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 한국 골프 대표로 나서는 안병훈의 가족 관계가 세계 주요 외신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USA 투데이 스포츠는 30일(한국시간)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안병훈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 한중 탁구 커플인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이라는 소식을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매체는 "안병훈의 부모는 1988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그의 아버지인 안재형 전 탁구 대표팀 감독과 어머니 자오즈민의 과거 활약상까지 상세하게 되짚었다. "안병훈의 부모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각각 메달을 획득한 스포츠 스타"라면서 "아버지 안재형은 한국 대표로 출전해 탁구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어머니 자오즈민은 같은 대회에서 탁구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고 소개했다. 또 안재형 감독과 자오즈민의 국경을 뛰어넘은 러브스토리와 외아들 안병훈을 훌륭한 골프선수로 키워낸 양육 과정까지 조명했다. "안병훈의 부모님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기 전 스웨덴에서 결혼했으며 안병훈은 2005년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전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레전드' 안재형 감독의 아들인 안병훈은 아버지의 권유로 7세에 골프를 시작해 2009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으로 주목받았고, 2015년엔 DP월드투어 메이저 대회인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10년째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2022년엔 PGA 투어 카드를 잃고 1년간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에서 뛰기도 했으나 절치부심 끝에 지난 시즌 투어에 복귀했다. 올해는 준우승을 포함해 '톱10'에 5차례나 오르는 성과로 세계 랭킹이 수직 상승했고,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내는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의 뛰어난 스포츠 유전자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강한 정신력이 큰 역할을 했다.



JTBC골프 '클럽하우스' 파리 올림픽 특집 편에 출연한 안재형 감독과 안병훈.

안병훈이 유럽 2부 투어에서 3년간 뛰었을 때, 안재형 감독은 매니저, 운전기사, 캐디 역할을 모두 맡아 '골프 대디'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안재형 감독은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29일 파리로 출국했다. 2016년 리우 대회 때는 한국 탁구대표팀 감독이었기 때문에 아들의 경기를 직접 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가족으로서 올림픽을 함께 한다.

안병훈의 올림픽 출전은 8년 만이다. 지난달 17일 기준 세계 랭킹 27위, 한국 선수 중 김주형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해 파리 올림픽 티켓을 확보했다. 안병훈은 올림픽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부모님을 언급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항상 꿈이었고, 부모님이 올림픽 선수였기 때문에 다른 어떤 골퍼들보다 올림픽을 더 많이 봤을 것"이라면서 "부모님 모두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기 때문에 두 분의 업적을 잇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부모님에게는 금메달이 없었기 때문에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안병훈은 현재 김주형과 함께 파리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한국 남자 골퍼가 메달을 딴 적이 없었는데, 그 역사에 우리 둘 중 한 명이 이름을 올린다면 정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면서 "다른 선수들이 국가를 위해 정말 멋진 일을 해내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기도 한다. 우리 중 한 명이라도 금메달을 따서 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골프에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현서 기자 kim.hyun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