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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GOLF 찾기] 무한 잠재력을 가진 자이언트 베이비 김민솔

입력 : 2022-12-01 수정 : 2022-12-01 오전 9:29:00고형승 기자

2023년 국가 대표로 발탁된 김민솔

이제 막 알을 깨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국가 대표 김민솔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럽지만 세계 넘버원을 목표로 서서히 뛰어갈 준비를 마쳤다. 출발선에 선 채 자신이 방금 깨고 나온 알을 돌아봤다.

지난해 동계 훈련 기간에 고진영은 열다섯 살 중학생과 같은 방을 썼다. 당시 고진영의 스윙 코치 이시우는 국가 상비군이던 중학생 김민솔을 고진영과 같은 방에 배정했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 반열에 올라선 고진영이지만 저녁마다 한참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스트레칭부터 코어 운동까지 매일 저녁 함께 훈련하며 주니어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중학생이라고 하지만 이미 김민솔은 초등학교 6학년 때 172cm까지 훌쩍 커버린 자이언트 베이비였다. 현재 그의 키가 177cm라고 하니 1년 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김민솔은 경륜 국가 대표 출신 큰아버지와 농구 선수 사촌오빠를 둔 유전자가 남다른 집안에서 태어났다. 큰아버지가 부모를 설득해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처음 시작했고 3개월 후부터 골프 아카데미에 들어가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민솔의 말이다.

“골프 아카데미를 처음 가던 날 차 안에서 부모님이 저에게 ‘이제부터 진짜 힘들 거야. 잘 버텨야 해’라고 당부하시던 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그때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죠(웃음). 낯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그런 딸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평소엔 그림 그리고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는 딸이었으니까요.”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주니어골프선수권 대회에서 중학교 1학년인 김민솔은 2라운드 합계 7언더파 137타(68-69)로 여중부 우승을 차지했다. 계속해서 김민솔의 말이다.

“우승하는 과정이 정말 하나하나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고 그것을 또 극복해내는 그런 흐름을 느끼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때가 골프를 계속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첫 순간이었습니다.”

김민솔은 2019년에 주니어 국가 상비군을 거쳐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갈 때 처음 국가 상비군으로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그리고 지난해 여섯 명까지 선발하는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7위에 머물며 또 한 번 국가 상비군으로 1년을 보냈다.

선발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한 해를 돌아보며 일기를 썼다. 욕심을 과하게 부린 것이 그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디지북(코스 공략집) 앞에 적어 놓은 걸 보니 ‘무조건 해야 돼!’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저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결과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전지훈련에 가서 (고)진영 언니가 다양한 연습을 통해 과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어머니에게 멘탈 트레이닝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목표를 먼저 정하는 것보다 무엇이 현재 부족한지를 파악해보고 싶었어요.”

그 순간이 자신을 단단하게 둘러싸고 있던 알을 깨부수고 나온 순간이었다. 올해 김민솔의 야디지북에는 지난해와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과정에 집중하고 나를 믿고 치자! ’ 그의 말이다.

“플레이하다 보면 결과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불안하기도 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흐르니까 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고요.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로 마음먹었어요. 현재에 집중하기로. SNS에서 읽은 것이 하나 있어요. 화나는 감정이 90초가 넘어가면 자제력이 약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그 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빨리 잊고 현재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과정에 집중하기 시작한 김민솔은 2022년 블루원배 한국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와 송암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우승하며 ‘2023년 국가 대표 선발 포인트 부문’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에 올라 선발됐다. 김민솔은 “요즘 골프를 하길 잘한 것 같다고 불현듯 느낄 때가 있다”면서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리쬐는 햇빛의 따뜻한 기운과 살살 부는 바람의 상쾌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코스를 걷는 걸 좋아해요. 햇살이 부딪쳐 잎사귀가 싱그럽게 보이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아주 소소하지만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며 부모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그럴 땐 정말 골프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여자 골프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3년간 김민솔을 가르치고 있는 교습가 이시우는 “소녀 감성이 충만한 아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이시우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선수”라고도 했다. 그의 말이다.

“무언가를 수행하라고 미션을 주면 말없이 해내는 스타일입니다. 예를 들어 스윙 크기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면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그날은 스윙 크기를 줄이는 데만 집중합니다. 끝장을 보는 외골수 타입이죠. 지금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미션을 완수하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여기에 프로 선수들과 플레이하면서 창의적인 플레이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창의력이라는 무기까지 장착하게 된다면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뛰기 시작할 겁니다.”

올해 초부터 김민솔의 멘탈 트레이닝을 책임지고 있는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 역시 “잠재력의 한계가 없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우선 선하고 바른 생각을 하고 있어요. 목표 의식이 강하고 목표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 또한 아주 좋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는 현명한 선수예요. 김민솔 선수의 잠재력은 무한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자신이 하는가에 따라 무한대로 확장될 것 같습니다. 요즘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선수입니다.”

사춘기 청소년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몇몇 문제의 해법을 정 대표와 김민솔은 함께 천천히 찾아가고 있다. 특히 선수로서의 삶과 일상 사이에서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하며 즐겁게 생활을 영위해 나갈 것인지를 놓고 상의하며 풀어가고 있다.

정그린 대표는 김민솔에게 미술을 권했다. 색을 칠하고 여러 색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두 번째로 클라이밍을 해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자신이 늘 하던 것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도 환기이고 커다란 휴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집중하고 몰입할 때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게 좋아요. 마치 주변의 공기나 바람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내 감각이 모두 열리는 느낌이 들어요. 온전히 내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나에게 집중하게 되고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됩니다. 최대한 잡생각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생각이 많아지면 너무 거기에 함몰되어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김민솔을 다음 세대 한국 여자 골프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거론하는 데는 이런 성숙한 마인드뿐만 아니라 탄탄한 하드웨어와 기술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177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260~270야드의 드라이버 샷과 안정적인 쇼트 게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 1~2라운드에서 2위에 오르고 최종일은 쟁쟁한 프로 선수들 틈바구니에서도 리더보드에 공동 10위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대회에 참가할 때는 그린에만 공을 올리면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일이 극히 드물어요. 하지만 LPGA투어 대회에서는 세컨드 샷을 할 때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려운 퍼트도 남지 않고 그린 안에서도 공략을 쉽게 할 수 있는 곳에 볼을 떨어뜨릴 수 있게 됩니다.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을 통해 쇼트 게임의 중요성을 절실히 알게 됐어요. 다른 프로 선수들을 보면서 ‘쇼트 게임을 이렇게 해도 되는 거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김민솔은 “아직은 더 성장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목표를 당당하게 밝히는 데는 일말의 주저함이 없다.

“아마추어 때는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 프로 무대에서는 프로 세계 랭킹 1위가 목표입니다. 프로가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거요? (회사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싶어요.”




[프로필]
이름 | 김민솔
생년월일 | 2006. 6.15
신장 | 177cm
소속사 | 와우매니지먼트그룹
학교 | 창원 용호초 - 용인 성지중 수원 수성방통고 1학년 재학 중
경력 | 주니어 국가 상비군(2019), 국가 상비군(2021~2022), 국가 대표(2023)
구질 | 드라이버 샷 - 드로, 아이언 샷 - 페이드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 | 260~270야드
취미 | 암벽등반(클라이밍), 그림 그리기

EDITOR 고형승
PHOTO 조병규(BK스튜디오)
HAIR 원솔(에이라빛)
MAKEUP 고경빈(에이라빛)

고형승 기자 koh.hyungse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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