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대회를 지켜 보고 해설했지만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은 처음이다. 이러한 대회를 해설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 송경서 JTBC골프 해설위원


JTBC골프 중계 화면 캡처.

18번 홀(파5)에서 진행된 연장 1차전. '전설' 최경주가 KPGA 최고령 우승을 향해 두 번째 샷을 그린을 향해 멀리 띄웠다. 그러나 볼은 페어웨이가 아닌 개울 쪽으로 흘러가더니 자취를 감춰버렸다. 'KPGA 최고령 우승' '대회 최다승 우승'을 모두 날릴 뻔한 순간. 다행히도 해저드에 빠진 것 같았던 볼이 개울 안 섬처럼 생긴 페널티 구역에 떨어졌다. 최경주의 캐디가 먼저 페널티 구역에 들어가 살펴본 뒤 이어 최경주도 볼의 위치를 확인했다. 최경주는 마음을 가다듬고 완도 섬 출신답게 볼을 홀 가까이 붙인 뒤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최경주는 연장 2차전에서 짜릿한 파퍼트를 넣고 SK텔레콤 오픈 2024(5월 16~19일)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까지 '대선배' 최경주와 뜨거운 우승 경쟁을 펼친 박상현은 연장 2차전 보기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SK텔레콤 오픈에서만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최경주는 KPGA 투어 통산 승수도 17승으로 늘렸다. 해외 투어 13승을 포함하면 통산 30번째 우승이다.


최경주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좀 전까진 괜찮았는데 끝나니까 울컥한다. 하느님과 가족, 그리고 많은 팬, SK그룹에 감사하다. 기대하지 않았던 대회 4승째를 이루게 됐는데, 후배들과 열심히 잘 싸웠다. 너무 감격스럽고 기분 좋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대회 승부처였던 1차 연장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허리 통증 때문에 몸이 좀 불편한 상황이었다. 두 번째 샷을 치자마자 '아, 이건 물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갤러리 반응이 나쁘지 않은 걸 보고 '한 번 더 기회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여기서 한 샷, 일명 '아일랜드 샷'은 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이번 대회서 우승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아일랜드가 있었던 것 같다. (웃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위치에 있던 것이 안 믿어진다. 정말 극적으로 우승했다"고 말했다.

최경주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다 준 핀크스 골프클럽 18번 홀의 '작은 섬'. 기자가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자 최경주는 환하게 웃으며 "K.J CHOI 아일랜드"라고 답했다.



최경주는 1970년 5월 19일생으로, 이날이 54번째 생일이었다. 미디어실에서 최경주의 생일과 우승을 모두 축하하는 작은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최경주는 "메인 후원사인 SK그룹 40주년, 제 생일, 대회 4번째 우승까지. 이럴 수가 없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원했다.

사진_KPGA, JTBC골프

제주=김현서 기자 kim.hyun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