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드리안 오테구이가 오는 28년 LA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연방(UAE)으로 국적을 바꿨다.

오테구이는 지난 화요일 두바이에 위치한 아랍에미리트 국가올림픽위원회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와 UAE 국가대표로 활동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DP월드투어에서 지난 5월 볼보차이나오픈을 통해 5승을 쌓은 오테구이는 스페인 국적을 버리면서 라이더컵 출전 자격도 상실했다.

산 세바스찬에서 자랐고 선수 생활 내내 스페인을 대표해 온 오테구이는 올해 32세로 지난 13년간 중동에서 최종전인 열리는 UAE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골프 선수 중에는 잉글랜드 출신의 챌린지투어 선수 조수아 그렌빌 우드 이래 두 번째로 UAE국적을 취득한 선수가 됐다.

오테구이는 이날 “UAE는 제 고향으로서 지난 50년간 중동의 혁신적인 국가 중 하나였던 것을 사랑한다”면서 “제 목표는 UAE를 대표하여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고 시상대에서 국기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젊은 골퍼들에게 영감을 주는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제가 UAE 골프의 성장에 기여하고 엘리트 양성에 도움을 주고싶다”고 덧붙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보여 잉글랜드소년선수권, 스페인 아마추어선수권 3회 우승 등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을 쌓은 오테구이는 2011년 DP월드투어에 프로 데뷔했다. 2011년 유럽 라이더컵 우승 주장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의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존 람,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의 선수에 가려 올림픽 출전이 어려웠다.

오테구이는 현재 세계 골프랭킹 173위에 최근 DP월드투어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을 13위로 마감했고, 내년 라이더컵 순위에서 38위를 차지했다. 세계 상위권 선수 오테구이의 대표팀 국적 획득에 대해 압둘라 알 해시미 UAE 골프연맹 사무총장은 “아드리안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골프계에서도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사바티니는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사진=IGF]

2016년에 재개된 올림픽의 골프 종목에서 국적을 바꾼 선수가 또 있다. 로리 사바티니는 지난 2021년 8월1일 일본 사이타마현의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45세 나이에 슬로바키아 대표선수로 나와 은메달을 땄다. 최종라운드에서 10언더파 61타를 쳐서 올림픽 최저타 기록도 세웠다.

사바티니는 원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고 자랐다. 20대 초반 미국프로골프(PGA)투어로 진출해 6승을 거뒀다. 2019년에 부인 마르티나 스토파니코바를 따라 국적을 바꿨다. 부인의 조카는 슬로바키아 골프협회 부회장이었다. 당시 남아공에는 루이 우스투이젠 등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서 167위인 사바티니는 올림픽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



남화영 기자 nam.hwayoung@jtbc.co.kr