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158cm에 불과한 최단신 선수 히가 가즈키(27)가 올해 상금 1억8159만8825엔(17억4129만원)으로 일본골프기구(JGTO)의 상금왕에 올랐다.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란 가즈키는 지난주말 JGTO 최종전인 JT컵에서 20위로 마쳤으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즌을 마쳤다.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및 아시안투어와 3개 투어 공동 주최한 신한동해오픈을 포함해 24개 대회에 출전해 간사이오픈, 메이저 대회인 모리빌컵, 던롭피닉스까지 시즌 4승에 통산 6승을 올렸다.

상금왕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에 “프로가 되고나서 가장 큰 영광을 이렇게 빨리 차지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히가의 가족이 모두 모여 상금왕을 축하했다. [사진=JGTO]

초등학교 4학년에 골프를 시작했는데 첫 라운드에서 98타를 칠 정도로 자질이 뛰어났다. 골프 선수를 꿈꾼 가즈키는 휴일 아침이면 4km를 달리고 오전 7시에 연습장에 나가 5시간을 연습에 몰두했다. 한 여름에는 하루 3천개의 공을 쳤을 정도로 억척스러웠다.

키가 크지 않은 건 사연이 있다. 중학교 때 키가 큰 축에 속했으나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전에 사고로 골절상을 당했는데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더 이상 키가 크지 못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모친 게이코는 “의사의 말에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면서 그날의 충격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회고한다.

가즈키는 신체조건을 탓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선수다. 자라면서 한 번도 말썽을 부린 적이 없으나 결심한 일은 한 번도 굽히지 않았다. 오키나와에서는 모토부 고등학교의 기숙사에서 지냈고 대학은 마쓰야마 히데키가 나온 도호쿠 복지대학을 다니면서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올해 신한동해오픈 우승. [사진=KPGA]

아마추어 생활 6년을 거쳐 2017년 프로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했으나 스코어카드 오기로 탈락했다. 좌절하지 않고 아시안투어를 통해 프로 무대를 밟았고 2019년에는 JGTO투어에 데뷔한 지 2년만에 라이잡KBC오거스타에서 첫 승을 올렸다.

키가 작은 대신 근력을 키웠다. 그래서 스윙은 엄청나게 파워풀하다. 올해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85.71야드로 JGTO순위 46위였고, 정확성은 58.846%로 22위였다. 종합적인 드라이버 샷을 측정하는 토털 드라이빙에서 18위였다. 똑바로 멀리 치는 파워 드라이버 샷은 신장에서 나오는 게 아님을 그가 증명했다.


남화영 기자 nam.hwa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