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골퍼가 모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 사이에 빗자루 퍼터가 확산할 수 있을까?

지난주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열린 PGA투어 개막전이자 총상금 2천만 달러의 시그니처 이벤트인 더센트리와 이번주 하와이 오아후에서 열리는 144명이 출전하는 풀 필드 대회 소니오픈에서 롱 퍼터들이 많이 보인다. PGA투어는 홈페이지에서 선수들에게 확산하는 롱 퍼터 사용 추세를 소개했다.

예전에는 50세 이상 나이든 프로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빗자루(블룸스틱) 혹은 암록(arm lock) 퍼터 등 허리를 많이 굽히지 않고도 퍼팅가능한 롱 퍼터를 들고나온 선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선수 중에 퍼트 문제로 고민이 많거나 그린 위에서 애를 먹던 선수들이 궁리 끝에 사용하던 퍼터가 롱퍼터였다. 하지만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바티야 [사진=PGA투어]

젊은 선수들 심지어 루키에 해당하는 악사이 바티야, 윌 잘라토리스(이상 미국)까지 롱 퍼터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40대 후반의 백전노장인 루카스 글로버가 허리 부상의 이유로 롱퍼터를 사용하는 건 공감간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까지 롱 퍼터를 사용하는 건 이제 늙다리용 퍼터라는 인식이 옅어졌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해 소니오픈에서 김시우(29)가 우승할 때 사용한 퍼터도 롱퍼터였다. 2020년 애덤 스콧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이후 처음으로 빗자루를 이용해 우승한 선수였다. 롱퍼터를 사용하는 안병훈(33)은 “퍼트에서 자신감을 잃고 있는 것 아닐까?”반문하면서 “당신이 최고의 퍼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PGA투어 미디어 담당자에게 말했다.

안병훈은 지난주 더센트리 대회에서 4위로 마쳤다. 그의 성적을 보면 타수이득: 퍼트에서 18위였다. 바티아는 1, 3라운드 내내 선두를 달렸고 2위로 시작했으나 첫홀 더블보기를 범해 14위로 마쳤다. 바티야는 이 대회 퍼트만의 점수가 3위였으니 퍼트에서는 롱퍼터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빗자루 퍼터를 사용해 가장 많은 우승을 이뤄낸 선수는 챔피언스투어의 역대급 다승왕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다. 하지만 바티아와 잘라토리스는 각각 2023년 바라쿠다챔피언십과 2022년 페덱스세인트주드챔피언십에서 롱 퍼터를 사용해 PGA투어를 우승했다.


잘라토리스 [사진=PGA투어]

잘라토리스는 지난해 3월 미세절제 수술을 받은 뒤로는 처음 출전하는 대회다. 롱퍼터를 들고 나온 건 등에 가해지는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제품을 받아 연습을 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면서 “라인이 훨씬 더 잘 보이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허리 문제가 아니라 더 라인이 잘 보인다면 그건 다른 차원이다.

바티아는 윈덤 클라크가 써서 히트시킨 오딧세이의 제일버드 퍼터 애용자다. 리키 파울러, 키건 브래들리 역시 제일버드를 써서 지난해 우승도 추가했다. 특히 클라크는 지난해 6월 US오픈 전에 대학 선배 리키 파울러와의 연습 라운드 중에 감이 좋아서 롱퍼터를 긴급히 구한 끝에 메이저에서 생애 첫 승의 영광을 얻었다.

지난해 루카스 글로버가 40대 후반에 2연승을 한 것도 단지 롱퍼트를 사용했다는 것보다는 그걸로 자신만의 퍼트 스타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프로에 데뷔한 지 오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이제 거리낌없이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올해 더 많은 프로가 빗자루 퍼터로 우승을 쓸어담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남화영 기자 nam.hwa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