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골프계를 뒤흔들었던 유현주와 안소현이 시드를 잃고 떠난 빈자리. 올해는 정지유가 채운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하는 정지유는 스물다섯 늦깎이 루키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골프를 시작한 것이 18살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정규투어 입성에 성공한 그. 미모는 물론 재능까지 겸비한 차세대 미녀 골퍼다.

정지유는 골프를 시작한지 단 2년 만에 준회원으로 입회했다. 이어 ‘KLPGA 2015 신안그룹배 점프투어 3차 대회(9~12차전)’에서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KLPGA 정회원으로 승격했고, 2016년부터는 드림투어에서 활약했다. 지난 시즌 KLPGA 2020 무안CC-올포유 드림투어 6차전’에서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KLPGA 2020 한세-휘닉스CC 드림투어 7차전’에서도 준우승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뒤이어 출전한 ‘KLPGA 2020 KBC 드림투어 with WEST OCEAN CC 1차전’과 ‘KLPGA 2020 무안CC-올포유 드림투어 8차전’에서 내리 컷 통과에 실패했다. 정지유는 “준우승만 연달아 두 번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우승에 대한 욕심이 내 발목을 잡은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1주일간의 재충전을 마치고 ‘KLPGA 2020 WEST OCEAN CC 드림투어 9차전’에 참가한 정지유는 3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05타(67-69-69)를 기록하며 베테랑 이솔라(31)와 연장전에 돌입했다. 세 번의 연장 끝에 버디를 잡아내며 이솔라를 꺾은 정지유는 감격의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비결은 빗속의 드라이브였다. 그는 “대회 시작 전 골프장 근처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비가 내렸지만, 빗방울에 마음속 부담감이 씻기는 기분이 들어 한결 편한 마음으로 대회에 임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상금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 그는 총 5천6백여만 원의 누적 상금을 기록해 최종 상금순위 6위에 이름을 올려 2021시즌 정규투어 시드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정규투어 드순위 자격(50위)으로 총 세 번의 정규투어 대회를 경험했지만 공동 104위와 컷탈락, 기권 등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정지유. 루키 시즌에는 지난해와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제주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지유는 “매주 대회가 열리는 정규투어에 대비해 겨울 동안 체력 훈련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지난주부터는 제주도에서 열린 ‘2021 캐리어에어컨-MTN 루키 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이후에도 제주도에 머물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하며 “그린 주변에서의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여러 가지 구질의 샷을 시험해보고 있다. 시즌 개막 전까지 열심히 훈련해서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이어 정지유는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주변에서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주눅이 들 때마다 부모님께서 ‘잘하고 있다’, ‘늦은 만큼 더 롱런하는 선수가 되면 된다’라고 응원을 해 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성격이라 징크스 같은 것도 없다. 올 시즌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즌에 임하면서 부상 없이 시드를 유지하는 것, 나아가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정규투어에 첫발을 내딛는 정지유의 롤모델은 박세리다. 그는 "힘든 시기에 골프를 통해서 국민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신 박세리 프로님 같은 멋진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하며 “골프 팬 분들이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힘을 받으실 수 있도록, 올 시즌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다. 많은 기대와 응원을 부탁 드린다"고 했다.

김현지 기자 kim.hyeonji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