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세대를 통틀어 가장 알려진 교습가를 묻는다면 임진한일 것이다. 투어 프로 출신에 한국과 일본에서 우승한 데다 오랜 방송 레슨 경험에 이어 유튜브까지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다.

훤칠하게 큰 키의 임진한은 스무살이던 1977년 9월30일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프로 테스트에 합격(TP 1977-0067)했다. 하지만 첫 승은 투어 6년차이던 1983년9월 대구컨트리클럽(CC)에서 열린 KPGA선수권에서 달성했다. 이븐파 288타로 김영일, 김승학을 한 타차로 제치고 첫승을 거뒀다. 이듬해는 태광골프장에서 열린 27회 대회에서도 최윤수를 한 타차로 제치고 2연패를 달성했다.

국내 2승을 달성한 뒤로 한국보다 대회 수와 상금 등 모든 면에서 발전했던 일본남자투어(JGTO)로 눈을 돌렸다. 85, 88, 89년에 간간히 일본투어에 출전했고 88년 던롭피닉스오픈에서 공동 48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러다 90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JGTO대회 싱가포르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9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일본골프투어에서 활동한다. 연덕춘과 한장상이 일본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일본투어에 본격 진출해 활동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하지만 92년 12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니케이컵에서 공동 32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93년 일간스포츠포카리오픈 우승 당시 [사진=KPGA]

국내 5승 일본서도 우승
본격 일본 진출 이듬해인 93년엔 일본 2부 리그인 챌린지투어와 코리안투어를 병행했다. 5월 도치키현의 칸토코쿠사이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칸토코쿠사이오픈에서 11언더파 133타로 일본 진출 후 첫 승을 올렸다. 바로 다음주 한국에서 열린 일간스포츠포카리오픈에 출전해 8언더파 280타로 9년 만에 1승을 추가했다.

5개월 후인 10월에는 오이타 소재 키지마고라쿠엔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챌린지투어 코라쿠엔컵에서 1언더파 141타로 일본 2부 리그지만 2승째를 올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고, 다시 일본 1부 리그 진출권을 얻었다. 94년에는 26개 대회에 출전해 KBC오거스타에서 공동 9위를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단 4개 대회만 출전했다.

임진한은 에서 “일본투어에서 골프는 지갑이 두툼할 때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당시 한 대회에 출전하려면 30만엔, 연간 700~800만엔이 필요했는데 오자키, 아오키 군단 30~40명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위 입상은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당시 돈이 없으면 편의점에서 50엔짜리 주먹밥을 사서 먹었고 저녁에 냉장고에 넣어 차가워진 주먹밥을 아침에 먹으면서 ‘얼음덩어리를 넘기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혼자서 개척해야 하는 어려운 해외 투어 생활을 버틴 힘은 ‘긍정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스윙이 좋다고 우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 골퍼가 될 실력이라면 누구나 우승할 수 있죠. 중요한 건 긍정적인 생각입니다. ‘골프를 왜 하는가?’, ‘어떤 선수가 되려 하는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를 늘 생각해 왔고 긍정적으로 실천하려 노력한 것이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교습가로서 출간한 인기 레슨 서적.

엘보 부상에 레슨 모색
일본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온 것은 96년이다. 마침 3월 청주CC에서 열린 제1회 낫소오픈에서 우승해서 출전권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엘보에 시달리던 중이라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를 해나갔다. 투어 프로 다음으로 택한 것은 레슨이었다.

1997년에 골프아카데미를 개원했고 후진 양성에 힘쓰는 중에 2000년 11월 시즌 최종전으로 경기 용인 태영CC(오늘날 블루원용인)에서 열린 SBS골프최강전에 초청 출전해 덜컥 우승했다. 이로써 국내 5승에 일본 1승(2부 투어 포함 3승)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본격 교습가로 나섰다.

첫해는 경기도 용인 골드골프장에 골프아카데미를 개원했고 나중에는 이포CC로 옮겼다. 당시로는 획기적으로 레슨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접목했다. 일본에서 활동할 때 초청 선수로 왔던 그렉 노먼이 시합중인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지켜본 그는 ‘나중에 한국 선수들에게도 체력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곤 운동생리학을 한 조성계 박사와 함께 골프 레슨에 웨이트를 넣었다.

당시 국내 정서로는 ‘골프 선수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은 피해야 할 것’이었다. 상체에 근육이 많으면 스윙이 안된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당연한 듯 여겨졌다. 그렇지만 그가 골프교습 커리큘럼에 웨이트 프로그램을 접목한 1년 뒤에는 모두 체력 단련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요즘엔 유투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마당발 인맥 교습계 평정
임진한은 JGTO투어의 초기 경험자로서 뒤에 일본 투어에서 활동한 허석호의 스승이자, 미국LPGA투어에서 활동한 정일미, 박인비의 스승이었고 이동수골프구단 등을 통해 우수한 선수를 다수 배출했다. 2005년에는 미국으로 진출해 샌디에이고 남쪽 부에나파크에 임진한골프아카데미USA를 개원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활동과 더불어 골프방송사에서 레슨을 하면서 인지도를 더 높였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에 친근하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레슨으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교습 철학은 ’배려하는 레슨’으로 학습자를 편안하게 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을 콕 집어내는 것으로 이름 높다. <골프다이제스트>에선 ‘세계 50대 교습가’에도 선정됐다. 정재계는 물론 문화 체육계의 다양한 명사들에게 레슨을 하면서 마당발 인맥을 쌓았다.

레슨 서적도 여러 권 내서 성공했다. 2001년 <골프스윙의 기본>, 2002년 <임진한 원포인트클리닉> 등에 이어 2018년 <임진한의 터닝포인트>를 냈다. 20년6월말에 시작한 유튜브 ‘임진한클라스’는 45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임진한은 에이지슈터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유튜버로까지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남화영 기자 nam.hwa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