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DP월드)투어 인베스텍 남아공오픈에서 역대 골프 대회 코스 사상 불가능처럼 보였던 코스 길이 8천 야드 벽이 깨졌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블레어아톨 골프&승마장은 파72에 8161야드로 세팅되었고 5일(한국시간) 트리스톤 로렌스(남아공)가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5개의 파5 홀 중에 가장 긴 홀은 13번 홀로 650야드였으나 선수들은 쉽게 버디를 잡았다. 나머지는 636, 606, 641야드고 마지막 홀이 짧아서 568야드였으나 두번 만에 공을 올려 이글을 잡는 선수도 나왔다.

이 코스는 지난 2014년 츠웨인오픈이 열렸던 남아공 프레토리아의 코퍼리프골프&컨트리이스테이트의 7963야드보다도 198야드가 더 길어지면서 프로 골프 사상 최장 전장으로 세팅됐으나 선수들은 코스를 농락했다. 600야드 넘는 파5 5번 홀에서는 마지막 날 이글이 쏟아졌다.

게리 플레이어가 설계해 2007년 개장한 이 코스는 해발 고도 1750~1900미터 고지대에 위치해 공기 밀도가 적어 비거리가 많이 나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데뷔한 26세 로렌스는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 301.69야드로 투어에서 83위였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이번 대회에서는 평균 331.38야드를 보냈다. 첫날부터 8언더파 64타를 치면서 선두로 나섰고 결국 한 타차로 우승했다. 8천야드가 넘는 최장 코스에서 언더파로 마친 선수는 58명이나 됐다.

비공인의 한계까지 이르는 골프 용품의 성능과 선수들의 첨단 체력 관리, 런치모니터로 인한 과학적인 샷 분석 등으로 비거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코스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용품의 성능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혹은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들의 용품이나 볼 규격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프로 골프 대회에서 7천야드를 처음 돌파한 건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매년 같은 코스인 조지아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를 보면 70년대의 6980야드에서 60야드가 늘어나 1980년에 처음으로 7040야드가 됐다.

하지만 마스터스 역시 올해 다시 13번 홀을 50야드 가량 늘려 내년에는 7560야드에 가까운 전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1940년대 6600야드에서 시작해 90여년 만에 거의 1천야드가 늘어났다.

역대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긴 전장은 지난해 PGA챔피언십을 치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키아와아일랜드 오션 코스로 파72에 7876야드였다. 그 뒤를 US오픈 개최지인 체임버스베이가 2015년에 7826야드, 2017년에 에린힐스가 7801야드로 치렀다. 모든 대회에서 전장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추세다.

8천야드의 벽이 깨진 이상 코스가 얼마나 더 길어질지는 알 수 없다. 골프의 미래를 고민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한 사안이다.



남화영 기자 nam.hwa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