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역대 가장 이슈가 된 골프 스윙 동영상은 무엇일까.

2020년 10월, 짧은 영상 하나가 세상에 공개됐다. 그 영상은 골프 레슨을 받은 지 일주일 정도 된 여성 골퍼가 스윙하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코치는 ‘하체를 흔들리지 않게 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해당 여성 골퍼는 백스윙할 때와 폴로스루할 때 하체를 고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시선까지 볼에 고정하려고 애쓰다 보니 스윙 장면이 의도치 않게 우스꽝스러워진 점이었다. 정작 아마추어 골퍼 자신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

이 영상의 주인공은 은행원 김정은 씨였다. 당시 정은 씨가 아는 동생(대학 동기)에게 ‘나 많이 늘지 않았냐’라며 가볍게 해당 동영상을 보낸 것이 발단이었다.

동생은 ‘유튜브에 올리면 (조회수) 백만 각’이라고 설득했고 그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했다.

정은 씨는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보겠느냐’ 싶어서 그 영상에 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문제는 일주일 후부터 영상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고 조회수는 20만 회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때는 김 씨도 신기한 마음에 매일 들어가서 댓글을 보며 웃기도 했다고.


조회수가 300만 회가 넘어가자, 불현듯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숨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상 댓글 중 하나가 ‘방금 태어난 송아지 같다’는 내용이 있었고 이후 이 영상은 일명 ‘송아지 스윙’이라고 알려지며 급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갓 태어난 송아지의 후들거리는 다리가 김 씨의 스윙 모습과 묘하게 닮아서 자꾸 돌려보게 되는 중독성 높은 이 영상은 1000만 조회수를 넘겼다.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은 조회수가 1820만 회를 훌쩍 넘었다. ‘좋아요’ 수만 무려 9.5만 회에 다다른다.

영상이 인기를 얻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정은 씨가 회사에 알리지 않고 몰래 광고를 찍으러 갔는데 이를 들켜 다음날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송아지 스윙 포즈를 취하며 놀리는 것이었다.

김 씨는 “살면서 연락이 뜸하던 어릴 때 친구들도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이 와서 반가웠다”고도 했다.

또 그는 “무신사에서 (유튜브) 채널 출연 제안이 왔을 때 정말 신기했다. 비싼 골프 의상도 입어보고 메이크업도 받으니 잠깐 연예인이 된 느낌이었다. 그때 받은 말본 골프 팬츠는 어머니가 자기 취향대로 수선해 지금은 장을 보러 다닐 때 입는 평상복이 되고 말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은행에서 근무하며 가끔 취미로 라운드를 나간다는 김정은 씨의 목표는 ‘백돌이 탈출’이다.

송아지 스윙의 창시자답지 않게 요즘 골프 스윙은 상당히 예뻐졌지만 아직도 골프 실력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속상하다는 김정은 씨.



그는 평소 대학 동기나 선배, 회사 동료들과 어울려 골프를 즐긴다.

김 씨는 “영상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 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동반 플레이어 중 몇몇이 농담 삼아 캐디에게 내가 누구인지 공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캐디들 대부분은 그 영상의 존재에 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은 씨는 “요즘엔 부끄러워서 그 영상을 잘 볼 수 없다”며 “쇼츠로 올린 영상이라 조회수가 금방 늘어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개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해볼까 싶어 영상을 몇 개 올렸는데 송아지 스윙을 기대하고 들어오신 분들이 ‘재미없다’고 실망하셔서 이제는 접었다”고 웃픈(?)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별도로 레슨을 받지 않고 유튜브(프로허석)를 보며 독학하고 있다는 김 씨는 “골프가 정말 재미있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운동임이 틀림없다”면서 “어떨 때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골프만의 매력으로 밀당을 잘해서 요즘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허인회 선수가 상당히 매력적이라며 그의 팬을 자처하는 김 씨는 “중계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필드에서의 모습이 정말 멋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씨는 “앞으로 ‘싱글 골퍼’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김 씨는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내기 골프에서 더는 돈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고형승 기자 koh.hyungse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