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GA용품쇼에서 인터뷰하는 김영세 이노디자인 CEO. |
디자인의 변화가 골프 카트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한국 디자인 기업 이노디자인이 만든 1인승 골프카트 이노(INNO)-F1이 미국프로골프(PGA)용품쇼에서 ‘올해의 베스트 골프카 톱5’에 선정됐다.
이노디자인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지난주 열린 이 골프 용품쇼에서 기존의 5인승, 2인승 카트를 탈피해 전기로 충전하는 전동카트를 출시해 큰 관심을 끌었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CEO는 용품쇼 현장에서 NBC TV골프채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노-F1을 소개하는 영상 인터뷰를 마친 뒤에 페이스북에 감격에 찬 글을 올렸다. ‘PGA쇼는 이노디자인에게 멋진 피날레를 만들어줬다. 이노디자인이 출품한 세계 최초의 1인용 골프카 이노-F1이 올해 ‘골프카트 베스트 5’에 선정되어 세계에 방영되었다. (중략) 며칠간 숨가쁜 상담이 오갔고 오늘은 전시의 마지막 장면을 넘 멋지게 장식한 이노-F1이 자랑스럽다.’
골프 역사를 보면 전동 카트는 오롯한 미국의 발명품이다. 골프 애호가로 몸무게가 160kg가 넘었던 미국 27대 대통령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가 1910년에 처음 사용했다. 비대한 몸집으로 18홀을 걷기 힘들었던 그는 대포 운반 차량에 엔진을 달아 카트로 썼다. 하지만 이 카트가 지나가고 나면 그린키퍼가 뒤를 따라가며 바퀴에 짓눌린 코스를 보수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전해진다.
1932년에는 텍사스에서 J. K. 와들리가 노인의 보행 수단이던 삼륜 전동차를 골프장에 도입하면서 상용화가 이뤄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미국에는 넓은 페어웨이를 가진 파크랜드 스타일의 골프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동시에 카트 회사들이 전동 카트를 만들어냈고, 베이비부머 신흥 부유층 사이에서 카트를 몰고 필드를 누비는 게 멋이자 유행이 됐다. 애인을 옆에 태우고 필드를 달리며 성공한 인생을 만끽했기에 미국은 2인승 카트가 정착됐다.
골프의 수요가 공급을 월등히 넘어서는 한국에서는 4인 플레이가 당연한 듯 여겨진다. 게다가 진행을 당겨서라도 돈을 더 벌고자하는 골프장 오너들의 탐욕으로 인해 이제 국내 골프장에서 5인승 카트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전남 사우스링스영암 골프장의 2인승 카트 실험은 그래서 박수 쳐 응원해야 한다).
이노디자인의 이노-F1
그런데 이노디자인에서 과감하게 1인승 카트를 냈다. 모델 이름 ‘이노-F1’은 포뮬러원(F1)처럼 읽히지만 실은 한 명을 위한(For one)카트라는 의미를 담았다. 독창적인 것을 개발하는 데 강박적일 수 있는 디자이너인 김영세 대표는 3년전에 “왜 한 명의 골퍼를 위한 골프카트는 하나도 없는가?”라는 호기심에서 카트를 스케치하고 드디어 제품 출시까지 이르렀다.
이노디자인은 1986년 미국 팔로알토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토탈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회사로 지금은 미국, 한국, 일본, 중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이노-F1은 이노디자인의 자회사인 이노모빌리티랩의 전기차 기술로 설계되었다.
1인승 카트의 혁신성은 용품쇼에서 여러 번 언급됐다. 바퀴들 간격이 넓어 한 명이 타도 안전하고, 한 명 자리가 줄어 무게가 줄고, 혼자 필드를 다니니까 플레이 시간까지 줄여준다. 2인승 카트의 무게보다 절반에 가까워서 페어웨이 손상도 적고, 4시간을 충전하면 2라운드 36홀을 돌아도 된다. 탈착식 배터리팩을 사용해 카트의 유지 보수 비용도 줄인다.
용품쇼 현장에서 해설자는 “스쿠터 및 킥보드와 같은 싱글라이더 등을 많이 봤지만 PGA쇼에서 보는 것이 처음이고 이것이 새로운 골프문화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1인승 카트의 실험이 미국의 2인승과 한국의 5인승 카트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전남 남해의 파인비치 골프장이 도입을 검토 중이라니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용품쇼 전날 데모 데이에서 매치플레이TV 진행자인 레이 애덤스는 '싱글라이더 골프 카트가 미래의 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1인승 카트 보급을 늘리려 한다면 젊은 세대를 공략해야 한다. 미국 MZ세대들은 4시간 이상 진득하게 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을 줄여준다면 환영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배적인 5인승 카트를 대체할 전략이 있다. 골프장 오너들에게 ‘카트 사용료를 4인이 아니라 1인당 따로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고 하면 전국 골프장에 급속도로 보급되지 않을까?
남화영 기자 nam.hwayoung@jtbc.co.kr
한국 디자인 기업 이노디자인이 만든 1인승 골프카트 이노(INNO)-F1이 미국프로골프(PGA)용품쇼에서 ‘올해의 베스트 골프카 톱5’에 선정됐다.
이노디자인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지난주 열린 이 골프 용품쇼에서 기존의 5인승, 2인승 카트를 탈피해 전기로 충전하는 전동카트를 출시해 큰 관심을 끌었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CEO는 용품쇼 현장에서 NBC TV골프채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노-F1을 소개하는 영상 인터뷰를 마친 뒤에 페이스북에 감격에 찬 글을 올렸다. ‘PGA쇼는 이노디자인에게 멋진 피날레를 만들어줬다. 이노디자인이 출품한 세계 최초의 1인용 골프카 이노-F1이 올해 ‘골프카트 베스트 5’에 선정되어 세계에 방영되었다. (중략) 며칠간 숨가쁜 상담이 오갔고 오늘은 전시의 마지막 장면을 넘 멋지게 장식한 이노-F1이 자랑스럽다.’
골프 역사를 보면 전동 카트는 오롯한 미국의 발명품이다. 골프 애호가로 몸무게가 160kg가 넘었던 미국 27대 대통령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가 1910년에 처음 사용했다. 비대한 몸집으로 18홀을 걷기 힘들었던 그는 대포 운반 차량에 엔진을 달아 카트로 썼다. 하지만 이 카트가 지나가고 나면 그린키퍼가 뒤를 따라가며 바퀴에 짓눌린 코스를 보수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전해진다.
1932년에는 텍사스에서 J. K. 와들리가 노인의 보행 수단이던 삼륜 전동차를 골프장에 도입하면서 상용화가 이뤄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미국에는 넓은 페어웨이를 가진 파크랜드 스타일의 골프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동시에 카트 회사들이 전동 카트를 만들어냈고, 베이비부머 신흥 부유층 사이에서 카트를 몰고 필드를 누비는 게 멋이자 유행이 됐다. 애인을 옆에 태우고 필드를 달리며 성공한 인생을 만끽했기에 미국은 2인승 카트가 정착됐다.
골프의 수요가 공급을 월등히 넘어서는 한국에서는 4인 플레이가 당연한 듯 여겨진다. 게다가 진행을 당겨서라도 돈을 더 벌고자하는 골프장 오너들의 탐욕으로 인해 이제 국내 골프장에서 5인승 카트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전남 사우스링스영암 골프장의 2인승 카트 실험은 그래서 박수 쳐 응원해야 한다).
이노디자인의 이노-F1
그런데 이노디자인에서 과감하게 1인승 카트를 냈다. 모델 이름 ‘이노-F1’은 포뮬러원(F1)처럼 읽히지만 실은 한 명을 위한(For one)카트라는 의미를 담았다. 독창적인 것을 개발하는 데 강박적일 수 있는 디자이너인 김영세 대표는 3년전에 “왜 한 명의 골퍼를 위한 골프카트는 하나도 없는가?”라는 호기심에서 카트를 스케치하고 드디어 제품 출시까지 이르렀다.
이노디자인은 1986년 미국 팔로알토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토탈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회사로 지금은 미국, 한국, 일본, 중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이노-F1은 이노디자인의 자회사인 이노모빌리티랩의 전기차 기술로 설계되었다.
1인승 카트의 혁신성은 용품쇼에서 여러 번 언급됐다. 바퀴들 간격이 넓어 한 명이 타도 안전하고, 한 명 자리가 줄어 무게가 줄고, 혼자 필드를 다니니까 플레이 시간까지 줄여준다. 2인승 카트의 무게보다 절반에 가까워서 페어웨이 손상도 적고, 4시간을 충전하면 2라운드 36홀을 돌아도 된다. 탈착식 배터리팩을 사용해 카트의 유지 보수 비용도 줄인다.
용품쇼 현장에서 해설자는 “스쿠터 및 킥보드와 같은 싱글라이더 등을 많이 봤지만 PGA쇼에서 보는 것이 처음이고 이것이 새로운 골프문화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1인승 카트의 실험이 미국의 2인승과 한국의 5인승 카트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전남 남해의 파인비치 골프장이 도입을 검토 중이라니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용품쇼 전날 데모 데이에서 매치플레이TV 진행자인 레이 애덤스는 '싱글라이더 골프 카트가 미래의 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1인승 카트 보급을 늘리려 한다면 젊은 세대를 공략해야 한다. 미국 MZ세대들은 4시간 이상 진득하게 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을 줄여준다면 환영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배적인 5인승 카트를 대체할 전략이 있다. 골프장 오너들에게 ‘카트 사용료를 4인이 아니라 1인당 따로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고 하면 전국 골프장에 급속도로 보급되지 않을까?
남화영 기자 nam.hwayoung@jtbc.co.kr
셰브론 챔피언십
제39회 신한동해오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