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의 달인’으로 불린 박남신(64)은 1980~90년대에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에서 활동하며 국내 20승에 해외 1승을 올렸다.

경기 고양의 뉴코리아컨트리클럽(CC)에서 프로 수업을 받은 ‘고양파’이자 뉴코리아CC 헤드 프로를 지낸 손흥수의 ‘반포 사단’의 대표 선수였다. 최상호에 이어 코리안투어 통산 승수 2위에 올라 있다.

프로 테스트는 10번 응시한 끝에 1982년12월에 힘겹게 합격(TP 1982-0084)했다. 첫승은 프로 데뷔 4년 만인 86년에 경주조선CC에서 열린 제3회 팬텀오픈에서 달성했다.

이듬해 쾌남오픈 우승을 하면서 투어의 주요 선수로 존재감을 키웠다. 당시 투어 1인자로 여겨지던 최상호가 우승없이 보낸 88년에 동해오픈, 쾌남오픈에서 2승을 올리면서 상금왕에 올랐고 이듬해인 89년에 우승은 없었지만 상금 1위를 지키면서 국내 투어 정상급 선수가 됐다.

1997년 캠브리지멤버스오픈 우승. [사진=KPGA]

1990년에도 캠브리지오픈, 챔피언시리즈에서 2승을 올렸으나 시즌 3승을 거둔 이강선과 최상호 다음으로 밀려 상금 3위로 마쳤다. 91년에 우승없이 3위, 92년엔 팬텀오픈 우승으로 상금 2위였다. 93년에 3승(매경오픈, 팬텀오픈, 챔피언시리즈)으로 상금왕에 복귀했고 동시에 처음으로 상금 1억원(1억724만원)을 돌파했다.

박남신은 장타자는 아니었으나 뛰어난 아이언 샷으로 핀 가까이 붙이는 샷메이커로는 일품이었다. 하지만 93년 말 미국 월드컵에 이강선과 함께 출전했으나 스코어 오기(誤記)로 실격하고 돌아왔다. 이 사건으로 그는 KPGA로부터 무기한 자격 정지라는 강도 높은 처분을 받았다.

1년 뒤 징계가 풀렸고 95년 투어에 복귀해서는 KPGA선수권 우승에 이어 상금 1억1268만원으로 자신의 시즌 최고 상금액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아시아서키트였던 타이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면서 해외 우승도 챙겼다.

1997~99년까지 3년간 SBS프로골프최강전 3연패를 포함해 5승을 추가하면서 시즌 상금 2위를 유지했다. 2000년에 2승을 거뒀으나 연말에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당해 머리와 발목을 크게 다치면서 성적이 내리막을 탔고 2006년엔 15개 대회에 출전해 11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면서 상금 90위로 시드를 잃었다.


2000년 호남오픈에서 18승을 달성했다. [사진=KPGA]

베테랑 박남신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연말 퀄리파잉 스쿨을 가서 출전권을 받았지만 2007년 시즌 첫 대회였던 SBS토마토저축은행에서 예선 탈락하면서 부진은 장기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6월에 까다로운 코스로 유명한 아시아나CC에서 열린 금호아시아나오픈에서 2000년 SK텔레콤클래식 이후 7년 만에 20승째를 달성했다.

48세의 박남신은 대회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고, 24세인 전년도 상금왕 강경남과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 홀에서 열린 연장 첫 홀에서 강경남이 무리한 공략으로 보기를 범하자 그는 에지에서 과감하고도 침착한 어프로치를 그린에 올려놓은 후 3m짜리 파 퍼팅을 성공시켜 우승했다. 인터뷰에서 “한국 무대에 관록파가 살아있음을 알린 게 무엇보다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규투어를 은퇴한 뒤로 챔피언스투어에 들어서는 2009년 시니어마스터즈를 시작으로 2010년 볼빅배 챔피언스 2회, 2013년에 그랜드CC배KPGA시니어오픈까지 3승을 쌓았다.


남화영 기자 nam.hwa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