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될지 몰라서 조용히 예선을 봤는데, 본선에서 컷 통과까지 이뤄내 기쁘네요. 하하."

모자와 상의에 스폰서 'KOREA'를 새긴 국가대표 피승현(20)의 소원이 이뤄졌다.

12일 전북 군산의 군산CC에서 이어진 KPGA 투어 군산CC오픈 2라운드에서 피승현은 버디 6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여 1~2라운드 합계 3언더파 141타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8일 18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된 월요 예선에서 공동 3위(6언더파)를 기록해 본선 무대 참가 자격을 얻었다. 월요 예선을 거친 7명의 선수 중 컷 통과를 이뤄낸 건 피승현과 박지민 단 두 명뿐이다.

2004년생인 피승현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9년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출전해 컷 통과를 이뤄내며 크게 주목받았다. 이번 대회는 그의 일곱 번째 1부 투어 무대이며, 컷 통과는 2019년 한국오픈 이후 두 번째다. 다만 처음 컷 통과를 했을 때는 스코어 표기 오류로 3라운드에서 실격당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본선 무대를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를 마친 피승현은 인터뷰 요청에 "저요?"라며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월요 예선을 거쳐 본선 무대에 진출한 소감을 묻자, 이내 환하게 웃으며 "이 대회 전까지 한 차례 빼고는 모두 컷 탈락했었는데, 이번에는 주말 경기를 하게 되어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컨디션은 좋지 않지만 남은 라운드 동안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피승현은 이번 주 월요 예선과 2부 투어까지 뛰느라 5일 연속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피승현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한 캐디는 다름 아닌 중학교 3학년인 그의 동생이었다. 피승현은 국가대표 선후배가 아닌 동생에게 캐디백을 부탁했다. "사실 이 대회 예선전에 나가는 것도 국가대표 감독님께 말씀을 안 드렸다. 어떻게 될지 몰라서 조용히 예선을 봤는데, 본선에서 컷 통과까지 이뤄내게 돼 기쁘다"면서 "주말 경기에서 잘해서 TV 중계에 나오면 감독님께서 놀라실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동생에게 캐디를 부탁한 이유를 묻자 "동생이 골프를 배우고 있고, 또 케미가 잘 맞는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서 형의 모습을 지켜본 동생 피주현 군은 "형이 자랑스럽다"며 수줍게 말했다.

본선 무대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피승현은 남은 이틀 동안 공격적으로 플레이해 스코어를 크게 줄여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번 주말 경기는 정말 중요한 도전이다. 최선을 다해 멋진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하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군산=김현서 기자 kim.hyun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