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기 용인에서 펼쳐진 자선 골프 장타대회 제1회 메르세데스 - 벤츠 ‘기브앤드라이브(GIVE' N DRIVE)'에서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작은 키에 귀엽고 앳된 외모를 가진 20살 여자 골퍼가 덜컥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당시 결승에서 기록한 비거리는 318.6야드, 무려 291m였다. 경기를 지켜보던 갤러리들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현장에서 갑자기 팬덤이 형성될 정도였다. ‘챔피언’ 이지은은 그때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놓을 뻔한 골프 클럽을 다시 잡았고 ‘여자 장타 1위 이지은’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자 장타 1위 이지은입니다. 반갑습니다.

장타에 관한 얘기를 안 들어볼 수가 없어요. 언제부터 장타를 잘 치는 것을 알았나요?
처음에는 제가 장타를 친다고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데 어릴 때 여러 아마추어 대회를 출전하면서 깨달았죠. 분명 나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좋은데 제가 비거리가 더 잘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아, 내가 남들보다 멀리 치는구나’라고 느꼈죠.

장타의 비결이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한 체력 훈련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저는 남들보다 골프를 늦게 시작했어요.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6월에 처음 시작했죠. 초등학생, 심지어 그보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선수들도 있는 걸 생각해보면 많이 늦었죠. 그 격차를 따라잡으려 하다 보니 저절로 힘이 생겼죠.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를 지도해주시는 코치님이 체력 훈련을 강조하기도 했고요.

훈련과 관련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코치님이랑 함께 한 훈련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코치님은 훈련을 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훈련할 때 같이 운동했어요. 혼자 했다면 눈치 보면서 살살했을 훈련을 빠짐없이 다 소화했죠.

코치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을 것 같아요.
물론이죠. 엄청나게 원망하고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예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크고 튼튼한 고무줄을 몸에 묶고 거기에 매달린 코치님을 끌고 앞으로 가는 훈련을 했어요. 제가 할 때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위치를 바꿔서 코치님이 저를 끌고 갈 때는 너무 쉽게 앞으로 가는 거예요. ‘너도 한번 당해봐라’라고 생각을 하면서 더 악착같이 매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놀랍지만 즐거운 추억입니다. 하하.

말로만 들어보면 육상선수 훈련 같기도 하네요?
네 맞아요. 골프를 배우러 갔는데 골프 샷 대신 항상 체력 훈련만 했어요.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래도 지금까지 계속 골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악바리 근성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깡이 있어요.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끝까지 했어요. 요령을 피우지 않았죠.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는 좀비처럼 기어들어와도 꼭 완주했어요. 그 상태에서 스윙할 때도 스피드를 더 올리려 하기도 했죠.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장타 여왕’이 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네요.
사실 처음에는 장타 대회에 나갈 생각이 없었어요. 제가 중학교 2학년 겨울부터 피지에서 골프를 배웠는데 중간에 슬럼프가 왔어요. 아무리 쳐도 타수가 줄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골프를 포기할 생각으로 20살 때 한국으로 왔었죠. 마침 장타 대회가 개최된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출전했죠.

유튜브 채널도 그 이후 개설했는데.
유튜브도 장타 대회 때문에 할 수 있었죠. 지금껏 레슨 영상을 주로 올렸는데 훈련 방법도 앞으로 소개해볼까 해요. 대부분의 아마추어가 비거리를 내기 위해 상체로만 휘둘러요. 그런데 하체가 진짜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하체의 힘을 키우고 그걸 효과적으로 스윙에 적용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을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중이에요.

장타에 좋은 드라이버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사실 골프가 장타만 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스포츠는 아니잖아요? 특히 멀리 치려고 힘껏 휘두르다 보면 미스 샷이 자주 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쓰는 ‘야마하 리믹스 VD59’ 드라이버는 공이 똑바로 나갈 수 있게 만들어줘요. 저한테는 아주 좋죠. 힘을 길러서 장타를 치고 부족한 정확도는 드라이버의 기술을 이용하면 쉽고 재밌게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일까요?
최근에는 개인 사정이 있어서 유튜브 영상을 뜸하게 올렸어요. 하지만 다시 열심히 기획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조만간 뵙고 싶어요. 기억하세요, 여러분! 여자 장타 1위 이지은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Editor 박수민
Photo 조병규(BK스튜디오)
Hair 조재언(에이라빛)
Makeup 박은진(에이라빛)



박수민 기자 park.soomi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