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아가면서 뼈저리게 후회하는 순간이 적어도 서너 번은 있다. 중국의 증자도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 하여 하루에 3번은 반성하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했다. 하물며 우리와 같은 범인들은 하루 3번 정도의 반성할 것들이 분명 있다. 그래서 필자는 골프 라운드 후에는 반드시 ‘18홀 후(後) 삼성(三省)’이라는 것을 한다. 18홀을 다 돈 뒤에 혹시 동반 플레이어에게 룰과 에티켓에서 결례를 하지 않았는지 캐디에게 함부로 하지 않았는지를 살핀다. 아울러 미스 샷과 맘대로 되지 않는 스윙을 놓고 짜증과 화를 내지 않았는지도 살핀다. 그리고 다음 라운드에서는 내 잘못된 행위와 자세에 대해 살펴보고 고치려 노력한다. 그렇게 해도 늘 후회와 반성을 반목하게 만드는 것이 골프이다.

그런 면에서 윤이나 사건은 정말 안타깝고 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본인 역시 다시 시간만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그런 실수를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린 그 뼈저리게 후회되는 순간이 있어선 안 된다고 반복한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이란 말이 있다. 재주는 많으나 덕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는 말이 있다. 천재를 부러워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덕은 영원하다는 교훈을 주는 고사성어다.

하지만 우리 골프계를 되돌아보자. 우린 골프를 잘 치는 선수에게 열광한다. 누가 골프를 잘 치느냐고 말하면 적어도 두세 명 정도는 꼽는다. 반면에 어느 선수가 덕(德) 즉 인성이 있느냐고 물으면 어쩌면 한 명도 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린 그렇게 관심과 평가가 모두 천재적 능력에만 쏠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아마추어 골프 선수들 부모는 내 자식은 기량이 너무 뛰어나 프로무대가면 바로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천재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어린 아마추어 선수들은 그 기대감 때문에 간 혹 스코어 오기, 오구 등과 같은 불미스런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성적 지상주의와 내 자식만의 특별함에 갇혀서 전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덕분(德分)이라는 말이 있다. 덕을 나눈다는 뜻이다. 덕을 쌓다보면 천재성보다는 함께 가려함이 강하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함께 티샷을 하고 함께 그린으로 걸어가는 모습만큼 정겨운 것은 없다. 한 방향으로 가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재주와 머리가 좋은 것은 순간 어필할 수 있지만 혼자만 앞서간다면 함께 가려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다.

공자는 이를 천재불용(天才不用)이라 하여 “덕 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혹평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용맹스러워야 하나 마음으로 이끌어 주지 못하면 패하기 마련이라며 덕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사진 이종현]

어느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길을 가는데 아이가 흙으로 성을 쌓으며 놀고 있었다. 아이가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자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겠느냐"고 했다. 그래도 비키지 않으면서 아이는 "수레가 지나가도록 성이 비켜야 합니까? 아니면  수레가 성을 비켜 지나가야 합니까?"라고 답했다. 공자는 그의 똑똑함에 이름과 나이를 물으니 황택이며 8살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공자는 바둑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황택은 "군주가 바둑을 좋아하면 신하가 한가롭고 선비가 바둑을 좋아하면 학문을 닦지 않고 농사꾼이 바둑을 좋아하면 농사일을 못하니 먹을 것이 풍요롭지 못하다“며 바둑의 무용론을 펼쳤다.

공자는 아이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제자로 삼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떠났다. 머리는 좋으나 덕(德)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8살의 천재 황택은 그 이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세상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해야 하는 교훈을 준다. 황택 부모 역시 천재성에만 기뻐했지 덕을 키우는 것에는 소홀했던 탓이다.

지금 우리의 골퍼들과 골프선수 그리고 부모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화두이자 반성문구이다. 사람인지라 실수하고 실언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공자가 천재 황택을 중용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덕을 감추고 지나친 천재성을 내세울까를 걱정해서일 것이다. 필자는 이소영 프로를 항상 응원하고 있다. 그와 함께 플레이를 해보고 아주 잘 친다는 생각보다 참 인성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란한 샷보다 따듯한 표정이 더 오래 갈 것임에.



⚫이종현 시인은…
골프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매혹, 골프라는’ 외에 골프 서적 10여권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