스를 포함해 저스틴 토마스,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 등 여러 선수들이 아이보리색 리본을 매 니만의 어린 사촌을 응원한다는 뜻을 보냈다. 경기를 마친 니만은 "동료 선수들의 많은 지지를 받아 정말 놀랍다. 나와 칠레에 있는 내 가족들에게 많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면 니만은 129만6000 달러의 우승 상금을 얻는다. 니만은 "나의 어린 사촌을 위해 뛰고 돈을 번다는 것은 큰 동기부여"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지금의 사정을 더 들려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나와 우리 가족을 응원해주는 모든 선수들은 사촌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민 인턴기자 soominp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