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투어 휴식기에 특별한 하루를 보낸 선수가 있다. 바로 '바른 청년' 황도연(31)이다.

황도연이 지난주 군산CC 오픈을 끝으로 KPGA 투어가 약 한 달간의 휴식기에 접어들자 18일 대구 컨트리클럽을 방문했다. 골프 유망주들의 스타 등용문으로 유명한 송암배 예선전에 참가하는 주니어 선수들을 돕기 위해 포어 캐디로 변신한 것이다.

포어 캐디는 골프 대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선수들의 공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알려주며 경기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날 여자부 예선전에 출전한 200여 명의 주니어 선수들은 포어 캐디가 황도연인 줄 전혀 모른 채 대회를 치렀다. 황도연은 후배들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훈훈한 제보를 받은 기자는 황도연에게 연락을 취했다. 쉬는 시간에 연락이 닿은 황도연은 "대구 컨트리클럽에서 오래 연습해 왔고 저 또한 송암배에 출전해 본 선수로서 포어 캐디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손이 부족할 때는 양팔 걷고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후배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고, 저도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황도연의 선행은 대회장에 있던 관계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봉사 활동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황도연 선수의 이번 활동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후배들에 대한 진심 어린 응원"이라며 "그의 이런 태도가 많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KPGA 투어에 데뷔한 황도연은 오른쪽 무릎 연골 파열과 척추분리증 등 여러 부상과 싸우며 힘겨운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이후 2019년 재활에 매진한 끝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올해는 KPGA 선수권대회에서 공동 10위를 기록하는 등 생애 첫 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편 송암배는 대한민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골프 대회로 국내 골프 유망주들의 스타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다. 박세리, 박인비, 박성현, 김효주 등 한국 골프 여제들은 물론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안병훈, 노승열, 김시우와 지역 출신인 배상문, 김대현, 서요섭 등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이 이 대회를 거쳤다. 19일에는 송암배 남자 예선전이 이어진다.

김현서 기자 kim.hyun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