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4홀에서 드라이버로 원 온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에서는 이 장면을 볼 가능성이 높다. 전장이 길고 그린이 까다로운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파71, 7208야드)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골프팬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대회본부측은 “이르면 3라운드, 아니면 최종라운드에서 ‘원 온 트라이’를 노릴 수 있는 홀을 만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스트랄아시아 5번홀(파4, 360야드) 티잉 구역을 당겨 장타자들의 도전욕구를 자극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는 5번홀과 13번홀에서 티잉 구역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른바 백티보다 한 두 칸 앞에서 티샷을 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는 의미다.

오스트랄아시아 5번홀은 당초 파4, 360야드로 세팅됐는데, 티잉 구역을 3단으로 나눠놓았다. 대회 기간 중 하루는 가장 뒤쪽인 3단이 아닌 1단에 티 마커를 설치해 장타자들이 원 온을 노릴 수 있도록 조정하기로 했다. 앨버트로스나 이글 한 방이면 전세 역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박빙 승부에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요섭이 드라이버 티샷 하고 있다. 사진=KPGA

남자 골프는 폭발적인 장타가 시그니처다. 평균 300야드를 훨씬 웃도는 폭발적인 장타는 어쨌든 골프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범 앤드 가우지(Bomb and gouge)’로 불리는, 드라이버로 350야드를 때려 놓고 웨지로 그린을 공략하는 플레이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파4에서 원온에 성공하면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것도 같은 이치다.

마침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R&A가 내년부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46인치를 넘어가는 드라이버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해, 범 앤드 가우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추진 중인 ‘원 온 트라이 홀’은 남자 골프의 정체성을 고수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코리안투어 선수들은 드라이버 길이 제한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의미 없다” 정도로 귀결된다.



드라이버 티샷 중인 박상현. 사진=KPGA

퍼포먼스 달인 허인회(34, 보난자)는 “올해 초 48인치까지 사용해봤는데, 확실히 비거리는 증가하더라”고 말했다. 허인회는 올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95.91야드로 전체 15위에 올랐다.


허인회의 추천으로 긴 드라이버를 사용했던 서요섭(25, DB손해보험)은 “46.75인치를 사용해봤는데 비거리가 늘어나기도 하고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니 좋더라. 47~48인치까지는 못써봤는데, 46.75인치라는 길이가 조금 어중간 해서 46인치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함정우(27, 하나금융그룹) 역시 “긴 드라이버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인치가 늘어나면 공이 많이 휘더라. 국내 골프장 특성상 지나치게 긴 비거리는 OB를 양산할 수 있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길이를 늘리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79.07야드(30위)인 베테랑 박상현(38, 동아제약)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1~2인치 늘려서 (비거리를 늘리려고) 시도해 봤는데, 거리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더라. 오히려 채가 길어 강하게 치려면 미스샷이 나오더라. 리듬감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굳이 짧게 쓴다고 해서 거리가 짧은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솔직한 입담을 공개했다.

장강훈 기자 zzangif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