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연 첫 달에 처음 개최한 히어로월드챌린지가 어느새 22년 역사를 맞이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공식 대회는 아니다. 연말을 맞아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해 세계 톱 골퍼들이 모여 치르는 이벤트 대회다. 그래도 출전 선수들 면면은 웬만한 메이저 대회 수준과 같다. 올해 열릴 히어로월드챌린지 역시 세계 정상급 선수 20명이 나흘간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우승자를 정한다. 성적에 따라 자신이 받은 상금을 기부하면서 세계 랭킹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특급 골퍼들에겐 말 그대로 ‘보너스’와 같은 대회인 셈이다.

히어로월드챌린지는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하는 대회다. 지난 1999년 12월29일 첫 대회를 열었다. 우즈는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한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자신의 매니지먼트사인 IMG, 정보통신업체인 윌리엄스 등의 후원을 받았다. 그래서 초대 대회 명칭은 윌리엄스월드챌린지였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그레이호크골프클럽에서 첫 대회를 연 일정은 지금과 조금 달랐다. 12월29일과 30일 이틀간 첫 두 라운드를 치르고, 31일 유명 연예인 및 스포츠 스타들이 참가한 프로암 대회를 하루 연 뒤에 1월1~2일에 3~4라운드를 마저 열었다. ‘밀레니엄’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 상황이 반영됐다.

우즈는 세계 톱 랭커 12명을 초청했다. 당시 우즈 자신을 비롯해 데이비드 듀발(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 한 시즌을 장식했던 골퍼들이 대거 출전한 이 대회에서 1996년 디오픈 챔피언 톰 레먼(미국)이 정상에 올랐다.

초대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윌리엄스월드챌린지는 곧장 2000년 12월에 두 번째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장은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의 셔우드 컨트리클럽으로 옮겼다. 두 번째 대회부터 우즈도 우승 경쟁에 가세했다. 우즈는 두 번째 대회 준우승에 이어 2001년에 열린 대회에선 비제이 싱(피지)을 따돌리고 첫 우승을 달성했다. 우즈는 이후에도 2004년, 2006년, 2007년, 2011년 등 총 5차례 우승해 이 대회 최다 우승자로 기록돼 있다. 준우승 역시 5차례나 기록했다.

우즈가 이 대회에서 준우승 이상 성적을 낸 것은 2013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럼에도 우즈는 이 대회에서 ‘영원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그는 자신이 건재를 과시하려 할 때마다 히어로월드챌린지를 복귀 무대로 삼았다. 2016년 허리 수술 이후 1년4개월 만에 돌아왔을 때도, 2017년 8개월 만에 복귀전을 했던 곳도 히어로월드챌린지였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차량 전복 사고를 딛고 올해 마스터스, PGA챔피언십, 디오픈에 출전한 뒤 다시 나서는 대회 역시 히어로월드챌린지로 정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회를 앞두고 족저근막염 증세로 불참을 결정했다.



올해 대회에 나설 김주형(왼쪽), 임성재. [사진 Gettyimages]

세계 랭킹 톱20 중 17명 출전

대회를 후원한 메인 후원사에 따라 타깃월드챌린지(2002~2007년), 셰브론월드챌린지(2008~2011년), 월드챌린지(2012년), 노스웨스턴뮤추얼월드챌린지(2013년)에 이어 2014년부터 현재의 히어로월드챌린지로 바뀌었다. 인도의 자동차 회사인 히어로 모터 코퍼레이션과 후원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회 장소도 바하마 나소의 올버니골프클럽으로 옮겼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열리지 못했던 2020년을 제외하곤 매년 연말마다 열려온 특성 답게 특급 골퍼들이 초청을 기다리는 대회로 자리잡았다. 2018년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 우승한 욘 람(스페인)은 “우즈와 경기할 수 있다는 건 모든 선수들에게 색다른 의미”라고 했고, 지난해 우승한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은 “톱 랭커 20명이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는 건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출전하는 선수 면면도 화려하다. 우즈가 이 대회 출전 사실을 알린 11월10일 기준, 세계 랭킹 톱20에 든 골퍼만 17명이나 된다. 대회 디펜딩 챔피언 호블란을 비롯해 욘 람, 조던 스피스(미국·2014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2016년) 등 히어로월드챌린지 우승 경험이 있는 골퍼들의 다승 달성 여부가 주목된다. 이 대회 통산 5승을 거둔 우즈, 통산 2승을 기록한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2000,2003년), 그레이엄 맥도웰(북아일랜드·2010,2012년) 외에 다승 계보가 10년 동안 끊겼다. 물론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던 스코티 셰플러(미국·마스터스), 저스틴 토머스(미국·PGA챔피언십), 매트 피츠패트릭(잉글랜드·US오픈) 등의 도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한국 골프 위상 높일 임성재·김주형

올해 국내 골프 팬들이 히어로월드챌린지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가 있다. 임성재와 김주형, 두 한국 특급 골퍼들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모두 히어로월드챌린지엔 처음 출전한다. 앞서 한국 선수가 히어로월드챌린지에 나선 건 최경주와 양용은 둘 뿐이었다. 최경주는 2003년과 2008년, 2011년에 출전했고, 양용은은 2009년 대회에 한 차례 도전했다.

임성재는 지난 9월 우즈 재단의 대회 초청장을 받았다. 2년 전에도 초청장을 받았지만 당시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개최되지 않아 나서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었다. 이어 김주형이 10월에 추가로 초청장을 받았다. 9월말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 팀 멤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대회 출전으로 연결됐다. 탄탄한 경기력으로 PGA투어에서 한국 골프의 위상을 높인 두 골퍼의 샷에 눈길이 쏠린다. 앞서 이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에선 최경주가 2003년 대회 6위, 양용은이 2009년 대회 9위에 올랐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